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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2월 17일 (화) 20:11 기준 최신판

1 Masterworks Tour[ | ]

Kansas20000729 신인철

1.1 # Yes @ Amsouth Amphitheatre[ | ]

Gig review by Fish (mailto:icshin@bioneer.kaist.ac.kr)

Yes @ Amsouth Amphitheatre, Nashville, TN, United States, 07/29/2000

Yes공연을 가기 전에 설레였던 마음을 보시려면 여길 click 하세요.

Ticket for Yes gig.

Yes in Nashville, 07/29/2000 *** (Masterworks tour 2000)

Kansas의 공연이 끝나고 인터미션입니다.
새무엘 아담스 맥주 한잔으로는 아무래도 부족해서 이번엔 그나마 좀더 독할것 같은 킬리암스 맥주를 역시 $6 주고 한잔 사마셨습니다.

"아무래도 티셔츠 한장 사야할것 같어.."

"그래.. 사고싶은건 사야지 뭐"

마님께서 윤허를 내리셔서 티셔츠 부스로 갔습니다.
Kansas와 Yes의 티셔츠 기타 등등을 팔고 있더군요.
Kansas의 이번 새 앨범 Somewhere to Elsewhere를 팔면 사려고 했는데 그 씨디는 보이지 않고 Yes의 Igor Koroshev와 Jon Anderson의 조인트 앨범인 True you True me가 있는것 같아서 살까 말까 망설였습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Jon/Igor의 앨범이 아니고 Igor의 솔로앨범인 Piano works더군요.
Jon/Igor의 앨범은 이번 가을에 나옵니다.
Yes 관련 홈페이지에 가서 Jon/Igor 메일링리스트에 가입하면 초판 1,000 장에 한해서 사인된 카피를 준다더군요. 재밌을것 같아서 예전에 신청했었습니다.

Yes의 새로운 Roger Dean 로고 아시죠 ?
Yesyears 박스세트때부터 사용된 동양의 인장(印章)을 흉내낸 로고..
저는 나름대로 괜찮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Close to the edge때부터 사용된 클래식 로고도 좋지만 너무 오랫동안 쓰여서 좀 지겨운 감도 없잖아 있었는데 마침 그 Yes의 새로운 로고가 새겨진 야구모자를 $25에 팔더군요.
물론 Kansas 역시 그들의 클래식 로고가 새겨진 모자를 팔고 있었습니다.

티셔츠들은 무려 $30 씩이나 하길래 '모자는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거기 모자좀 보여줘요"

"Yes or Kansas ?"

"Yes"

"Yes ?"

"Yes....eh..."

"Yes or No ?"

"Yes ^^;"

티셔츠 파는 아줌마는 이동네서 보기힘든 동양인과 농담따먹기 하는것을 즐기는것 같았습니다. ^^;

아.. 가뜩이나 머리가 큰데다가.. 6개월동안 한번도 머리를 안깎았더니 두상이 너무 커져서 모자가 안들어가더군요.
할수없이 눈물을 머금고 Yes의 야구모자를 포기했습니다.

"아깝다.. 이쁘던데. 뭐 오빠 머리가 크니까 할수 없지 "

" T.T"

Yes의 티셔츠는 몇가지가 있었습니다.
이번 House of Yes DVD에서 처음 등장한 잠자리가 Yes 새 로고와 같이 어울려 있는 티셔츠가 흑/백 두 종류로 있었고.
Yes 새 로고의 s자가 뱀으로 그려져 있는 티셔츠는 뱀이 있어서 좀 안팔리는지 다른 티셔츠보다 $2 싼 $28에 팔리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긴팔 블루진 남방 가슴팍에 Yes로고를 새겨 $ 50이나 받고 팔고 있었고 Steve Howe가 기타 가르쳐주는 interactive CD-ROM을 $ 50 정도에 팔고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무지하게 비싸네요..)
또 House of Yes DVD는 $30을 받더군요.
완전 바가지였습니다.
눈물을 머금고 잠자리 티셔츠를 하나 샀습니다.

킬리암스 흑맥주를 오른손에 왼손에는 Yes 티셔츠를 말아 쥐고 다시 공연장으로 들어섰습니다.
아까 Kansas 공연때 대마초 피우러 나갔던 옆자리 친구는 끝내 안들어오더군요. 아마 Kansas만의 팬이었나봅니다.

무대 위에는 열심히 무대 세팅이 한창입니다.
Phil Ehart의 드럼 킷을 내가고 Alan White의 드럼 킷을 들여놓고 있었습니다.
베이스 드럼에 제가 산 티셔츠와 같은 Yes의 引章 로고가 있어서 반가왔습니다.

무대 위에는 흰색 천이 무대 뒷면을 모두 가리면서 드리워져 있었습니다.
뒤에서 뭔가 진행중이라는 것을 알수 있었죠.
Tales from Topographic Oceans 투어때의 환상적인 Roger Dean 무대 디자인은 아니더라도 어느정도 기대할 만한 무대 디자인일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밤 아홉시 사십분 정도 되었습니다.
7월의 마지막 주말.
오후부터 내린 비로 공기는 깨끗하고 차가왔습니다.
칠흑같이 어두운 하늘 위로 대마초 연기, 담배연기, 그리고 녀석들 티셔츠에 쩔은 땀에서 나는 김..-_-;;이 퍼져나가고 있었습니다.

Yes의 공연입니다.
흑.. 바로 Yes의 공연입니다..
T.T

도대체 언제부터 Yes의 공연을 기다려왔는지 생각이 가물가물합니다.
Close to the edge를 처음 듣던 생각이 납니다.

LP를 도저히 구할 길이 없어서 미국에 유학간 친구누나한테 부탁해서 카셋트 테입을 받았습니다.

친구가 테입을 가지겠다고 해서 다시 눈물을 머금고 테입을 복사했습니다.
아버지가 일본서 사오신 소니 스테레오 카세트 라디오 플레이어..
안방에 자랑스럽게 올려져 있는 그녀석을 가지고 와 내가 쓰고 있던 삼성 모노 카세트 플레이어와 맞붙여 놓았습니다.

요즘 비디오 테입을 복사할때 다시한번 느낀 어쩌면 상식인데..
항상 레코드 하는쪽이 플레이하는쪽보다 좋은 기계를 쓰는편이 좋습니다. ^^;

역시 상식대로 소니에서 플레이를 시키고 삼성 모노 카세트로 녹음을 했습니다.
다른 소리가 들어가지 않게 위에 이불을 뒤집어 씌워놓았습니다.
T.T

80년 중학교 2학년때.
집에 변변한 오디오 하나 없었던 시절인것 같습니다.
아니 오디오가 있기는 있었군요.
나중에 마이크/line out 을 연결하는 잭을 사서 좀더 나은 음질로 복사를 했던것 같습니다.

학교앞 문방구 복사집에 가서 카셋테입 인렛을 복사해서 오려서 공테입에 끼워놓고 혼자서 좋아했습니다.

side 1 Close to the edge

side 2 And you and I Siberian Khatru

비록 복사한 테입이지만 눈물이 나도록 좋았었습니다.

그때부터 정확히 20년이 흘렀습니다.

빠박머리 2부갈이 중학생은 장가를 갔습니다.
그리고 어쩌다보니 조국에서 exile 당했습니다. T.T

Yes가 근처에서 공연을 한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마님과 같이 가기 위해선 마님에게 Yes의 음악을 들려줄 필요가 있습니다.

Yes의 씨디를 한장도 안가지고 온것을 후회했지만 후회는 잠시..
napster의 도움으로 하루만에 Yes Greatest Hits 씨디를 만들었습니다.

차안에서 마님에게 들려줬습니다.
마님이 이게 뭐냐고 그랬습니다..

평소 별로 아는척도 안하던 친구 누나한테 장문의 편지를 쓰고..
매일 매일 우체통을 뒤지면서 확인하고..

방문을 틀어잠그고 이불을 뒤집어 쓰고 테입을 복사하던 시절부터..

잠시 몇번의 클릭으로 해적판 씨디를 굽는 시절까지...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앞으로 또 20년이 흐르면 정말 어떻게 될까요 ?
두렵습니다..)

그때의 감동은 영원합니다.

앞으로 20년 후에도 영원할 것입니다.

장막이 걷혀졌습니다.

"와 !! 뿅간다 !!"

"우와아아아아Jmnote bot (토론) !!!"

관중들의 환호성이 장내에 퍼져갔습니다.

무대 위에는 약 높이 8 m 정도의 무척이나 Rogerdeanesque한 곡선으로 디자인 된 '흰색 천'이 여덟장 세로로 드리워져 있었습니다.

Roger Dean이 디자인 한 침실의 커튼같기도 하고 ..

Jon Anderson이 늘상 그리워하는 천상의 모습같기도 하고..

Steve Howe의 솔로앨범 Beginnings의 커버 같기도 하고

Chris Squire의 리켄버커 베이스 기타의 곡선 같기도 하고

Rick Wakeman의 망또 같기도 하고

Bill Bruford의 곱슬머리결 같기도 하고

Alan White의 우람한 팔뚝 근육 곡선 같기도 하고

Patrick Moraz의 솔로앨범 i의 i font 같기도 하고

Igor Koroshev의 새 앨범 자켓 모습 같기도 하고

Trevor Horn의 안경 모습같기도 하고

Peter Banks의 Flash앨범에서 보여줬던 여인의 곡선 같기도 하고

Billy Sherwood의 늘씬한 몸매같기도 하고

Tony Kaye의 너구리 모양 같기도 하고

Geoff Downes의 펄펄 휘날리는 옆머리 같기도 하고

Trevor Rabin의 Solly's Beard 같은 :-)

무대위의 모습이었습니다.

