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향이와 그의 시대"의 두 판 사이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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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의 결혼은 가문 사이의 결합이었고 당사자의 의사가 크게 중요하지 않았기 때문에, 연애 감정의 묘사는 양반과 기생 사이의 그것인 경우가 많았다. 이도령조차 춘향의 그네 뛰는 모습만 보고도 바로 여염집 규수가 아님을 간파할 정도로 경험이 많은 인물이다. 이 상황에서 춘향은 이도령의 품성을 파악하고 그에게 미래를 약속하라는 각서를 쓰도록 요구한다. 이 각서는 이후 춘향전이 소송으로 이어지는 단초가 된다. 춘향은 재판 과정에서 당시 지배적이던 유교 윤리에 기반해 자신의 정당성을 호소하며, 이는 지배층의 사상인 유교가 사회 하층민에게까지 확산되어있음을 반증하는 모습이기도 하다.
당시의 결혼은 가문 사이의 결합이었고 당사자의 의사가 크게 중요하지 않았기 때문에, 연애 감정의 묘사는 양반과 기생 사이의 그것인 경우가 많았다. 이도령조차 춘향의 그네 뛰는 모습만 보고도 바로 여염집 규수가 아님을 간파할 정도로 경험이 많은 인물이다. 이 상황에서 춘향은 이도령의 품성을 파악하고 그에게 미래를 약속하라는 각서를 쓰도록 요구한다. 이 각서는 이후 춘향전이 소송으로 이어지는 단초가 된다. 춘향은 재판 과정에서 당시 지배적이던 유교 윤리에 기반해 자신의 정당성을 호소하며, 이는 지배층의 사상인 유교가 사회 하층민에게까지 확산되어있음을 반증하는 모습이기도 하다.


저자는 이런 근본 설정부터 되짚기 시작해 점차 사소한 내용들에게까지 관심을 쏟는다. 당시 사람들이 머리 모양에 얼마나 신경을 썼으며 가채의 비용이 너무 높아 사회 문제로까지 번졌음을, 약속을 적은 문서가 어떤 식으로 법적 효력을 가졌는지를, 기생이 실제 어떤 대우를 받는 존재였는지를 사료를 통해 읽어준다.
저자는 이런 근본 설정부터 되짚기 시작해 점차 사소한 내용들에게까지 관심을 쏟는다. 당시 사람들이 머리 모양에 얼마나 신경을 썼으며 가체의 비용이 너무 높아 사회 문제로까지 번졌음을, 약속을 적은 문서가 어떤 식으로 법적 효력을 가졌는지를, 기생이 실제 어떤 대우를 받는 존재였는지를 사료를 통해 읽어준다.


이후 저자는 식문화, 기호품, 대중문화, 형사소송 등 조선 후기 민중들이 접했을 다양한 사례들을 춘향전에 등장하는 명칭들을 벼리삼아 풀어나간다. 특히 이도령이 아버지를 따라 서울로 가면서 춘향을 떠나려고 하자 춘향이 각서를 근거로 소송을 걸려고 하며, 소송에 지더라도 격쟁을 통해 항소하겠다는 답을 한다는 점에서, 당시 행정 체계에 대해 하층민들에게도 상당한 정보가 있었다는 것은 신선하게 다가온다. 이런 상황들은 조선시대 최대 소송 안건이었던 산송(묘지 소송) 관련 문헌들을 보면 더욱 다양하게 드러난다. 여러모로 작가는 춘향을 그다지 순종적이지 않은 당찬 여성으로 묘사하여, 역사상 가장 유명한 여성상 중 한명으로 만들어 냈다.
이후 저자는 식문화, 기호품, 대중문화, 형사소송 등 조선 후기 민중들이 접했을 다양한 사례들을 춘향전에 등장하는 명칭들을 벼리삼아 풀어나간다. 특히 이도령이 아버지를 따라 서울로 가면서 춘향을 떠나려고 하자 춘향이 각서를 근거로 소송을 걸려고 하며, 소송에 지더라도 격쟁을 통해 항소하겠다는 답을 한다는 점에서, 당시 행정 체계에 대해 하층민들에게도 상당한 정보가 있었다는 것은 신선하게 다가온다. 이런 상황들은 조선시대 최대 소송 안건이었던 산송(묘지 소송) 관련 문헌들을 보면 더욱 다양하게 드러난다. 여러모로 작가는 춘향을 그다지 순종적이지 않은 당찬 여성으로 묘사하여, 역사상 가장 유명한 여성상 중 한명으로 만들어 냈다.

