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학

Jmnote (토론 | 기여)님의 2016년 10월 13일 (목) 09:32 판

1 # 생각 수집의 기술

수집 활동을 하지 않는 철학자는 발전할 수 없다. 철학적 테제들을 모으는 것 자체가 이미 깨우침의 효과를 내기 때문이다. 주장이나 생각은 독불장군처럼 저 혼자 존재할 수 없다...

(중략)

수집을 어떤 식으로 할지는 수집하는 사람 마음이다. 마음에 드는 생각이며 논거들을 자기만의 공채에 옮겨 쓰는 사람들도 많다. 메모상자는 메모용 공책에 대한 대안으로 16세기부터 사용되어왔다. 취리히의 만물박사 콘라트 게스너가 메모상자를 고안해낸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중요하고 쓸모있을 거라 생각되는 모든 것을 한쪽 면만 쓸 수 있는 질 좋은 종이에 적어라!"라고 충고한다. 그때부터 메모상자는 학자들 사이에 널리 애용되었다. 수집된 참고 자료는 먼지 쌓인 폐품더미가 아니라 더불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마법 정원과도 같다. 수집가는 그 정원에서 더없이 좋은 시간을 보낼 때가 많다.

대략 몇 년 정도 지나고 나면 메모상자가 너무 복잡해져 수집가 자신조차 무엇이 어디에 있는지 분간하기 어려워진다. 그렇다고 해서 메모상자가 쓸모없어지는 건 아니다. 창조적인 작업에는 쉬 분간이 어려운 메모상자가 잘 정리된 메모상자보다 오히려 더 잘 어울린다. 분야들을 고정되게 나누지 말고 분류 상자 속에서 온갖 생각과 메모의 네트워크가 점점 크게 자라나도록 하는 게 좋다고 노련한 메모상자 이용자는 말한다.

사회학자 니클라스 루만(1927-1998)이 권하는 메모상자 사용법은 다음과 같다.

  1. A4 용지를 반으로 잘라 메모지로 삼는다.
  2. 메모지에 생각나는 것, 흥미로워 보이는 것 혹은 듣거나 읽은 것 중에서 인상적인 것들을 적는다.
  3. 한 면에만 쓰도록 하자. 메모상자가 좀더 빨리 차오르기는 하겠지만, 메모지를 상자에서 끄집어내지 않고 그대로 넘겨가며 읽을 수 있다.
  4. 같은 테마에 속하는 메모지끼리 분류하여 한 칸에 모아둔다.
  5. 그렇게 만들어진 칸에 해당 테마를 떠올릴 수 있는 철자로 표시를 한다(패러디 항목이라면 'P'라고 쓰면 된다). 그 표시용 철자는 그 칸에 있는 메모지 모두에 똑같이 적어 넣는다.
  6. 그리고 같은 칸에 있는 메모지에 일련번호를 매긴다(이를테면 P4, P5...) 그렇게 하면 어느 메모지든 쉽게 찾아낼 수 있다. 애초 있던 자리에서 꺼내 자리를 옮겨 놓지 않았다면 말이다.
  7. 각 메모지마다 그와 관계있는 다른 메모지들의 번호를 적어 놓는다. 그렇게 하면 각 메모지들은 제자리에 있으면서도 방향을 지시할 수 있다. 필요할 때 그 메모지를 찾으면 또 다른 방향 지시가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서 메모지마다 하나의 네트워크를 이루게 된다. 작업을 할 때는 메모상자를 열고 그 네트워크를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
  8. 책에서 발췌한 인용 문구들을 적은 메모지를 관리할 때는 작가 이름순으로 정리한 메모상자를 따로 두는 것이 좋다.

(중략)

루만의 방법이 너무 번거롭다는 사람에게는 베이컨의 방법이 어울릴지 모르겠다. 이 방법은 철학자 프랜시스 베이컨이 아니라, 그와 이름이 같은 영국의 화가 프랜시스 베이컨에게서 나온 것이다. 20세기의 가장 중요한 화가 중 한 명인 베이컨에게도 메모상자가 있었는데...

(옌스 죈트겐, , 북로드. 2005) -- 쾌변Z 2005-9-9 1:12 pm

2 # 이상적인 하이퍼링크 백과

내가 항상 바라던 것중의 하나는, 음악-문학-철학 등의 전방위에 걸친 다양한 지식들을 하이퍼링크로 연결시킨 하나의 정보집적소archive를 만드는 것이다. 내가 지금 '해부실'라는 이름으로, 주로 음악에 관련된 글귀들을 채집하고 번역하여 올리는 것은 바로 그것을 위한 준비이다. 내가 아카샤 레코드akashic records에라도 접근하게 되지 않는 이상, 앞으로도 계속 될 거 같다.

