춘향이와 그의 시대

1 개요

춘향이와 그의 시대 -- 조선 역사 에세이
춘향이와 그의 시대
1판 1쇄 발행 2025년 9월 1일
이윤석 지음 정철 편집
표지 디자인 yamyam 디자인 출판사 빈서재
이메일 pinkcrimson@gmail.com
ISBN 979‑11‑993582‑1‑8 (94810)

가로 128mm X 세로 188mm
360페이지. 22000원.

2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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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목차

차 례
머리말 5

서장 : 춘향과 이도령 11

제 1 장 춘향전과 연애 21
1 춘향의 신분과 외모 23
2 춘향의 헤어스타일 37
3 사랑의 각서 49
4 기생 60

제 2 장 식생활 73
1 백정과 소고기 75
2 유밀과 88
3 식사 예절 101
4 감동젓무깍두기 115

제 3 장 문화생활 129
1 담배 131
2 19세기 유행가 143
3 경치와 관광 156
4 가마 168

제 4 장 형사소송 181
1 정조의 재판 183
2 신문고와 격쟁 194
3 감옥 207
4 왈짜와 한량 220

제 5 장 제도 233
1 임금과 신하의 대화 235
2 신관사또 부임 246
3 책방과 낭청 258
4 중인과 잡과 270
5 풍수 282

제 6 장 외국 관련 295
1 비단 297
2 인삼 309
3 통역 322
4 황당선과 이양선 335

종장 : 춘향전과 한국 교육 349

4 책 소개

이 책의 내용은, 역사학자들은 잘 다루지 않는, 조선시대 사소한 일상에 관한 것이다. 역사 연구는 주로 정치와 관련된 큰 사건이 중심이므로, 당대 서민들의 일상이 어떠했는지를 알 수 있는 연구는 쉽게 찾아보기 어렵다. 서민의 일상에 관한 자료는 남아 있는 것 자체가 적은 데다가, 연구자들도 정치나 경제 같은 ‘중요한’ 주제를 다루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선 후기에 조선 사람들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 알아보는 일은 그렇게 쉽지 않다. 조선 후기의 일상생활을 알아보려고 해도, 기존에 알려진 한정된 자료밖에 쓸 수 없으므로, 새로운 내용이 나오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었다. 그런데 조선시대 서민의 일상에 관한 자료를 확대하는 방법의 하나로, 조선시대 소설을 이용하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 19세기에는 서울을 중심으로 소설이 많이 읽혔으므로, 이 소설을 통해서 19세기 조선의 일상을 알아볼 수 있다. 그런데 한국의 고전소설 대부분은 중국을 지리적 배경이나 사회적 배경으로 삼고 있어서, 작품 속에서 조선 사회의 구체적 사실을 찾아내기란 쉽지 않다. 조선을 배경으로 한 소설은 손꼽을 정도로 몇 개밖에 안 되는데, <춘향전>이 바로 그런 소설의 하나이다. 남원이라는 조선의 한 지방을 지리적 배경으로 하고 있으면서, 양반의 아들과 기생 사이의 사랑에 관한 이야기가 줄거리이므로, 이 소설을 통해서 당대 조선 사회의 구체적인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책에 들어 있는 내용은 독자들이 흥미를 느낄 만하면서도 동시에 과거에 대한 지식도 얻을 수 있는 것인데, 각 항목의 주제는 대부분 <춘향전>에 나오는 것으로 정했다. 책의 제목을 ‘춘향이와 그의 시대’라고 붙인 것은, 허구의 인물이지만 춘향은 19세기 조선 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국가, 민족, 사회 같은 큰 문제가 아니라, 소소한 개인의 일상과 관련된 사항은 춘향을 통해서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리고 당대의 저명한 인물들이 한문으로 쓴 수많은 글보다, 어쩌면 허구의 인물인 춘향과 이도령의 이야기가 19세기 조선의 실상을 더 잘 알려줄지도 모른다.

이 책은 서장과 종장을 제외하고 여섯 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제1장에서는, 춘향에 대한 각종 묘사를 통해, 당대 사람들의 신분과 외모에 대한 인식이나 남녀 사이의 사랑이 어떤 식으로 나타나는지를 보았다. 조선시대 남녀 사이의 사랑이란, 대부분 사대부 남성과 기생 사이에 이루어지는 단발성의 우발적인 일이다. 그런데 <춘향전>은 사대부와 기생 사이에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점에서는 마찬가지이지만, 이 사랑이 정식 결혼으로까지 이어진다는 점에서 대단히 특이한 면을 보인다. 두 사람의 사랑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당대의 기생제도를 이해해야 하므로, 기생이란 무엇인가를 살펴보았다. 그리고 춘향이 얼마나 예뻤는지를 알기 위해서 춘향의 헤어스타일이나 화장 등을 알아보았고, 또 이도령이 춘향의 허락을 받기 위해 춘향을 버리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는 것을 통해 19세기 조선에서 남녀 사이가 어떤 것이었나를 보기도 했다.

