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에 대한 도착"의 두 판 사이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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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수필]]
[[분류: 2004년 수필]]
[[분류:스크랩]]
[[분류: Pinkcrimson]]

2018년 9월 29일 (토) 16:06 판

분류에대한강박


1 # 거북이

정리에 대한 도착이라는 것은 생각보다 강렬한 것이다. 물론 나도 그 도착에 도취된 작자중 한명인데 요즘 들어 접한 사례 몇가지 적어본다.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백과사전 관련된 일을 하다보면 별 놈들을 다 만나는데 이중 가장 엽기적에게 느껴지는 부류는 광적으로 어딘가의 것을 퍼올리는 사람들이다. 이들의 퍼올리기(일명 달리기)가 어떤 수준인가하면 하루에 네다섯시간 이상씩 5분에 두세건 간격으로 퍼올려서 하루에 이삼백개정도를 올리는 일이다. 이쯤되면 중독되지 않고선 할 수 없는 경지로 보인다. 물론 그들의 열정중에는 타인과 뭔가를 공유하고 싶다, 어딘가에서 썩어가고 있는 것을 잘 정리해보고 싶다, 뭐 이런 긍정적인 것들이 담긴 것이지만 어쨌든 그다지 일반적인 패턴이라고 봐주긴 어렵지 않나 싶다.

실제로 백과사전을 출판하는 사람들을 만났다. 그들중 두사람에게서 느낀 것이라 일반적으로 보긴 어렵지만 그들은 사용하는 어휘구사가 현란하다. 왠만한 사람들을 월등히 넘어서는 교양이 축적되지 안으면 사용할 수 없는 어휘들이다. 즉 이들이 석박사라는 전형적인 교육시스템을 거치지 않았어도 자연스럽게 (최소한의) 교양인 수준은 될 수 있었다는 애기다.

그들은 모두 다큐멘터리 매니아라는 것을 고백했으며 개중 한명은 다큐 등을 보면서 노트를 하지 않을 수 없다는 충동을 느낀다고 했다. 이 둘과는 다른 또 다른 한명의 경우 항상 가위를 들고다니면서 잡지나 뭐 기타 매체를 보다가 눈에 띄는 것이 있다면 항상 오려서 수첩에 끼우는 엽기적 스크랩 매니아라고 한다. 항상 디카를 들고다니면서 뭔가 찍어대기도 한다.

나 역시 서핑을 하다가 뭔가 괜찮은 정보가 보이면 그것을 저작권과 관계없이 퍼다가 고려바위에 짱박고싶은 충동을 느낀다. 오늘도 그랬다. 그런 면은 이라는 형태로 표현되거나 라는 형태로 주로 표현되었는데 사실 이 행위는 뭐랄까 저 뼛속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충동을 그냥 방치했을때 나타나는 행동들이다. 그것들을 정리하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내가 이런 인간인줄 일찌감치 알았다면 난 문헌정보학과로 냅다 진학했을텐데 참 아쉬운 일이다.(아냐, 그래도 어학쪽이 더 나았을지도 몰라...-_-)

사실 이런 정리에 대한 충동이 개별적으로 발현되었을 때는 반딧불 정도가 아닐까 싶다. 깜깜한 밤에 나름대로 깜찍한 재미를 선사하지만 문제는 그것이 어둠을 밝힐 정도는 못된다는 말이다. 반딧불이 백마리 만마리가 모여 엉덩이를 맞대야 주변이라도 밝힐 수 있다.

내가 항상 머리 터지도록 생각하고 있는 것은 이 '엉덩이를 맞대는' 방식에 대한 것이다. 물론 반딧불을 계속 유지하는 것은 계속 하면서 해야하는 일이다. 몇몇 사람들에게 우리 엉덩이 대봅시다라고 말해봤는데 돌아온 것은 대체로 부정적이어서 설득만으로는 부족한 것이라는 결론을 일단 내렸다. 따듯한 바람을 솔솔 불어서 따땃한 나머지 알아서 엉덩이를 까게 만들어야 한다. 이럴때 '내가 이재용이라면...' 하는 부질없는 생각이 가끔 들기도 한다. -- 거북이 2004-1-15 1:57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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