아직 불이 완전히 켜지지 않았습니다.
천조각 (?) 의 백그라운드에 희미한 푸른색의 조명이 들어오는 와중 Yes의 멤버들이 하나둘 씩 입장했습니다.

떠나갈듯한 함성이 앰싸우스 앰피씨어터를 둘러쌌습니다.
"우와아아아아~아악 액~~ 꺅"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미친듯한 박수로 Yes를 환영했습니다.

무대위에는 세개의 단상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가운데에는 Jon Anderson을 위한 단상이 있습니다.
관객들이 보기에 Jon의 오른쪽에 서게되는 Chris Squire의 큰 키에 상대적으로 작아보일 Jon 의 키 때문에 Jon을 위한 낮은 단이 하나 마련되어 있습니다.

관객들이 보기에 왼쪽에는 키보드 주자 Igor Koroshev를 위한 단이 하나 또 마련되어 있습니다. Jon의 단상 보다는 약간 높습니다.

관객들의 오른쪽에는 드럼킷이 설치된 가장 높은 단이 있습니다.

Jon Anderson은 아래 위 보라색 천사옷 (?)을 입고 등장했습니다.
앙드레 김이 디자인한 옷들과 비슷한 이미지를 풍깁니다.
Jon은 턱수염을 이쁘게 기른 모습으로 House of Yes 비디오에 나오는 모습과 거의 흡사합니다. Jon도 갈수록 늙어가면서 이뻐지는것 같습니다. 젊었을때 너무 장발도 잘 안어울리고 수염을 덥수룩히 기른 모습도 별로인것 같습니다.
지금정도의 적당한 수염이 잘 어울리는 Jon입니다.
그의 키는 한 174 cm정도 되는것으로 보였고 몸무게는 65 Kg 정도 나갈것으로 보였습니다.

Steve Howe는 무대의 왼쪽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ABWH 시절부터 조짐이 보이더니 이제는 완전한 내놓은 대머리가 됐습니다만.. 남은 머리에 약간 힘을 주고 올빽으로 넘긴 모습이 조금 캠플라지가 됐습니다.
연한 베이지색의 남방을 목까지 단추를 채워입고 양복바지 비슷한 짙은색의 바지를 입고 나왔습니다.
178 cm 에 60 Kg정도 될것으로 보였습니다.

"저 아저씨는 너무 동네 아저씨 같어 "

"좀 그렇지 ? 그래도 멋있잖아.."

"멋있나 ??"

스티브 하우의 멋있음을 알려면 아무래도 세월이 좀 필요할것 같았습니다.

"와 !! 크리스 !!!"

Chris Squire, Yes의 유일한 마초 가이..가 등장했습니다.
187 cm 95 Kg 정도로 보였습니다.
살이 많이 빠져서 균형이 잡힌 몸매로 변해 있었습니다.
90125 투어때는 거의 130 Kg 정도로 보였습니다만 살이 조금씩 조금씩 빠지더니..
지금은 거의 정상으로 돌아왔습니다.

" 으하.. 저 아저씨 바지좀 봐 !!"

" 음 정말 깬다 "

으하. Chris는 쫄바지를 입고 있었습니다.
정말 딱 달라붙는..
샤프심 하나도 들어가지 않을정도의 검은색 쫄바지를 입고 있었습니다.
Billy Sherwood의 탈퇴로 무대위의 '볼거리' 즉 뭐 '꽃미남' 내지는 '젊은 남자' 내지는 '섹스어필'이 없어지게 되자...
Chris Squire가 몸소 나서 십자가를 지게 된것 같습니다.

'그래 트레버 래빈도 탈퇴한지 오래.. 빌리도 탈퇴했고 이고르.. 저 친구는 아직 촌티를 못벗었으니..
내가 여성팬을 달랠수밖에..'

분명 Chris는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것 같았습니다.
쫄바지라니요.. 으하..
그동안 헐렁한 칠부바지를 무대위에서 즐겨입던 그의 놀라운 섹시가이로의 변신 !!은 그의 날씬해진 몸매만큼이나 충격적이었습니다.

검은색 쫄바지와 짧은 올빽 머리.. 흰색 셔츠와 흰색 리켄버커 베이스.
살이 디룩디룩쪄서 목이 안보이던 예전의 Chris가 아니었습니다.
비디오로 본 작년 공연 모습보다 더 날씬해졌습니다. 정말 보기 좋았습니다.

동유럽에서 온 아름다운 청년 Igor..
키보드 플레이어는 촌스럽던지 젊던지, 세련됐던지, 늙었던지 모두 조금씩의 왕자병이 있는것 같습니다.
오리지날 왕자의 원조 Rick Wakeman의 반짝이 망또가 왕자병의 상징으로 아직 많은 프록 팬들의 기억에 남아있구요..
반짝이 남방 앞자락을 풀어헤치고 숱많은 가슴털을 자랑하며 키보드를 흔들던 Keith Emerson의 모습또한 왕자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Igor 역시 선배들의 뒤를 따라 무척 부티나는 광택이 찬란한 실크 블라우스를 입고 등장했습니다.
소년같은 동구권 출신 특유의 순진한 미소.
어설프게 머리를 길렀을때보다 훨씬 예뻐보였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영원한 털털한 아저씨 Alan White, 정말 멋있게 벗겨진 앞머리에 하늘하늘 기른 뒷머리를 날리며 검은 런닝에 검은 쫄반바지 (이건 나중에 확인했습니다)를 입고 드럼킷 뒤에 주저앉았습니다.

"하하 저 아저씨도 비디오에서 보던거랑 똑같이 생겼네"

마님은 너무나 당연한 말을 하고 있었습니다. ^^; Ramshackled 같은 솔로앨범을 발표할 시절이나..
Live at QPR 등에서의 젊은 모습만을 보다가 Union 투어의 모습을 보고 꽤나 많이 늙은 모습에 많이도 놀랐었지만 이제는 그의 시원하게 벗어진 머리가.. 중후한 몸집이 웬지 믿음이 가고 맘에 듭니다.
나이가 들어서도 Bill Bruford 처럼 살도 안찌고 꼬장꼬장한 모습보다는 Alan White같은 후덕한 인상을 갖는것이 개인적으로는 훨씬 좋다고 생각합니다.

'노란색에서 초록색으로 변하는 색깔'

예전에 파스텔님이 예바동 초창기에 진행했던 Yes poll (아마 단 네명만 참가했었던가 그랬죠 ? :-))
에서 Yes를 상징하는 색깔로 어떤 분이 말씀해주셨던 바로 그색입니다.

Close to the edge가 시작됐습니다.
천상의 노이즈가 깔리면서...
무대위의 흰색 커튼에는 바로.. 그 '노란색에서 초록색으로 변하는 색깔'의 조명이 가득 찼습니다.

"아 드디어 close to the edge의 라이브를 보는구나"

눈물이 핑돌았습니다.

Close to the edge 테입을 보내줬던 친구의 누나의 동생..
그러니까 친구..와 내가 복사를 하나 더 해서 주었던 또다른 친구.. 그리고 나머지 별 볼일없는 친구 서넛과 같이 떠났던.. 대학교 1학년 여름때의 지리산 산행이 생각났습니다.

계곡가에서 야영을 하면서 캡틴큐와 네홉짜리 소주 (아 요즘은 보기 힘든 단위네요..
네홉짜리 유리병에 든 소주 참 괜찮았는데... ^^;)를 마시다가 완전 맛이간 그친구와 또다른친구와 나는.. Queen의 don't stop me now를 부르다..
뭐를 부르다.. 부르다.. Yes의 close to the edge를 목이 째지라 같이 부르면서 놀았습니다.
물론 엉터리 가사에.. 나는 입으로 스티브하우의 기타를 흉내내고..
"삐롱 삐롱 삐용용"
한친구는 입으로 크리스의 베이스를 흉내내고 "띵따당띵 땅.."
또 다른 친구는 존의 보컬을 엉터리로 따라부르고 ..
"클로스투디엣지 다운바이더 코너 씨즌스윌패스유바이~~"
릭웨이크먼의 솔로 부분은 내가 다시 했던것 같습니다.
"삐리리 삐 삐릿삐릿삐릿 삐릿 빠라빠..."
아름다운 열아홉살 지리산의 추억이 생각났습니다.

또 지난 겨울 바동의 챠우님과 일본에서 놀러온 柴多 형과 홍대앞 술집 Yes (마이도스의 봉수님이 갈쳐주셨죠..)에서 맛이가서 따라불렀던 close to the edge도 생각났습니다. ^^;

라이브 한번 제대로 본적이 없어서 옛 라이브의 추억이라고는 술먹고 (얼만큼 맛이갔으면 close to the edge 같은걸 부르겠습니까.. ^^;) 자신이 직접 한 셀프 라이브 밖에 기억할수 없었던 소외된 한국의 Yes 팬의 모습이었습니다.