제2장에는 조선 후기 음식과 관련된 내용이 들어 있다. 소고기가 조선시대에는 매우 귀한 음식 재료인 것 같지만, 19세기 서울에는 많은 소고기 판매점이 있었다. 이 많은 양의 소고기를 공급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소를 도살하는 사람과 판매하는 상점이 있어야 하는데, 이 일과 관련이 있는 백정과 현방을 알아보았다. 그리고 당대의 식사 예절에서는 어떤 점이 강조되었는지, 또 서양의 식사 예절은 조선에 어떻게 소개되었는지도 얘기했다. 구체적인 음식으로 유밀과와 감동젓무깍두기를 각각 한 항목으로 다루었다. 조선시대에 기름에 튀긴 과자인 유밀과는 매우 귀한 것이어서, 특별한 때가 아니면 만들지 못하도록 법으로 정해져 있었다는 것은 잘 알려지지 않은 일이다. 그리고 최근에 조금씩 알려진 감동젓무깍두기가, <춘향전>에 등장한다는 사실도 이 항목에서 얘기했다.

제3장은 몇 조선시대 몇 가지 문화생활을 다루었다. 담배가 조선에 처음 들어온 시기는 임진왜란 이후라는 것은 잘 알려져 있는데, 조선에서 가장 유명한 담배가 경기도 광주의 남한산성에서 재배한 것이라는 사실은 <춘향전>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현재 ‘시조’라고 하는 문학 장르가 조선시대에는 유행가였다는 것을 몇몇 노래의 가사를 소개하면서 얘기했다. 그리고 서울의 관광지로 어디가 인기 있었는지도 <춘향전>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는데, 동쪽의 불암사, 서쪽의 진관사, 남쪽의 삼막사, 북쪽의 승가사 등이 서울 사람들이 찾는 명승지였다. 그리고 현대의 승용차와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는 조선시대 가마는 어떤 것이 있었는지도 3장에서 다루었다.

제4장에서는 소송에 관련된 몇 가지를 살펴보았다. 조선시대에 사형 판결은 최종적으로 왕의 재가를 받아야 했다. 그런데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사법 담당 관리는 사형에 해당하는 죄를 지은 범죄자는 죽이는 것이 옳다고 말했지만, 왕은 가능하면 사정을 참작해서 죄인을 죽이지 않을 방도를 찾았다는 사실이다. <춘향전>에서 유명한 장면 중 하나는, 변사또의 수청을 거절한 춘향이 감옥에 갇혀 있는 대목이다. 감옥에 갇힌 춘향을 묘사한 대목은, 조선시대 감옥의 실상을 구체적으로 알 수 있는 자료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또 아버지가 승진하여 서울로 가는 이도령이 춘향에게 이별하자고 말하자, 춘향이 처음 만났을 때 이도령이 쓴 각서를 증거서류로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말하는 대목도, 조선시대 소송과 관련된 자료로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제5장에서는 조선시대 제도를 알아보았다. 신임 관리가 부임하는 절차는 조선시대 문헌에 나오기는 하지만, 이를 자세히 서술한 자료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런데 <춘향전>에는 변사또가 남원 부사로 부임하는 대목을 상당히 자세히 서술해서, 법률에 정해진 규정이 아니라, 실제 부임 과정을 구체적으로 알 수 있다. 그리고 지방관으로 부임하는 관료가 사적으로 데리고 다니는 수행비서 역할을 하는 인물에 대해서도 매우 상세히 서술해 놓았다. 일반적으로 이런 인물을 ‘책방’이나 ‘책객’이라고 부른다고는 알려져 있었는데, <춘향전>에서는 이를 ‘낭청’이라고 부른다고 했다. 만약 <춘향전>이 없었다면, 이러한 사적인 수행비서를 ‘낭청’으로 부른다는 사실은 알 수 없었을 것이다. 조선은 실로 ‘풍수’의 나라라고 할 수 있는데, 위로는 임금부터 아래로는 천민에 이르기까지 모두 풍수를 굳게 믿고 있었다. 풍수를 조선에서는 어떤 식으로 접근했는지를 5장에서 간략하게 다루었다.