그간 막연하게 생각하곤 했던 이상적인, 인터넷의 핵심 개념인 하이퍼링크를 십분 활용한 백과의 (필요한) 특징에 대해서 논해볼까 한다. 어디 훌륭한 웹프로그래머 선생님께서 이 글을 읽어주시고 고대로 만들어 주시면 여한이 없겠으나 그럴 가능성은 높지가 않으니 나중에 내가 웹프로그래밍을 좀 배우든지 해야지 뭐.

  1. 검색은 당연한 기능. 물론 제목뿐만 아니라 내용까지 검색이 가능해야할 것이다.
  2. 하나의 문서 안에서도 다양한 링크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블로그 등에서 볼 수 있는 '관련 문서' 정도의 소극적인 링크가 아닌, 해당 문서에 다른 문서의 키워드가 언급되어 있는 경우 자동적으로 그 문서의 링크가 걸리는 적극적 링크까지를 포함하는 것이다.
  3. 각각의 문서 자체는 매우 독립적으로 DB화 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차후의 수정 및 편집이나 범주화catergorize(두 개 이상의 범주에 들어갈 경우)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문서 자체는 지극히 독립적이되 링크가 유기적이고 촘촘해야 할 것이다.
  4. 초심자도 접근이 용이하게 GUI 기반이면 좋을 것이다.

아마도 가장 핵심적인 기능은 2번일 터인데 현재까지는 wiki가 가장 여기에 근접해 있다. 그러나 초심자들에게는 접근 장벽이 꽤나 높은 편이고 HTML과의 연동이 잘 되는 것을 본 적이 없어 보완이 필요하다. -- 쾌변Z 2005-9-9 1:12 pm

2년이 지나가는 지금에도 여전히 이 궁극의 거시기(마땅한 단어가 없다)에 대한 구상만 계속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개념에 대한 정리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물론 필요한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조금 장황하게 이렇게 설명할 수 있다. "씌여진 글 속의 모든 단어들은 모두 각각의 자장을 갖는다. 그리고 그 글 안에서 갖는 자력이 큰 순서대로, 키워드들은 비슷한 자장을 가진 다른 글들을 찾아다니고 그 결과들을 바로 눈 앞에서 보게 된다." 궁극적으로는 뇌가 기억을 되새기는 과정, 주로 연상의 작용을 웹에서 그대로 구현하는 것이 된다.

최초의 타협점은 카테고리였다. 최근의 타협점은 블로그 등에서 보통 '태그(키워드)'라는 이름으로 쓰이는 것들이다. 보통 단 하나로 고정되던 카테고리와는 달리 기본적으로 여러 개를 지정하여 사용한다. 그리고 같은 태그의 게시물들을 아래에 목록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궁극점을 염두에 두면 다음 단계는 무엇인지가 보다 분명하게 보인다 -- 여전히 우리가 직접 이것의 성질(태그)을 컴퓨터에게 친절히 알려주어야 한다는 것은 정말 참을 수가 없다! 글에서 자동으로 키워드를 분류할 수 있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 쾌변Z 2007-2-8 3:02 am

3 # 링크

http://www.diyplanner.com/ 다양한 크기의, 다양한 시트 폼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여길 가보고서도 프랭클린 플래너 따위를 구입하는 새끼는 없겠지?

http://www.43folders.com/2004/09/introducing_the.html 여기는 HipsterPDA에 대해 소개한 사이트. 위의 DIY Planner에서 HipsterPDA용 시트 폼도 제공한다.

http://www.pocketmod.com/ 심플 그 자체. 원하는 시트를 6개 골라서 A4지에 인쇄한 후, 가르쳐주는대로 접으면 그 자체로 포켓사이즈의 메모책이 된다. -- 쾌변Z 2005-9-9 1:14 pm

4 # 촌평

흠...회사가 공짜로 준다길래 프랭클린 플래너를 하나 신청했는데 저는 저 사이트에 가서는 안되겠네요. ^^ 일단 저는 위키를 메모장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냥 공개되는거죠 그 메모들은. 고려바위는 공공메모장 정도로 생각하고 있어요. -_- -- 거북이 2005-9-9 2:26 pm

링크의 HipsterPDA가 무척 좋은 대안이 될 거 같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선 인덱스 카드라는 이름으로 나오는 지류가 없는 거 같더군요. 인덱스카드 프린팅을 지원하는 프린터가 많은지도 아직 모르겠습니다. -- 쾌변Z 2005-9-9 1:16 pm

5 같이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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