어쨌든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Steve의 기타가 시작됐습니다.
"삐롱 삐롱 삐롱 삐롱 삐롱 삐롱"
아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와중에도 머리속에서 그 복잡한 불협화음이 마구 맴돌고 있습니다.

시시각각으로 바뀌는 조명이 갑자기 멎더니 "아"
하는 코러스가 나왔습니다.
Jon과 Chris, Steve가 같이 하는 코러스 입니다. 삼십년가까이 지난 지금 들어도 신선한 프로그레시브니스 :-) 입니다.
Triumvirat가 Mr. 10 %에서 흉내내기도 했죠.

무대 뒤쪽 벽앞에 드리워진 흰색 커튼 위에는 노란색 조명이 비추워지고 벽과 멤버들 사이에 쳐진 여덟장의 조각 커튼 위로는 파란색에서 초록색으로 변하는 조명이 비추어졌습니다.
Close to the edge의 자켓 그림 (?)을 연상시켰습니다.

Jon의 보컬이 시작되기 전까지는 내가 Close to the edge의 라이브를 보고 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습니다.
아 혹시 라이브 비디오를 보고 있는것 아닐까.
설마 꿈을 꾸고 있는건 아니겠지.

과장이 아닙니다.
몇십년을 기다려온 라이브 인가요.
너무나 기대하던 오랫동안 소원하던 일이 갑자기 눈앞에서 벌어지면 잠시나마 눈을 의심하게 됩니다.

예전에 80년대 중반, 오락실에서 100원짜리 전자슬로트 머신이 유행하던 시절. 서울역 앞 오락실에서 삼만원짜리 잭팟

BAR BAR BAR BAR BAR BAR BAR BAR BAR

를 터뜨렸을때처럼 눈앞에 펼쳐지는 상황이 믿어지지 않았습니다.

A seasoned witch could call you from the depths of your disgrace, And rearrange your liver to the solid mental grace, And achieve it all with music that came quickly from afar, Then taste the fruit of man recorded losing all against the hour.
And assessing points to nowhere, leading ev'ry single one.
A dewdrop can exalt us like the music of the sun, And take away the plain in which we move, And choose the course you're running.

Jon Anderson의 보컬은 정말 그 오랜세월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변함이 없었습니다. 그 나이에도 그렇게 아름다운 목소리를 계속 가지고 있을수 있다는것이 정말 놀라왔습니다.

I get up. I get down의 부분입니다.
조명이 다 꺼지고 Jon Anderson을 비추는 스팟라잇만이 하얗게 작열합니다.
코러스를 부르는 Steve와 Chris의 모습도 비쳐줍니다.

In her white lace You can clearly see the lady sadly looking.
Saying that she'd take the blame For the crucifixion of her own domain.

"I get downJmnote bot (토론)!!!"
과연 저 high note를 소화해 낼 수 있을까 조금은 우려했지만 전혀 무리없이 끝까지 잘 올라갑니다.
Jon은 정말 대단한 보컬리스트 입니다.

Yes의 음악을 처음 듣던 시절이 생각납니다.
Robert Plant, Ian Gillan의 보컬에 익숙해있던 시절 Jon Anderson은 너무 여성스럽고 Rock음악에 어울리지 않는 보컬이라 잠시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아니었습니다.
그의 테너보컬은 정말 문자그대로 '외유내강형' 입니다.
Steve, Igor, Alan, Chris가 뿜어내는 꽉찬 'plugged sound'
속에서도 전혀 파묻히지 않고 죽지 않고 빛을 발합니다.

I get up I get down이 끝나고 Igor의 키보드가 부챗살처럼 깔리면서 다시 처음의 주제가 반복됩니다 반복의 아름다움. 다른분들도 그러시겠지만 저도 이러한 대곡에서 메인theme의 반복에서 오는 감동..
을 무척 좋아합니다. 뭐 recurred theme은 프록의 cliche처럼 받아들여지기도 하지만요...

배경에 쳐져있는 커튼위로 끊임없이 'Yes적인'
조명이 쏟아집니다. 파아란 바닷물결같은 조명위로 파도와 같은 웨이브가 하늘하늘 아롱져 날아다닙니다.

레몬빛 조명을 받은 Igor는 때로는 그의 오른편에 걸린 심벌즈를, 때로는 자신의 건반을 때리면서 흐뭇한 미소를 날립니다.

심홍빛 조명을 받은 Alan은 무척이나 간단하게 복잡한 리듬을 소화해 내며 여유있는 웃음을 흘립니다.

청록색 조명을 받고있는 Steve는 너무나 진지하게 마치 음대 실기시험 보는 고삼학생처럼 연주합니다.
그의 미소를 기대하기에는 그의 연주는 항상 너무 진지합니다.

반면 신이 잔뜩 난 Chris는 조명의 바깥으로 나오기 위해 몸부림 치는듯이 보입니다.
그 무거운 리켄버커 베이스를 자유자재로 돌리면서 무대앞으로 뛰쳐나와 환호하는 팬들에게 무척이나 '오바하는' 연주를 들려줍니다.
그의 오바를 항상 따라해주던 Billy Sherwood가 이제는 곁에 없지만 그렇다고 기죽을 Chris가 아닙니다.
그는 조명에서 벗어나고 싶었지만 조명은 끊임없이 그를 따라다닙니다.

"베이스 기타 치는 아저씨가 캔서스 때하고는 굉장히 틀리네"

"그렇지 ? 저 사람이 베이스 주자의 지위를 올려놓았다고도 할 수 있는 인물야."

Close to the edge가 20분이 넘는 연주시간 (오리지널은 18분 남짓)
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짧은 곡' 처럼 끝났다면 구태의연한 표현일까요 ?
그 '우주 최고의 심포닉 락'은 fade in 되어 자연스럽게 찾아왔드시 fade out 되면서 떠나갔습니다.

말들이 많았습니다.
Close to the edge를 오프닝 곡으로 쓴것은 좀 모험이 아니냐..
좀 워밍업이 필요하지 않았겠느냐.. 뭐 그런..
저도 일견 공감합니다.
내 인생 최고의 싱글 (i mean really) Close to the edge를 컨서트의 첫곡으로 듣는다는것은.. 글쎄요..
토요일 일요일 주말 내내 방에서 티비만 보다가 뒹굴다 갑자기 캐리비안 비치에 뛰어들어 20분동안 수영을 하는거랑 비슷하다고나 할까요 ? 너무나 갑자기 큰 충격이라 처음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렸습니다.

역시 내야석을 가득 메운 Yes의 팬들.
아마도 대부분 나처럼 Close to the edge를 첫곡으로 한다는것을 알고 왔겠지만, 마음의 준비를 하고 왔었겠지만..
곡이 끝났슴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충격에서 못벗어난 어리벙벙한 표정입니다.

정신을 차리기 위해 약 3초 정도의 시간이 소요됐습니다.
엄청난 박수갈채가 쏟아졌습니다.

"우와아아아아아아아 헉헉 으아아악Jmnote bot (토론)"

"왜 그래 미쳤어 ?"

"우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Jmnote bot (토론)!!!!!"

Close to the edge의 라이브가 끝났다는 사실이 너무나 아쉬웠습니다.

황망히 아쉬움을 달래고 있을때 Jon Anderson이 보라색 천사옷을 입고 무대앞으로 사뿐 사뿐 걸어나왔습니다.
뭔가 인사라도 한마디 할줄 알았는데.. 대뜸 그는..

" Speak to me of summer,"
" long winters longer than time can remember,"

" The setting up of other roads, to travel on in old accustomed ways."
" I still remember the talks by the water, the proud sons and daughter that,"
" Knew the knowledge of the land, that spoke to me in sweet accustomed ways."

라고 중얼대기 시작했습니다. 아주 천천히요..
마치 주문을 외우듯이..

단박에 Starship Trooper의 가사라는것을 알 수 있었지만 쉽게 알아차린 친구들은 얼마 안되는것 같았습니다.
공연장에 와서도 '엘리트 팬' 에 속하는 내자신이 참 자랑스러웠습니다. 하핫..^^;

"OK, this is Starship Trooper !!!"

"삐료뵤롱 뿅...."

Steve의 기타로 3집 The Yes Album의 곡 '스타쉽 트루퍼'가 시작됐습니다.

첫곡 Close to the edge가 Yes 그룹으로서의 모든것을 보여주었고 Igor의 Rick Wakeman의 대타가 아닌 정식 Yes 멤버로서의 능력을 재삼확인시켜주었다면..
두번째곡 Starship Trooper는 Chris Squire를 위한 곡이었습니다.
뒤이어 Chris는 Ritual에서도 정열적인 베이스 솔로를 들려주는데요 Starship Trooper에서도 역시 Yes의 적어도 S자 하나는 'S'quire의 것이다.. Yes의 1/3은 Chris Squire이다...
라는것을 보여주었습니다.
(Yes의 1/3은 Squire, 1/3은 Anderson, 1/3은 Howe, 1/4는 Wakeman, 1/4는 White, Bruford는 1/5, Rabin은 1/6,.. 어쨌든 Yes는 항상 1 이상인 밴드입니다. ^^)

스튜디오 곡에서도 Starship Trooper는 Chris 의 베이스가 무척 강조된 곡입니다. 하지만 이 라이브에서는 아예 Chris의 베이스를 위한 곡이라고 해도 될 정도 였습니다.