제6장에서는 외국과 관련된 자료를 언급했다. 조선 후기 대외무역은 19세기 말까지 중국과 일본 두 나라만 대상으로 이루어졌는데, 이들 두 나라와 무역에서 중요한 품목은 인삼과 비단이었다. 조선 상인은 인삼을 일본에 팔아서 그 돈으로 중국에서 비단을 수입하고, 중국에서 들여온 비단을 다시 일본에 파는 중개무역으로 돈을 벌었다. 그런데 18세기 초반에 이런 중개무역이 중단되면서, 비단의 수입을 통제하게 된다. 특히 무늬가 있는 비단의 사용을 금지하면서, 조선의 비단 시장은 여러 가지 변화를 겪게 된다. 이런 국제관계의 변화와 함께, 19세기가 되면 조선의 바다에는 서양의 배가 수시로 출몰하게 되는데, 이들의 주된 요구는 바로 통상이었다. 그러나 조선 정부는 이런 요구를 모두 거절한다. 서양의 배가 조선 근해에서 난파하여 조선인과 접촉한 기록은 여러 가지가 남아 있어서, 이런 기록을 통해 당시 서양을 대하는 조선의 태도를 정확하게 알 수 있다. 또한, 외국에 문호를 개방하기 전까지, 조선에서 필요한 외국어는 중국어와 일본어 정도였다는 사실과 함께, 이들을 선발하기 위한 과거에 대해서도 6장에서 살펴보았다.

종장에서 <춘향전>의 교육이 어떻게 이루어져야 할 것인가를 간단히 언급했다. 저자는 작품을 읽지 않은 교사와 학생이 <춘향전>을 가르치고 배우는 이 교육의 현장이야말로, 한국 교육의 실상을 가장 잘 보여준다고 말한다. 그리고 한국의 학문과 교육의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하는데, 학문 연구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잘 가르칠 수 없고, 잘 가르치지 못하면 좋은 연구자를 길러낼 수 없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악순환이 <춘향전>의 연구와 교육에서도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는 점도 아울러 지적했다.

5 책 속으로

춘향은 스스로 자신의 신분이 천하다는 것을 말하기도 하는데, 이도령이 춘향에게 백년가약을 맺자고 하자, 이도령의 청을 거절하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제가 비록 창가의 천한 기생으로 시골구석에서 본 것은 없으나, 마음은 하늘처럼 높게 가져서, 결단코 남의 첩이 되는 것은 생각하지 않았고, 또 기녀의 생활은 원치 않습니다. 말씀은 간절하시나 분부를 시행하지 못하겠습니다.”– 춘향의 신분(16쪽)


조선시대 기록에서 사물의 명칭은 대부분은 한문으로 되어 있어서, 우리말로 어떻게 썼는지 정확하게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 한자로 감동해(甘冬醢, 甘同醢)나 자하해(紫蝦醢)라고 쓴 이 음식의 우리말 표기가 무엇인지는 잘 알 수 없다. 한글로 곤쟁이젓이나 감동젓이라고 쓴 기록은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제까지 필자가 본 19세기 한글 자료에서 곤쟁이젓이라는 낱말이 나온 것은 없었고, 감동젓은 <춘향전>에 나오는 것이 유일하다. <춘향전>에 감동젓이 등장하는 대목은, 이도령이 춘향의 집을 처음 찾아갔을 때, 춘향의 집에서 안주를 준비해서 내어놓는 장면이다.

이도령에게 주안상을 올리는 장면에서, “약주가 한 병이요, 고추장에 과메기 찐 것, 감동젓에 무깍두기, 열무김치 들기름 친 것”이라고 서술한 대목이 있다. 이 대목에 나오는 ‘감동젓에 무깍두기’가 한글로 된 자료 가운데 ‘감동젓’이 나오는 유일한 것으로 보인다.– 감동젓무깍두기(122쪽)