2025년 9월 3일 (수) 12:55 판

1 개요

춘향이와 그의 시대 -- 조선 역사 에세이
춘향이와 그의 시대
1판 1쇄 발행 2025년 9월 1일
이윤석 지음 정철 편집
표지 디자인 yamyam 디자인 출판사 빈서재
이메일 pinkcrimson@gmail.com
ISBN 979‑11‑993582‑1‑8 (94810)

가로 128mm X 세로 188mm
360페이지. 22000원.

2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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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목차

차 례
머리말 5

서장 : 춘향과 이도령 11

제 1 장 춘향전과 연애 21
1 춘향의 신분과 외모 23
2 춘향의 헤어스타일 37
3 사랑의 각서 49
4 기생 60

제 2 장 식생활 73
1 백정과 소고기 75
2 유밀과 88
3 식사 예절 101
4 감동젓무깍두기 115

제 3 장 문화생활 129
1 담배 131
2 19세기 유행가 143
3 경치와 관광 156
4 가마 168

제 4 장 형사소송 181
1 정조의 재판 183
2 신문고와 격쟁 194
3 감옥 207
4 왈짜와 한량 220

제 5 장 제도 233
1 임금과 신하의 대화 235
2 신관사또 부임 246
3 책방과 낭청 258
4 중인과 잡과 270
5 풍수 282

제 6 장 외국 관련 295
1 비단 297
2 인삼 309
3 통역 322
4 황당선과 이양선 335

종장 : 춘향전과 한국 교육 349

4 출판사 책소개

[헤드카피]

누구나 다 읽어봤다고 생각하는 『춘향전』이지만 『춘향전』에는 아직 비밀이 많다. 누가 언제 썼는지도 모를 뿐 아니라, 당시의 보통 사람들이 알고있었던 단어임에도 지금 그 말이 어떤 뜻인지 알지 못하는 것들도 있다. 그런가하면 역사 자료로서의 『춘향전』은 아직 우리가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고전문학 연구자 이윤석은 춘향전에 담긴 단서를 활용해 그것이 실제로 무엇이었는지 알기 쉽게 설명해준다. 이 책을 읽고 『춘향전』을 읽는다면 그 이야기가 완전히 새로 보일 것이다.

[간단 소개]

저자는 춘향전이 당시 신분 격차를 어떻게 반영하고 있는지를 먼저 설명한다. 이도령은 간단하게 남원 부사의 아들이라고 묘사되지만, 춘향은 기생의 딸임에도 불구하고 기적에 이름이 없고, 뜻이 높은 여인으로 묘사된다. 압도적인 힘의 격차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순순히 복종하지 않는다는 하층민의 기개가 맞서는 긴장감이 있다. 서로에게 가진 호감과는 별개로 이 긴장이 어떻게 해소되는가가 춘향전의 핵심 내용이며, 비교적 내용이 단순한 다른 고소설과 춘향전을 구분짓는 복합적인 면모이다.

당시의 결혼은 가문 사이의 결합이었고 당사자의 의사가 크게 중요하지 않았기 때문에, 연애 감정의 묘사는 양반과 기생 사이의 그것인 경우가 많았다. 이도령조차 춘향의 그네 뛰는 모습만 보고도 바로 여염집 규수가 아님을 간파할 정도로 경험이 많은 인물이다. 이 상황에서 춘향은 이도령의 품성을 파악하고 그에게 미래를 약속하라는 각서를 쓰도록 요구한다. 이 각서는 이후 춘향전이 소송으로 이어지는 단초가 된다. 춘향은 재판 과정에서 당시 지배적이던 유교 윤리에 기반해 자신의 정당성을 호소하며, 이는 지배층의 사상인 유교가 사회 하층민에게까지 확산되어있음을 반증하는 모습이기도 하다.