Knew the knowledge of the land, that spoke to me in sweet accustomed ways.

Jon의 보컬이 끝나면 Fragile 앨범에서 보여줄 Fish와 비슷한 멜로디가 나오면서 Chris의 베이스 솔로가 시작할 낌새를 보여줍니다. Steve는 자글자글 가려운곳을 긁어주는 리듬기타로 Chris의 베이스 솔로를 받혀줍니다.

쫄바지를 입은 Chris가 리켄버커 베이스를 가볍게 들고 무대 앞으로 나섰습니다.

"우오아아아아아아아아~~!!!!!"

골든써클, 앞에서 열줄안에 앉은 녀석들, 부러운 녀석들이 함성을 지르면서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Chris도 자신의 충실한 팬들이 무척 만족스러운지 만면에 미소를 가득 머금고 펄쩍 펄쩍 뛰다가, 베이스를 번쩍 치켜들다가..
무대 앞으로 다가가다가.. 고의로 플레이에 딜레이를 넣기도 하고..
손을들어 박수를 유도하기도 하고.. 온갖 종류의 재롱을 다 보여줍니다.

베이스의 솔로라는것은 졸리게 마련.. 이라고 오래전에 John Wetton이 말했습니다. 하지만 Chris처럼 쇼맨쉽을 섞어서 하면 전혀 졸리지 않습니다.

살이빠지도 쫄바지를 입어 더욱더 섹시해진 Chris, 젊었을때 마른 모습은 웬지 Fish (Chris Squire의 별명도 Fish입니다.) 중에서도 학꽁치나 칼치, 내지는 비쩍 마른 해마처럼 보였으나.. 지금은 살이 잘 오른 Bass (농어)나 잉어, 내지는 검은옷 덕에 가물치나 메기를 연상시킵니다.
아주 건강해 보이는 모습입니다.

"우와아아아아아아~~ !!!!"

무대 오른쪽 Chris Squire와 가까이 앉은 팬들이 모두 일어나서 기립박수를 했습니다. 엉덩이가 무거운 내 앞의 앞줄에 앉아있던 50대 중반의 대머리 아저씨도 이젠 더 이상 못참겠는지 무거운 몸을 일으켜 서서 박수를 보냈습니다.
뒷줄에 아버지와 같이 앉아있던 12 살 정도의 소년이 말했습니다.

" That guy kicks ass !!"

그전에 아버지와 중얼거리는걸 엿들은 바로는 Yes팬을 아버지로 둔 탓에 전혀 듣도보도 못한 할아버지 밴드의 공연을 보러 온 운좋은 소년같았습니다.
팬티가 다 보이도록 힙합바지를 흘러내려 입은 그 녀석조차 ..
Chris Squire의 쇼맨쉽과 '활화산 같은' 베이스 플레이에 감명받은 모양입니다.

"아.. 고마와 고마와.. 여러분.."

Starship Trooper가 끝나자 Jon Anderson이 예의 귀여운 미소를 흠뻑 머금고 마이크 앞에 다시 섰습니다.

" 오늘밤은 정말 대단한 날인것 같아. 내쉬빌의 이렇게 열성적인 팬들을 다시 만나게 되어 정말 반가와.."

나중에 이친구 저사람 하는 말들을 들어보니 내쉬빌이 그동안 전통적으로 Yes팬들이 비교적 많은 미국의 도시중 하나라더군요.
역시 예상밖으로 Yes의 진정한 팬들을 많이 볼수 있었고 (진정한 팬.. 이라 함은 그냥 단순한 의민데요.. 적어도 오늘 연주된 곡목은 다 알고 있고.. 그냥 맥주나 마시고 대마초나 피우러 온 그런 캐쥬얼 팬들과 상반된 의미입니다.)
그들의 조금은 경직된 자세 조차 Yes 팬들이 Yes의 음악을 appreciation하는 독특한 특징임을 이해할 수 있었서요.

"정말 고마와. 당신들 너무나 멋져."

Jon Anderson은 양쪽 손을 원을 그리며 돌리면서 귀여운 제스쳐를 다시 했습니다.

"하아.. 저 아저씨 너무 귀엽다. 옷 색깔도 잘 어울리고."

"그렇지 보라색 옷이 어울릴 50대 아저씬 Jon Anderson뿐일거야. ^^;"

"저 아저씨 몇살인데 ?"

"음 44년생이니까 우리나라 나이로 쉰 일곱이네."

"베이스 치는 아저씨는 ?"

"아마 48년생, 쉰 셋일거야."

"저 기타치는 대머리 영감은 ?"

"47년생. 쉰 넷 !"

"키보드 치는 젊은 애는 ?"

"나랑 비슷한 나이일걸 ? 66년생이던가 ?"

"드럼 치는 아저씨는 환갑 넘은거 아냐 ?"

"아마 베이스 아저씨랑 나이가 같을거야."

잠시 우리 주변의 쉰일곱, 쉰 넷, 쉰 셋 의 아저씨들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정말 고마와. 아..하늘이 너무 멋져"

"우와아아아아아아아악 ~~!!!!"

"헤이 존  !!!"

나도 잠깐 Jon 의 이름을 한번 불러보았습니다.
환갑 가까운 아저씨의 이름을 부르기 조금 미안했지만 그는 너무나 젊어보였습니다.
만약에 Jon Anderson이 나이가 들면서 Phil Collins처럼 머리가 빠졌다던가 Meat Loaf 처럼 살이 쪘다면 (Loaf는 도리어 예전보다 날씬해졌지만요..)
지금의 공연 분위기가 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Jon 'God' Anderson은 Yes라는 starship을 32년동안 이끌어 온 ..
Foreveryoungsacredheartsoundsoulholyspirit의 saint 처럼 보였습니다.

약물/sex/폭력이 난무하는 bad guys들의 rock'n'roll 세계에서 그의 도도하고 고고한 모습은..
그가 입고있는 보라색 천사옷처럼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이번에도 역시 긴 곡을 할께.
게이츠 어브 델리리움..."

"우와아아아아아악 !!!!!"

다시한번 엄청난 함성이 공연장 전체를 뒤덮었습니다.

Steve의 스틸기타의 노련한 솜씨를 확인할 수 있는 순간이 왔다는 사실에 뒤통수, 연수, 척수, 꼬리뼈까지 싸늘한 전율이 흘러갔습니다.

"이게 세번째 곡이야."

"벌써 거의 사십오분이 지나 가는데 ?"

"응 첫곡 이십분 좀 넘었고 두번째곡도 뒤에 솔로가 길었잖아.
원래는 십분짜리 곡인데. 라이브에선 이렇게 길게 하기도 해.
그게 라이브의 매력이기도 하고"

내가 생각해도 참으로 친절한 해설이었습니다. :-)

정말 녹음 장비를 들고 들어오지 않은것이 아쉬웠습니다.
'Starship Trooper'의 20분짜리 버젼은 충분히 녹음할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었는데요..

저번 Roger Waters의 공연때처럼 '센터까기' 가 심하지도 않았고. 맘만 먹으면 충분히 조그만 엠디레코더를 모자속이나 팬티속에 숨겨올 수 있었을것 같습니다.
일단은 엠디 레코더를 사야겠지만요. ^^;

무대 전체가 붉은색으로 물들었습니다.
1974년작, Relayer 앨범의 Side A를 가득 채우고 있던 대곡.
Gates of Delirium이 시작되었습니다.

예전에 C모 상업 비비에스의 C모 동호회에서 알게된 한 친구의 말이 떠올랐습니다.

"형.. 형 !! Yes의 Relayer 형 말듣고 샀는데요.."

"응.. 죽이지 ?"

"어... 정말예요.. 으 Dream Theater가 하고 있는건 20년전에 Yes가 미리 다 해놓은 거네요. 아.. 너무 멋있어요."

Steve의 날카로운 기타 플레이가 시작됐습니다.
옆에 roadie들이 계속 기타를 바꾸어 줍니다.

Stand and fight we do consider Reminded of an inner pact between us That's seen as we go And ride there In motion To fields in debts of honor Defending

Stand the marchers soaring talons, Peaceful lives will not deliver freedom, Fighting we know, Destroy oppression The point to reaction As leaders look to you Attacking

미국에 있던 친척을 통해 천신만고끝에 구한 Relayer 엘피가 생각났습니다.
그 모노톤 자켓.
또아리를 틀고 있는 뱀.
Gothic-styled cave라고 설명했던 Roger Dean 말을 타고 어딘가로 향하고 있는 전사들.
톨스토이에게 영감을 받아 만들었다고들 하는 가사. ^^;

전쟁을 다루고 있는것 처럼 보이는 가사답게 무대는 온통 핏빛으로 물들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진한 선홍빛 스팟라잇은 Steve Howe에게 집중되었습니다.

Jon Anderson은 천사의 표정을 짓고 천사의 율동을 하면서 천사의 대화를 관중과 나누며 계속 천사의 미소를 흘리고 있지만..

Chris Squire는 거의 개그맨 수준으로 무대를 휘어잡고 있지만..

Alan White는 비록 땀을 뻘뻘 흘리고는 있어도 다른 멤버들과 끊임없이 눈인사를 교환하며 가끔씩 파안대소를 흘리지만..

Igor 조차 한손으로는 키보드 연주, 한손으로는 심벌즈를 연주하며 이제는 완전한 Yes 의 키보드주자로서 자신만만한 웃음을 보이지만.