19세기 조선 사람의 상식으로는, 원님의 아들과 고을 기생의 만남은, 원님의 아들이 고을을 떠나면 끝나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도령과 춘향은 이 노래를 끝으로 다시는 더 볼 일이 없이 헤어지게 되어 있다. 다시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환상은 있지만, 현실은 ‘이별’이다. <춘향전> 같은 소설이 아니라면, 남원 부사의 아들과 남원 기생이 헤어지면서 노래를 부른 다음에는 다시 만나기 어려운 것이 당대의 상식이라고 보아야 한다. <춘향전>이 19세기에 그렇게 유행한 이유는, 이별의 장면에서 부른 두 사람의 노래가 갖고 있는 상투적인 결말이 바뀌었다는 점에 있다. 남자는 아쉬움을 보이면서 떠나고, 여자는 그리움이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면, 기생과 양반 자제 사이의 관계는 그것으로 끝나야 한다. 그런데 기생은 떠나간 양반 자제와의 약속을 믿고 수절하며 온갖 고초를 견디고, 양반 자제는 과거에 급제하여 높은 벼슬을 해서 그 기생을 구출해내서 같이 산다. 이와 같은 <춘향전>의 내용은, 모든 사람이 다 알고 있던 상식을 깨버린 것이다.– 19세기 유행가(147쪽)


이도령에게 춘향이 한 말을 통해서 알 수 있는 것은, 19세기 조선의 평범한 사람들에게도 격쟁이라는 제도는 잘 알려진 것이었다는 점이다. 소설에서 춘향은 격쟁을 하기 위해서 밟아야 하는 절차를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춘향은 자신이 사는 고을 남원의 부사, 다음으로 남원의 상급 기관인 전라도의 관찰사, 그다음에는 서울의 형조나 비변사에 차례로 고소장을 제출하겠다고 한다. 그리고 여기에서도 패소하면 임금에게 직접 격쟁을 해서 자신의 억울함을 알리겠다고 말한다. 춘향은 격쟁을 하면서 제출하는 고소장을 한글로 쓰겠다고 말하는데, 당시에 고소장을 한글로 쓰는 것이 그리 낯선 일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또 놋그릇 뚜껑을 세 번 치겠다는 말로 보아, 징이나 꽹과리의 대용으로 놋그릇 뚜껑도 사용했고, 그리고 두드리는 횟수는 세 번 정도였음을 알 수 있다.– 신문고와 격쟁 203


신관사또의 행렬은 부임지의 백성들에게 수령의 권위를 드러내기 위해 엄숙하게 행진하는데, <춘향전>에서는 그 행렬을 “깃발과 창검은 서릿발 같고, 살기가 하늘을 찌를듯하다.”라고 묘사했다. 정약용은 <목민심서>에서, 백성들에게 엄숙하게 보이기 위해서 수령은 “말 위에서는 눈을 두리번거리지 말고, 몸을 비스듬히 하지 말며, 의관을 정제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춘향전>에서 변사또는 “백성에게 무섭게 하느라고 눈을 궁굴궁굴” 굴린다고 했다. 두 책을 통해, 신임사또 중에는 변사또처럼 백성에게 위엄을 보이려고 눈을 크게 뜨고 굴리는 사람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수령의 행동은 백성들에게 결코 엄숙하게 보이지 않았다는 사실 또한 분명하다.– 신관사또 부임(256쪽)


영조와 정조가 무늬 있는 비단의 수입을 엄격하게 금지하는 명령을 내렸지만, 19세기에 들어와서도 중국비단을 판매하는 비단가게는 여전히 성업 중임을 알 수 있다. <춘향전>에는 이도령이나 춘향이 입은 옷을 묘사하는 대목이 여러 군데 나오는데, 이런 대목 중에는 옷감도 구체적으로 얘기해놓은 데가 몇 군데 있다. (중략) 춘향이 입은 옷 중에는 중국산 옷감으로 지은 것이 여러 가지 있고, 당시 엄격하게 금지하던 무늬 있는 비단으로 지은 것도 있다. 특히 일반인은 사용할 수 없는 용무늬를 넣은 비단으로 만든 치마도 있는 것으로 보아, 19세기 중반에 문단금지령은 이미 유명무실해진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비단(305쪽)