저자는 이런 근본 설정부터 되짚기 시작해 점차 사소한 내용들에게까지 관심을 쏟는다. 당시 사람들이 머리 모양에 얼마나 신경을 썼으며 가체의 비용이 너무 높아 사회 문제로까지 번졌음을, 약속을 적은 문서가 어떤 식으로 법적 효력을 가졌는지를, 기생이 실제 어떤 대우를 받는 존재였는지를 사료를 통해 읽어준다.

이후 저자는 식문화, 기호품, 대중문화, 형사소송 등 조선 후기 민중들이 접했을 다양한 사례들을 춘향전에 등장하는 명칭들을 벼리삼아 풀어나간다. 특히 이도령이 아버지를 따라 서울로 가면서 춘향을 떠나려고 하자 춘향이 각서를 근거로 소송을 걸려고 하며, 소송에 지더라도 격쟁을 통해 항소하겠다는 답을 한다는 점에서, 당시 행정 체계에 대해 하층민들에게도 상당한 정보가 있었다는 것은 신선하게 다가온다. 이런 상황들은 조선시대 최대 소송 안건이었던 산송(묘지 소송) 관련 문헌들을 보면 더욱 다양하게 드러난다. 여러모로 작가는 춘향을 그다지 순종적이지 않은 당찬 여성으로 묘사하여, 역사상 가장 유명한 여성상 중 한명으로 만들어 냈다.

그리고 저자는 춘향전과 한글 소설에 대해 사실 관계에 근거한 교육이 필요함을 다시한번 강조한다. 다양한 춘향전의 판본이 있지만 그중 가장 원본에 가까운 것은 서울의 대여점에서 유통되던 세책본인 『남원고사』였다. 이후 이것이 유명해지자 상업 출판물인 방각본으로 유통되었으며 그중 가장 알려진 것이 판소리로도 번안된 『열녀춘향수절가』였다. 이후 전국적으로 알려지게 된 것은 이해조가 신소설로 번안한 『옥중화』를 신문에 연재하면서 벌어진 사건이다. 즉 기존의 설인, 판소리 사설이 먼저 있었고 이것이 소설로 정착했다는 주장은 완전히 틀렸다는 것이 저자의 결론이다. 이러한 왜곡을 바로잡기 위해 저자는 수십 년간 문헌을 직접 비교해가며 판본을 정립해왔다. 이 역사 에세이는 그 연구 과정의 한 결과물이다.

5 저자 소개

지은이 이윤석. 1949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일하다가 정년퇴임한 한국고전문학 연구자이다. 『임경업전 연구』(1985), 『홍길동전 연구』(1997), 『남원고사 원전비평』(2009), 『조선시대 상업출판』(2016) 등 10여 권의 단독 저서와 『구활자본 야담의 변이양상 연구』(2001), 『세책 고소설 연구』(2003), 『교주 소대성전』(2018) 등 20여 권의 공저가 있다. 그리고 『을지문덕』(1983), 『완역 용비어천가』(1994), 『중국의 방각본』(2020), 『조선시대 불교통사』(2020) 등의 번역서도 있다.

고소설 전문 연구자로 「홍길동전 작자 논의의 계보」(2012), 「춘향전 연구자들의 상상력」(2017), 「구운몽 작자와 원본 재론」(2020) 등 90편 정도의 논문을 썼으며, 현재도 한국 고소설 연구를 하고 있다. 홍길동전에 관한 내용을 바로잡기 위해 『‘홍길동전’의 작자는 허균이 아니다』(2018) 같은 교양서적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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