Steve Howe는 아침에 먹은 베이글 샌드위치가 잘못됐는지 노상 웃음한번 띄우지 않고 인상을 긁어대면서 연주합니다.
전혀 다른 멤버들을 쳐다보면서 웃음을 교환하지도 않고 옆으로 눈을 돌려 Jon Anderson을 쳐다보는 일도 없이, 뒤로 고개를 돌려 젊은 친구 Igor가 잘 하고 있나 확인하는 일도 없이 진지하게 기타 프렛만을 쳐다보면서.
그리고 관객과 눈 맞추기도 두려운지 약간 촛점없는 눈으로 가끔 객석을 응시할 뿐.

역시 전형적인 고전 기타 주법인 '왼손의 엄지가 넥 뒤에 숨어있는 포지션'
으로 진지하게 기타를 연주합니다. (Steve Howe를 설명할때 다들 잘 써먹는 문구죠 ? :-P)

Steve의 이러한 '진지한 하지만 썰렁한' 무대 매너에 대해서는 진작부터 말이 많았나봅니다.
Asia시절, 신나는 pop/rock을 연주하면서도 Steve는 그렇게 부지런한 액션을 보여주지는 않았고 Yes에서도 특히 owner of a lonely heart의 앞부분을 연주할때는 거의 죽은사람처럼 인상을 쓰고 있기도 했습니다.

글쎄요. 갑자기 'Greg Lake의 반항' 사건이 생각납니다.
John Wetton이 잠시 탈퇴했던 Asia에 가입한 Greg Lake 일본공연을 앞두고 매니저 및 Geoff Downes와 심각한 말다툼을 하게 되죠.

"Heat of the moment는 너무 팝적인 곡이라 부르기 싫어"

"그래도 불러 !!"

"안 부를래 !!"

"그러면 Asia엔 가입을 왜했어 !!"

"Carl (Palmer)가 꼬시길래..."

그는 어쩔수없이 Heat of the moment를 부르기로 사인하고 우리는 Asia 공연 비디오 테입에서 Greg Lake가 입이 삐쭉 나와서 Heat of the moment를 부르는 장면을 볼 수 있었죠.

Steve Howe의 얼굴, 특히 owner of a lonely heart를 연주할때의 얼굴은 비디오에서 몇 번 봤지만 거의 x씹은 얼굴 그 자체였습니다.
그래서 Steve Howe의 'owner of a lonely heart' 의 x씹은 표정은 'Greg Lake의 heat of the moment에서의 x씹은 표정'과 같은 맥락으로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어요.
Steve는 Asia 때문에 바빴던 자기를 쏙 빼놓고 남아프리카 출신의 Trevor Rabin을 영입하여 재결성된 90125 Yes의 (90125, 앨범의 발매 번호죠. 60년대 후반 Yes라는 그룹 이름이 무척이나 신선했듯이 80년대 초반 90125라는 앨범 타이틀도 무척 프로그레시브하다고 생각했어요.) 히트 싱글 owner of a lonely heart가 맘에 들지 않은게 아니고.. 역시.. 무대위에서 웃음 한번 짓지 못하는 원래 그런 타입의 인간이었던거에요.

대부분 오랜 Steve의 팬들은 Steve가 '원래 그런 사람'이라는데 의견을 같이 하는 것 같았습니다.
정말로 그는 기타를 치면서는 다른 일을 못하는 사람인 것 같습니다.
관중을 향해 미소한번 보낼 줄 모릅니다.
Jon Anderson이 탬버린을 들고 가까이 와도 30년 넘게 같이 한 밴드메이트에게 친절한 표정 한번 짓지 못하는 사람입니다.
그렇게 진지한 Steve가 Yes의 최고로 강력한 곡 The gates of delirium을 연주하고 있습니다.

무척이나 복잡한 곡.
한 소절도 틀리지 않고 한 음도 틀리지 않고 정확히 연주해 내고 있습니다.
무척이나 하드한 곡의 중반부가 끝날 때 쯤 Roadie가 Steve의 Fender steel slide guitar를 무대에 들고 나왔습니다.

"어 저게 뭐야 ? 가야금 같은 거 ?"

"응 저것도 기타야.. 눕혀서 치는 기타"

"어 가야금에서 영향을 받은건가부지 ?"

"음 ..이름이 뭐더라 저런 걸 뭐라고 부르는데.."

'눕혀서 치는 기타'의 이름은 아직도 생각이 안납니다. ^^; Steve는 왼손 손가락에 쇠 파이프를 끼우고 슬라이드 기타를 연주하기 시작했습니다.
The gates of delirium 후반의 환상적인 슬라이드 기타 연주.
더욱더 새빨갛게 물든 조명이 Steve Howe를 에워쌌습니다.
너무나 기계처럼 정확하게 연주를 해주는 Steve, Patrick Moraz의 파트를 충분히 자기 것으로 소화해주고 있는 Igor, Chris와 Alan의 리듬파트도 전혀 흠잡을 곳 없는 완벽한 연주를 소화해 주고 있습니다.
다중악기 주자 (?) Jon Anderson은 중앙 무대, 자신의 무대위에 올려져 있는 각종 타악기를 두드리며 노래를 부르지 않을때도 무척이나 바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Deseo등의 솔로 앨범에서 남미 음악을 시도한 Jon Anderson, Yes를 잠시 탈퇴했을 때 Animation등의 솔로앨범에서 아프리카 아시아 등의 제 3세계 리듬을 많이 차용했었던 그답게 신기하게 생긴 타악기들을 많이 들고 다닙니다.
종이인지 가죽인지 봉지 안에 나무 구슬이 들어있어 부드러운 소리를 내어주는 타악기.
칼국수를 밀 때 쓰는 나무 방망이 한쌍 헬스클럽에서 아령대신 쓰면 딱 좋을 것 같은 쇠몽둥이 한쌍.
갖가지 크기의 탬버린.
Jon은 노래부르지 않을때도 전혀 심심하지 않습니다.
다른 보컬리스트라면, 물을 마시러, 담배 한대 피우러 백스테이지로 들어갈만도 한데..
Jon은 정말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다 보여줍니다'

정말 '하드했던' The gates of delirium의 중반부가 끝나고 'Soon' 파트가 시작되었습니다.
무대의 불은 모두 꺼지고 은은하게 비추어지는 오렌지색 조명을 배경으로 Jon과 Steve가 스팟라잇을 받고 있습니다.

Soon, oh soon the light, Pass within and soothe this endless night And wait here for you, Our reason to be here.

지겹도록 들은 표현 '천상의 목소리'
Jon Anderson의 목소리를 표현할 때 주로 쓰는 지겨운 표현입니다.
하지만. '천상의 목소리' 만큼 그의 목소리를 쉽게 설명해 줄 수 있는 단어가 또 있을까요 ?

고등학교때 Jon Anderson과 Vangelis의 듀엣앨범 The Friends of Mr. Cairo가 성시완씨의 '음악이 흐르는 밤에'
덕분에 유명해져서 친구들과 같이 즐겨 듣고 있었습니다.
성음 레코드에서 라이센스로도 나오구요.. ^^

(아마 82년도 최고의 인기곡으로 뽑혔을거에요 연말 애청자 poll에서 스물 몇표를 받아서.. ^^; 아.. 서른 몇표던가요 ?
요즘 전영혁씨 방송에서 연말결산때 나오는 poll수와는 몇 백배의 차이가 나죠 ?
그만큼 음악 매니어의 숫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는 얘기가 되겠네요.)

당시 Yes의 팬이었던 한 친구 (close to the edge를 사준 누나 동생)과 또 다른 한 친구 (송골매의 팬이었던)는 내기를 했습니다.

      • The Friends of Mr. Cairo is playing ***

송골매: 이건 여자목소리야 !!
Yes팬친구: 아냐 남자야.
송골매: 내기 하자 !! 만원 내기 !! (만원은 당시 강북 중산층 고등 보름치 용돈)
Yes팬친구: (으 할까 말까....) 음..
송골매: 자신 없어 ? 저게 어케 남자 목소리냐.. 자신 없으면 말고..
Yes팬친구: 야.. 자신 없는게 아니라..
송골매: 그럼 뭐야  ?
Yes팬친구: 내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내기가 성립이 안된다고 생각해..
송골매: 웃기네 쉬키.. 자신없으면 없다고 할것이지..
Yes팬친구: 음.. 내가 말을 말자.

난 Yes팬친구의 저 성숙한 의리있는 친구로서의 자세.
팬으로서의 자세. 그리고 갬블러 로서의 의연한 자세가 20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항상 교훈으로 떠오릅니다.

송골매 친구가 100 % 확신하고 착각했을 정도로 Jon Anderson의 목소리는 아름다웠었고 지금도 아름답고 앞으로도 아름다울 것입니다.

Soon, oh soon the time, All we move to gain will reach and calm; Our heart is open, Our reason to be here.

Long ago, set into rhyme.
Soon, oh soon the light, Ours to shape for all time, Ours the right; The sun will lead us, Our reason to be here.

우리가 여기 있는 이유.
Yes가 여기 앰사우스 앰피씨어터에 있는 이유는 우리 팬들을 위해서 입니다.