중등학교나 입시학원에서 󰡔홍길동전󰡕의 작자를 허균이라고 가르친다고 하더라도, 국가기관에서 실시하는 수능에는 󰡔홍길동전󰡕의 작자를 허균이라고 대답해야 하는 문제가 출제될 수 없다. 이와 마찬가지로, 소설 󰡔춘향전󰡕이 판소리 ‘춘향가’의 가사를 옮겨놓은 것이라는 것과 관련된 문제도 수능에 출제될 수는 없다. 왜냐하면 학계에 여러 가지 견해가 있어서 학자들 사이에 논란이 있는 문제를 수능에 출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춘향전󰡕 교육은 이 작품을 읽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연구자가 󰡔춘향전󰡕과 관련된 연구를 하기 위해서는, 먼저 이 소설의 원문을 읽어낼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춘향전󰡕의 연구와 교육에서 이런 것은 아주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교사와 학생 모두 작품을 읽지 않고 󰡔춘향전󰡕을 가르치고 배우고 있거나, 연구자가 현대어로 풀이해놓은 책을 보고 논문을 쓴다면, 󰡔춘향전󰡕의 연구와 교육은 그 시작부터 잘못된 것이다. 우리나라 학문과 교육의 현장에서 이런 기본이 잘 지켜지고 있는지, 관련자 모두가 깊이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춘향전과 한국 교육(359쪽)

6 출판사 책소개

이 책의 저자 이윤석은 한국 고전문학 연구자로 오랫동안 고전소설을 연구했는데, 특히 <춘향전>을 전문적으로 다뤘다. 그동안 학계에서는 <춘향전>이 언제 어떻게 나왔는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서, 17세기 초에 나왔다거나, 판소리 가사를 옮겨놓은 것이라는 등의 얘기가 있었다. 그러나 학계의 통설은 잘못된 것으로, <춘향전>은 19세기 초 서울의 도서대여점(세책점)에서 빌려주던 것이고, 판소리는 소설의 재미있는 대목을 노래로 부른 것이다. 이런 사실은 이 책의 저자에 의해서 새롭게 밝혀진 것이다.

<춘향전>이 유명한 작품이다 보니, 한국 고전문학을 전공하는 연구자가 아니더라도, 이 작품을 자료로 써서 글을 쓰거나 책을 내는 사람도 많이 있다. 정치, 경제, 역사, 법률, 영화, 음악 등등의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춘향전>을 이용하고 있다. 그런데 <춘향전>은 현대소설과 달라서, 같은 ‘춘향전’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어도, 그 내용에는 상당히 다른 면이 있는 수많은 이본(다른 버전의 책)이 있다. 그러므로 이 소설을 자료로 써서 어떤 글을 쓰기 위해서는, 원본이 무엇이고, 다양한 이본의 관계가 무엇인지 잘 알고 있어야 한다.

<춘향전>은 한국 사람이라면 대부분 그 줄거리를 알고 있는 작품이지만, 이 소설을 읽어본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다. 중고등학교에서 한국의 고전문학을 배울 때 <춘향전>은 반드시 다루는데, 소설 전체를 다 읽고 수업을 진행하는 학교는 많지 않다. 이렇게 직접 읽은 사람은 많지 않아도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소설이 바로 <춘향전>인데, 이는 고전문학의 한 특징이라고도 할 수 있다.

<춘향전>을 원본으로 읽기가 쉽지 않다면 일단 이 책에서 설명한 <춘향전>의 시대를 먼저 살펴보는 것도 방법이겠다. 춘향전의 각종 소재들에 익숙해지면 그만큼 춘향전이 쉽게 읽힐 것이기 때문이다. 또 춘향전을 이미 읽은 독자들에게는 시대상에 대한 보완 설명을 통해 춘향전을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춘향전>을 단순한 연애소설이 아닌 그 시대와 함께 읽어야 춘향전에 등장하는 다양한 인물과 사건까지도 함께 이해할 수 있다. 작품을 읽는 것은 그 시대와 세계관을 함께 읽는 것이다.


7 저자 소개

지은이 이윤석. 1949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일하다가 정년퇴임한 한국고전문학 연구자이다. 『임경업전 연구』(1985), 『홍길동전 연구』(1997), 『남원고사 원전비평』(2009), 『조선시대 상업출판』(2016) 등 10여 권의 단독 저서와 『구활자본 야담의 변이양상 연구』(2001), 『세책 고소설 연구』(2003), 『교주 소대성전』(2018) 등 20여 권의 공저가 있다. 그리고 『을지문덕』(1983), 『완역 용비어천가』(1994), 『중국의 방각본』(2020), 『조선시대 불교통사』(2020) 등의 번역서도 있다.

고소설 전문 연구자로 「홍길동전 작자 논의의 계보」(2012), 「춘향전 연구자들의 상상력」(2017), 「구운몽 작자와 원본 재론」(2020) 등 90편 정도의 논문을 썼으며, 현재도 한국 고소설 연구를 하고 있다. 홍길동전에 관한 내용을 바로잡기 위해 『‘홍길동전’의 작자는 허균이 아니다』(2018) 같은 교양서적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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