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식에 대한 잡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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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일식에 대한 잡상
  • 저자: Jjw
  • 2017-03-07

 

가장 최근의 일식은 2월 26일에 있었다. 올해엔 두 번의 일식이 있는데 둘 다 한국에선 볼 수 없다. 2월 26일의 일식은 남반구에서 일어났기 때문이고, 8월에 있을 일식 때 한국은 밤이다. 태양과 달이 만나려면 낮이어야 하니까. 일식에 대해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가 잡다한 몇 가지를 정리해 두기로 한다. 매우 고전적인 철지난 유머. 어느날 장학사가 학교를 방문하여 수업을 참관하였다. 교실엔 지구본이 놓여 있었고, 수업이 끝난 뒤 장학사는 지구본을 들어 보이며 앞에 앉은 학생에게 물었다. “이 지구본이 왜 기울어져 있지요?” 학생은 당황하며 대답하였다. “제가 그런 거 아니예요.” 장학사는 교사를 돌아보며 “선생님은 아세요?” 하였다. “학교에서 구입해 줄 때 부터 그랬습니다.” 별 재미도 없는 농담 끝에 묻는 질문. 지구본은 왜 기울여 놓았을까?

지구는 태양을 축으로 공전하고 있다. 공전 궤도는 매우 평평하여 하나의 면으로 생각할 수 있다. 지구의 공전 궤도를 황도라고 하는데, 이건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고 태양과 천구가 날마다 지구 주위를 돈다고 믿었던 옛 시절의 흔적이다. 사실 돌고 있는 건 지구라는 걸 누구나 알지만, 우리는 늘 “해가 동쪽에서 뜬다”고 하지 “지구가 반시계 방향으로 자전한다”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어찌되었건 황도가 지나는 면을 하나 생각할 수 있다. 이걸 황도면이라고 한다. 지구는 황도면에 대해 기울어져서 자전한다. 즉, 지구의 자전축이 공전 궤도에 대하여 기울어져 있는 것이다. 아래의 그림을 보자.

일식에 대한 간략한 그림

지구본을 기울여 놓으면 황도면에 대하여 기울어져 자전하는 지구를 쉽게 떠올릴 수 있다. 굳이 지구본을 기울여 제작하는 이유다. 기울어진 각도는 약 23.5 도 이다.

이제 일식 이야기를 해 보자. 일식은 비교적 자주 일어나는 흔한 현상이다. 올해도 두 번이나 있지 않은가. 그런데, 살면서 일식을 자주 볼 기회는 없다. 같은 장소에서 일식이 자주 일어나지는 않기 때문이다.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 달은 아무래도 지구보다 작기 때문이고, 달의 공전 궤도인 백도는 그것대로 기울어져 있기 때문이며, 지구와 달 사이의 거리는 제법 멀기 때문이다.

일식과 달리 월식은 때마침 밤이기만 하면 어디서든 관측된다. 당연히 지구는 달보다 크기 때문이다. 지구가 만드는 그림자는 달의 공전 궤도만 적당하다면 달을 충분히 가리고 남는다. 그러나, 일식이 일어나는 과정에서 달의 그림자 가운데 짙은 부분인 진영이 지구 표면에 닿는 부분은 매우 적다. 나머지 관측 가능한 지역에선 부분 일식만이 보인다.

달의 공전 궤도인 백도는 황도면에 대하여 ± 5.1 도 정도 기울어져 변한다. 지구 자전축이 23.5 도 기울어져 있으므로 지구 입장에선 18.3 도 정도에서 28.6 도 사이의 기울기를 보인다. 달의 공전 궤도면인 백도면은 18년 정도의 주기로 최대 궤도 경사와 최소 궤도 경사 사이를 오간다. 이 때문에 달의 그림자가 지구와는 한참 떨어져서 비켜가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 흔하다고는 하지만 일식이 자주 일어나지 않는 이유이다.

달과 지구의 평균 거리가 384,400 km 이고 최대와 최소 궤도 경사 사이 각도가 10.2 도 이므로 두 위치의 차이는 2 × sin(5.1°) × 384,400 ≒ 67,000 km 나 된다. 지구의 지름이 약 12,700 km 이고 어찌되었든 이간격 안으로 달 그림자가 들어와야 일식이 가능한 것을 감안하면 일식은 아무래도 매 번 일어날 수는 없는 현상이다.

재미있게도 달의 삭망주기와 지구의 공전주기는 대략 19년마다 겹친다. 보름달에서 다음 보름달까지는 약 29.5일이고 춘분에서 다음 춘분까지는 약 365.24일 이기 때문에 두 날 수의 최소 공배수는 19년에서 만나게 된다. 다만, 절기를 맞추려면 그 동안 7번의 윤달을 끼워넣어야 한다. 그런데 달의 공전 궤도 주기는 18년 이므로, 지구와 달과 태양이 상대적으로 같은 위치로 돌아오려면 18과 19의 최소 공배수 만큼 걸리게 된다.

불행히도 19는 소수라서, 꼼작 없이 18 × 19 = 342년을 기다려야 한다. 이게 무슨 소리냐면, 만일 오늘 서울 하늘에서 개기 일식이 일어났다면, 다음 번에 서울에서 개기 일식을 보려면 342년을 기다려야 한다는 소리다.

2 같이 보기

3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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