그러한 가사 내용을 상기시키듯이 Jon은 마지막 이 구절을 부를 때 손을 벌려 관중들을 감싸안듯이 내밀었습니다.
Steve의 스틸 기타도 조용히 울리며 곡의 끝을 알렸습니다.

"우와아아아악 !!!!"
다시한번 관중들은 20년넘게 라이브로 듣지 못했던 이 Epic의 끝을 우뢰와 같은 박수와 함성으로 아쉬워 했습니다.

전에도 말씀드렸듯이 이번 Masterworks 투어의 조금은 황당한 대곡위주의 셋 리스트는 '인터넷 때문에 커진 다이하드 팬들의 보이스'에 의한 것입니다.

이번 공연 때 꼭 듣고 싶은 Yes의 곡.
언제나 The gates of delirium과 The Ritual이 1위와 2위로 인터넷 팬 폴 결과로 나왔었기 때문에 이들은 이런 '무모한' 셋리스트를 기획했고......
실제적으로 이번 공연은 대단한 성공을 거두고 있습니다.

무대위에 모든 불이 다 꺼졌습니다.
무척이나 힘들게 땀을 빼면서 연주를 한 탓인지 다들 백스테이지로 들어갔습니다.
열시 반이 넘었습니다.
7월의 마지막 주말. 오후에 몰아친 천둥번개가 어느 정도 열기를 씻어갔지만 공연장은 관중들과 무대위의 열기로 젖은 바닥에서 김이 모락모락 날 정도입니다.
한시간 가까이 지났는데 이제 세번째 곡이 끝나고 네번째 곡이 시작될 차례입니다.

Steve Howe가 스팟라잇을 받으면서 무대 왼쪽에서 어쿠스틱 기타를 메고 등장했습니다.
"와아아아아아Jmnote bot (토론)!!!!"
Clap이나 Mood for a day, GTR 시절이라면 sketches in the sun을 연주할때의 분위기가 이랬었을까요 ?

Steve Howe의 어쿠스틱 기타 솔로를 기대하는 팬들의 발악에 가까운 환호성이 그를 비추고 있는 스팟라잇처럼 Steve Howe에게 꽂혔습니다.
Tales from Topographic Oceans 앨범의 세번째 사이드를 가득 메우고 있던 The Ancients: giants under the sun중 일부분인 'Leaves of Green'이 연주될 차례입니다.
예전 월간팝송 시절 전영혁씨가 Steve Howe를 묘사하기 위해 잘 썼던 표현들이 줄줄이 생각났습니다.
'철저하게 계산된 이성적인 연주..'
'블루스 스케일을 배제한 논리적인 플레이..'
'정통 클래식 기타 주법을 계승한 엄지가 네크 뒤로 돌아가 있는 스타일..'

이성적인 연주인지 블루스 스케일이 정말 전혀 안 쓰이는건지 잘은 모르겠지만 진지하고 오버하지 않는 정말 멋있는 그의 솔로였습니다.

82년 지구레코드에서 발매되었던 Asia의 엘피 해설지에도 역시 전영혁씨가 같은 문구를 써줬던 것이 기억납니다. 무슨 평론가 평가에서 100점 만점을 받았다나 당시엔 칭찬일색이었습니다. 글쎄요. Asia에게는 그렇게 관대하면서 90125의 Yes에는 비판적인 분들이 좀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특히 잘 이해가 안갑니다. ^^; Asia야 말로 네오프로그레시브의 원조일까요 ? ^^; 갑자기 80년대 초반에서 중반까지 King Crimson, Yes, Genesis 패밀리 들이 벌였던 온갖 재밌는 상황들이 생각납니다.

Asia의 결성, John Wetton의 탈퇴, Greg Lake의 가입, John Wetton의 재가입 90125 Yes의 대성공, Asia 2집 Alpha의 몰락, Steve Howe의 Asia 탈퇴..
Steve Howe와 Steve Hackett의 GTR 결성...
90125 Yes의 2집 Big Generator의 실패 ..
Emerson Lake and Powell 결성.. 등등..
70년대 전성기를 지냈던 progger들이 이합집산하는 그야말로 드라마 같던 5공시절이었습니다. 90년대 들어오면서 다들 자기 자리를 다시 찾아간 것 같죠 ?
^^; 잠시 Steve Howe의 어쿠스틱 기타 솔로를 들으면서 흥분했던 마음을 조금이나마 가라앉히면서 Steve의 Asia시절.. GTR 시절등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무대 중앙에서 아주 밝은 섬광이 비쳐오기 시작했습니다.
Jon Anderson이 마치 승천하는 순교자처럼 그 빛을 등지고 다시 등장했습니다.

Do the leaves of green stay greener through the autumn Does the colour of the sun turn crimson white Does a shadow come between us in the winter Is the movement really light

Anderson과 Howe의 아름다운 기타/보컬의 듀엣입니다.
94년 예바동 앨범 자켓 poll에서 최고로 이쁜 프록 앨범 자켓으로 뽑힌 Tales from Topographic Oceans의 세번째 곡입니다.
얼마만에 이 곡을 듣는지 기억이 가물가물 했습니다.
10년 가까이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앨범을 처음 손에 쥐고 뛸듯이 기뻐하던 것이 85년..
Relayer나 Close to the edge만큼 긴장감있게 전개되는 것 같지 않아 아주 '조금' 실망을 느끼고 씨디로 오랫동안 업그레이드 하지 않은 앨범이기도 합니다.
나중에도 1면의 Revelaing Science of God, 4면의 Ritual은 그래도 가끔 꺼내서 들었고

And I heard a million voices singing Acting to the story that they had heard about Does one child know the secret and can say it Or does it all come out along without you Along without you Along without you Anderson과 Howe의 아름다운 기타/보컬의 듀엣입니다.
94년 예바동 앨범 자켓 poll에서 최고로 이쁜 프록 앨범 자켓으로 뽑힌 Tales from Topographic Oceans의 세번째 곡입니다.
얼마만에 이 곡을 듣는지 기억이 가물가물 했습니다.
10년 가까이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앨범을 처음 손에 쥐고 뛸듯이 기뻐하던 것이 85년..
Relayer나 Close to the edge만큼 긴장감있게 전개되는 것 같지 않아 아주 '조금' 실망을 느끼고 씨디로 오랫동안 업그레이드 하지 않은 앨범이기도 합니다.
나중에도 1면의 Revelaing Science of God, 4면의 Ritual은 그래도 가끔 꺼내서 들었고 나중에 라이브 앨범을 통해서도 가끔 들었었지만 3면에 실렸던 The Ancient는 정말 ! 정말 오랫만에 듣는것이었습니다.

And I heard a million voices singing Acting to the story that they had heard about Does one child know the secret and can say it Or does it all come out along without you Along without you Along without you

자료를 찾아보니 Tomato 투어에서도 The Ancient는 Leaves of Green이라는 타이틀로 이렇게 excerpt만 연주되었었던적이 있었습니다.

Steve Howe의 기타 솔로도 해결(?) 할 수 있고 원대한 프로젝트인 Tales...가 4반세기가 지난 아직도 온갖 비판에도 불구하고 Yes의 '멋진 백카탈로그중 하나'
로 남아있다는것을 재삼 확인시켜줄 수 있는 선곡이었습니다.

"와아아아아아아 Jmnote bot (토론)!!!!"

무대에 불이 다시 들어오고 밴드 멤버들이 모두 제 자리를 찾아 앉았습니다.

Jon Anderson이 마이크를 잡고 다시 귀여운 표정을 지으며 관객들에게 인사했습니다.
율동을 곁들이는것도 잊지 않았습니다.
늙지않는 비결은 역시..
'항상 어린아이와 같은 마음..과 사랑을 가슴에 담고 사는 것..' 이라는것을 깨달았습니다.
역시 사랑을 담고 사는 Jon Anderson답게 마누라를 언급했습니다.

"나의 아름다운 마누라 Jane에게 정말 감사해.
방금 Leaves of Green은 그녀에게 바치고 싶은 노래야.."

마누라 사랑으로 유명한 Jon은 그의 두번째 부인인 Jane Anderson에 대한 사랑을 많은 청중들 앞에서 다시 고백했습니다.
우리나라 같으면 팔불출에 속한다고 놀림받을 일일지도 모르죠.

"그럼 이번 곡은 ... 하트 업더 썬라이즈.."

"우와아아아아아악 !!!"

Yes의 다이하드 팬들에게서 종종 Yes 최고의 곡으로 손꼽히는 Heart of the Sunrise가 시작됐습니다.
강력한 Steve와 Chris가 빚어내는 인트로가 연주되었습니다.

"띠디디 딩 띠 디디딩...띵..."

Chris가 또 베이스를 가지고 관중들을 흥분시키기 시작했습니다.
고의로 딜레이를 넣고 한참동안 플레이 하지 않고 있다가 갑자기 관중들 앞으로 달려가는등..
Leaves of Green에서 Steve와 Jon이 시간을 벌어주는동안 비축된 체력으로 다시 재롱을 떨기 시작했습니다.

Yes의 곡중 가장 가사를 알아듣기 쉬운 노래 그래서 저도 열심히 따라불렀습니다.
마님 보기 좀 쪽팔렸지만 노래방이던 컨서트던.. 노래는 따라불러야 감동이 더 커집니다. :-)

Love comes to you and you follow Lose one on to the Heart of the Sunrise SHARP-DISTANCE How can the wind with its arms all around me

정말 나이가 들어도 변함없는 Jon의 그 초인적인 하이톤이 존경스러워질 정도였습니다.

노래를 따라부르다보니 정말 내가 Yes 컨서트에 와 있구나..
아.. 정말 믿을수 없어. 이렇게 뿅갈수가..
어떻게 하면 이보다 더 뿅갈 수 있을까..
온갖 감동이 머리 끝까지 치밀었습니다.

잠시 현기증까지 났습니다.
너무 뿅가는것이 지나쳐서요..

이럴때 조금 아쉬운점은..이렇게 공연이 절정에 달했을때 관중들의 '준비운동 for 뿅감'이 완료되었을때 Close to the edge를 들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면 '뿅감의 정도'가 더 컸을수도 있겠다..하고 생각했습니다.

뿅가다 보니 노래가 끝나고 Chris Squire의 멋진 모습에 정신을 잃다보니 관중들이 박수를 치고 있었습니다.

"우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

"그럼 이번엔 또하나의 긴 곡을 할께.."

"우와아아아아악 !!!"

"리츄얼을 할께."

"우와아아아아악 !!!"

하지만 Ritual을 한다는 말에 생각보다 관중들의 함성이 좀 작았는지..
Jon은 한마디 덧붙였습니다.

"테일즈 프롬 터퍼그래픽 오션즈.에 있던 곡이야."

"우오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

다중악기 주자 Jon은 Nous Sommes du Soleil을 부르기 위해서 어쿠스틱 기타를 어깨에 메었습니다.

곡이 시작되었습니다.
"띠리디리 디 리디 리디 디리디딩..."

"따다라 당따다라당..."

코러스가 같은 멜로디를 따라합니다.

"나나나나 나 나나 나나 나나나나.."
"나나나나 나 나나 나나 나나나나.."

Ritual, 노래 제목 그대로. 뭔가 신성한 의식과 같은 곡입니다.

무척이나 원시적인, 원초적인, 야만적인 고대 인류의 제사..와 같은 분위기를 표현하려고 한 곡입니다.

주술사의 주문과도 같은 가사.
코러스와 연주가 끝나고 제사장 Jon Anderson은 예의 보라색 예복을 입고 다시 통기타를 메고 등장했습니다.

지금 글을 쓰면서 생각이 든건데..
다른 곡은 괜찮지만 이 Ritual을 연주할때는 조금은 연극적인 요소를 무대에 도입했어도 괜찮지 않았을까 싶네요.

무대위에 커다란 제단을 만들어놓고 그 위에 올라가서 통기타를 들고 Nous sommes du soleil을 부르는 Jon..
몸에 쇠사슬을 묶고 제사의 희생양으로 분장하는 Chris Squire 갑자기 쇠사슬을 끊고 일어나서 베이스를 연주하면서... !@#$ ^^;

Nous sommes du soleil. We love when we play.
Nous sommes du soleil. We love when we play.
Open doors we find our way We look we see we smile Surely daybreaks cross our path And stay maybe a while

아아... 그동안 얘기만 듣던 '사물놀이'가 시작될 것 같습니다. !!!
너무나 기대했던 Ritual에서의 타악기 솔로 !!

제사는 하일라이트를 향해 치닫고 밴드는 더욱더 타이트하게 연주합니다.
Jon은 목소리 높여 주술사의 주문을 노래합니다.

As we try and consider We receive all we venture to give All we say is our Soul constant sight listener We won't tender our song clearer Till we sail

Then I will be there And I will be there As clearer companions Shall call to be near you They move around tell me that Move around surely sing As they don't seem to matter at all At all at all ...

이제 이밤의 하일라이트 Chris의 베이스 솔로 (다시한번 !!)와 타악기 솔로가 이어질 차례입니다.

공연 초반 Starship Trooper에서 '맛배기'
베이스 솔로를 들려준 Chris는 이제.. 본격적으로 발벗고 나서서 베이스 솔로는 이런것이다..
라고 보여줄 채비를 차립니다.

스팟라잇을 받고 무대앞에 우뚝 선 Chris, 리켄버커 베이스를 붙잡고 정말 '천둥과 같은 소리'를 만들어 내기 시작합니다.

그의 왼손가락이 프렛위를 넘나들때마다 파빌론의 천장이 들썩들썩 했습니다.
일부러 믹싱을 과격하게 하는걸까요 ?
가장 굵은 개방현을 칠때는 거의..
지진이 난듯이 바닥이 흔들립니다.

Chris는 얼굴 한가득이 웃음을 휘날리면서 예의 까만색 쫄바지에 둘러싸인 각선미를 정말 '휘날리면서' 무대위를 뛰어다녔습니다.

"oh my god !"

"우와아아아아아아아악 !!!"

바닥에 무릎을 꿇고 베이스를 치기도 하고 뛰어다니면서도 베이스를 연주합니다.
그의 쇼맨쉽의 극단.. 을 보여주는 베이스 솔로였습니다.

Chris의 다이하드 팬들은 거의 정신을 잃는듯한 분위기입니다. 몇시간 전 Kansas의 다이하드 팬들이 앉아있던 바로 그 위치 무대 앞 첫번째 줄부터 열번째 줄까지.. 그 위치에 그대로 Chris의 다이하드 팬들이 포진하고 있습니다.
생각에.. 그들이 다른 위치에 비해 특별히 대단한 팬이라기 보다는.. 좋은 자리가 transient 다이하드 팬으로 만드는것 같기도 합니다. ^^;

이제 타악기 연주로 넘어갈 차례입니다.
As they don't seem to matter at all At all at all ...

앳올 앳올 을 반복할때 무대에는 이미 로디들에 의해 각종 타악기들이 셋팅되어있습니다.
Jon은 원래 다중악기 주자인만큼 주변에 많은 북 꽹과리 징.. 공.. 등등을 쌓아놓고 있었지만 무대 앞쪽으로 봉고 (탐탐 ?) 한세트와 팀파니 한세트가 자리를 잡았습니다.

"어 저건 누가 치려는걸까.. 정말 사물놀이 ?"

잠시 잊고 있었습니다. 이번 공연에서 Ritual에서의 타악기 솔로는 바로 '사물놀이'의 Yes버젼으로 연주된다는것을..

무대의 불이 모두 꺼지고..
Alan 혼자 스팟라잇을 받으며 드럼을 두드리기 시작했습니다.

약 1분 30초 가량..
Alan의 '혼자 북치고 장구치기'가 끝나자 갑자기 무대 앞쪽에 붉은 조명이 집중되었습니다.

"!!!!!!!!!!!!!!!!!!!!!!!!!!!!!!!!!!!"

Igor는 키보드에서 내려와 무대의 앞쪽, 바로 Jon Anderson의 왼쪽에 자리잡고, 그의 앞에는 봉고 한세트가 놓여있었습니다.
그동안 간간히 한손으로 키보드를 치면서 왼손으로는 심벌즈를 때리는 참신한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이제는 본격적으로 Igor의 퍼커션 솜씨를 보여줄 모양입니다.

그리고 Chris의 몫으로 배정된 퍼커션은 바로 팀파니 한세트였습니다.
득이면면하게 스틱을 잡고 미소를 흘리고 있는 Chris Squire의 얼굴이 잠시 스크린에 클로우즈업 됐습니다.
Jon Anderson은 자기 앞에 매달려 있는 북과 꽹과리, 공, 징 들을 명령만 내려지면 치려는 자세, 즉 전진 자세로 서 있었습니다.

계속해서 드럼 앞에 앉아있는 Alan White, 오늘 이 Ritual의 제사에서 펼쳐지는 타악기 축제..를 집전할 제사장은 Jon Anderson이 아니고 Alan White였습니다.

Alan의 신호에 따라 Igor, Jon, Chris (좌 to 우)가 일사불란하게 자기 몫의 타악기를 두드리기 시작했습니다.

"둥둥둥둥둥둥둥둥"
"딱딱딱딱딱딱딱딱"
"퍽퍽퍽퍽퍽퍽퍽퍽"
"땡땡땡땡땡땡땡땡"

김덕수패 사물놀이 공연을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그 四物의 정말 놀랄정도의 호흡, 그 정확한 synchronization이 혀를 내두를 정도입니다.

바로 지금 백 스테이지에서 쉬고 있는 Steve를 제외한 Yes의 4인이 연주하는 스타일은 바로.. 사물놀이... 그것이었습니다.
혹시 사물놀이 공연을 보고 흉내낸것이 아닌가 싶을정도로요.. ^^;

1/64 박자 정도로 계속 연타를 찍어대는데 네명의 손발이 마치 한마리의 다리 여덟개짜리 문어가 찍어대는 타악기처럼, 전혀 하나의 오차도 없이 정확한 리듬을 만들어냈습니다.

"둥둥둥둥둥둥둥둥"
"딱딱딱딱딱딱딱딱"
"퍽퍽퍽퍽퍽퍽퍽퍽"
"땡땡땡땡땡땡땡땡"

어어.. 머리가 어질어질하면서 기절할것 같았습니다.
멀리서 날아오는 대마초 연기..
조금씩 아껴먹은 생맥주 두잔의 가벼운 취기..
완전히 본능에 호소하는 타악기의 비트..
나의 이성을 완전히 사로잡고 만 Yes 멤버들의 모습..

이런 온갖 요소들이 믹스업 되어서 '울트라갤럭틱판타스틱올개스믹뿅감'을 만들어냈습니다. :-)

계속 서서 보다가.. 잠시 0.5초 정도 faint 현상이 일어났습니다.
무릎이 팍 꺾였습니다..

'아 이래서 뉴키즈언더블락, 레이프가렛, 클리프 리차드 공연에서 여자들이 기절하는구나..;

드디어 깨달았습니다.
뿅감이 지나치면 기절할 수 있다는 사실을요.

Igor, Jon, Chris, Alan 4인은.
정말 신기에 가까운 묘기의 타악기 4중주를 들려주었습니다. 태어나서 본 최고의 타악기 연주였습니다.

기절에서 깨어난 두눈에 눈물이 맺혔습니다.

6-7분 정도의 '짧은' 타악기 연주가 끝나고 다들 자기 자리를 찾아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갔습니다.

Igor는 키보드 앞에 서고..
Chris는 다시 리켄버커를 메었습니다..
Jon은 어쿠스틱 기타를 둘러메었습니다.
잠깐의 휴식을 즐긴 Steve는 무대 왼쪽에서 다시 기타를 들고 나왔습니다.

Hold me my love, hold me today, call me round Travel we say, wander we choose, love tune Lay upon me, hold me around lasting hours We love when we play

We hear a sound and alter our returning We drift the shadows and course our way on home Flying home Going home

Look me my love sentences move dancing away We join we receive As our song memories long hope in a way Nous sommes du soleil Hold me around lasting ours We love when we play Nous sommes du soleil Nous sommes du soleil Nous sommes du soleil

Flying home Going home
서서히 집에 갈때가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앰사우스 앰피씨어터를 가득 메운 관중들도 이제 flying home, going home 할때가 가까이 오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아쉬움이 증폭되어 더욱더 열렬한 환호로 Ritual의 성스러운 의식에 답례를 보냅니다.

"우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억 !!!!"

"땡큐, 땡큐....."

Jon Anderson이 가벼운 인사를 하고 멤버들은 예의상 ..아니면 잠시 다시 쉬러 백스테이지로 들어갔습니다.

"우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

관중들의 짐승과도 같은 포효가 공연장을 에워쌌습니다.

"Yes !!!"

소리를 질러봤습니다.
우리나라 같으면 '예 ! 스 ! 예 ! 스 ! 예 ! 스 !'
관객들이 다들 혼연일체가 되어 예스를 부르짖을텐데 Yes는 '예.스'처럼 사실 2음절이 아니라 그런지.. ^^; 관중들이 늙어서 그런지 박수만을 쳐대고 휘파람만을 불어대고 라이터만을 켜댈뿐이지..

'예 ! 스 ! 예 ! 스 ! 예 ! 스 ! 예 ! 스 ! 예 ! 스 ! '

그런 '불러내기'는 아쉽게도 없었습니다.

"끝난거 아니지 ?"

"응 두곡 더할거야"

불이 다시 밝아지고 화장실이라도 다녀온듯 좀더 가벼운 표정의 Yes 멤버들이 다시 무대위로 입장했습니다.

Jon Anderson은 여전히 어쿠스틱 기타를 메고 있었습니다.
보라색 옷을 입고 턱수염을 예쁘게 듬성듬성 기른 쉰일곱살의 아저씨 (할아버지) Jon Anderson, 25살 때보다 더 이쁜 목소리로 통기타를 스트록하며 노래를 부르기 시작합니다.

Take a straight and stronger course to the corner of your life.
Make the white queen run so fast she hasn't got time to make you a wife.

The Yes Album에 실렸던 All good people의 첫번째 파트 Your move입니다. 체스를 소재로 하고 있죠.
Your move, 네가 둘 차례.

Cause it's time, it's time in time with your time and its news is captured For the queen to use.
Move me on to any black square, Use me any time you want, Just remember that the goal Is for us all to capture all we want Move me on to any black square Yea, yea, yea.

오리지널 스튜디오 앨범 버전은 원래 I've seen all good people의 코러스부터 시작하는데 공연 버전은 your move 파트를 강조하기 위해선지 아니면 all good people의 감동을 증폭시키기 위해선지 (처음부터 all good people의 제목이 나오는 코러스로 시작하면 김샐수도 있으니 조금 뜸을 들이려고.. ^^;)
your move의 파트를 아주 천천히 연주하면서 앙콜 무대가 시작됩니다.

무대는 아주 눈부시게 밝은 조명으로 가득찹니다.
All good people, Yes라는 이름답게 30년 넘게 '밝고 아름다운 하모니'
'장음계의 긍정적인 음악' 을 들려준 Yes.
Pink Floyd의 꿀꿀한 부루스와도..
King Crimson의 狂적인 외침과도.. 다른 Yes만의 독특했던 프로그레시브 rock.
Roger Dean의 로고로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Yes의 사운드.
초록색에서 노란색으로 변하는 색깔로 상상되는 Yes의 사운드.
수없이 많은 follow-up 밴드들을 탄생시키고.. 엄청난 숫자의 컬트 팬들을 만들어낸 그룹 Yes..

그들의 인생관을 함축시킨듯한 제목의 all good people 앰사우스 앰피씨어터에 모인 all good people들은 이 all good people, Yes의 음악에, 완전히 최면당한 듯한 표정으로 무대를 올려다 보고 있었습니다.

백광이 작열하는 모습.
지금까지는 전부 색깔이 있는 조명을 써왔습니다.
초록색에서 노란색으로 변하는 Yes의 색깔.
The gates of delirium의 핏빛 조명.
하지만 all good people에서는 눈이 부실정도로 밝은 백색 조명이 사용되었습니다.

엄청난 조도의 백색 조명을 뒤에서 받으며 서있는 Yes 5인의 모습은 영국 출신 중늙은이 락커라기보다는 하늘에서 날개를 달고 갓 내려온 천사들 처럼 보였습니다.
Anderson이 작곡한 파트인 Your move가 끝나고 Chris Squire가 롸이팅 크레딧을 받은 all good people부분이 시작됩니다.

I've seen all good people turn their heads each day so satisfied I'm on my way.
I've seen all good people turn their heads each day so satisfied I'm on my way.

스튜디오 앨범으로 들을때는 잘 몰랐는데..
아마도 Yes의 최고로 신나는 곡 (Rhythm of Love 빼고..^^;)이 바로 이 곡 all good people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Chris가 손을 높여 박수를 치면서 관객들의 박수를 유도했습니다.
공연장 안을 가득 메운 관객들은 혼연일체가 되어 박수를 따라했습니다.

I've seen all good people turn their heads each day so satisfied I'm on my way.
I've seen all good people turn their heads each day so satisfied I'm on my way.

아예 모두들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평균연령 43세 (?)의 고령의 관중임을 감안할 때 자리에서 일어난다는 것은 그만큼 십대 취향의 락 콘서트에서와는 또 다른 의미인 것 입니다.

십대취향의 락 콘서트에서의 '일어남'은 dancing을 위한 것이라면 Yes 공연에서의 '벌떡 슴'은 standing ovation을 위한 것입니다.
모두들 다 벌떡 섰습니다.
앞쪽의 골든 서클의 부러운 친구들도 벌떡 서고,

나같은 중간 지정석의 관객들도 벌떡 서고, 외야의 뽕맞고 술취한 인간들도 모두 벌떡 섰습니다.

옆의 통로에 이날 관객중의 하일라이트인 druken old idiot이 등장했습니다.
완전히 맥주에 쩔어서 맛이 갔습니다.
오미터 옆까지 술냄새가 날 정도니까요.
뭐 몸의 문신이나 팔뚝의 색깔.. 그리고 오묘한 냄새등으로 미루어 볼때 맥주만 사용한것은 절대 아녔습니다.

나이는 58세 정도 되었을까.
적당한 체격이지만 그 입고있는 옷의 남루함과 몸 전체에서 풍겨나오는 홈리스적인 이미지가 전혀 대부분의 홀을 메우고 있는 여피적인 Yes팬들의 이미지와는 대조적인 아저씨가 통로에 등장했습니다.

"아아아 !!!!"

그의 춤은 정말 대단했습니다.
때로는 박남정같기도 하고..
(실제로 박남정이 '널 그리며'에서 사용했던 Tiffany 원조(?)의 '얼굴 닦는 춤'을 잠시 구사하기도 했습니다)
예전에 크리스 크로스던가 하는 흑인 소년들이 쩜프 ! 쩜프 ! 하면서 추던 그러한 춤도 잠시 나왔습니다.

Yes의 all good people에 이렇게 잘 어울리게 춤을 출수 있다는.. 그것도 Yes의 이미지와는 전혀 안어울리는 외모를 하고서...것이 무척이나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아아...

마지막 곡입니다..

"오케이.. 히얼스.. 라운드어바웃 !!!!"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Roundabout이 마지막 곡으로 사용될것이라는 것을 아마 이 관중들 99.98 %는 다 알고 있었을겁니다. 그리고 더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Roundabout, 이곡은 30년동안 너무 지겹게 연주해서 (Yes의 이름하에 Roundabout를 몇번이나 연주했을까요 ?
1,000번은 넘을것 같습니다.)
조금은 이들도 연주하는데 지겹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연주자의 그런 '지겨움'은 관중들의 열광적인 반응으로 충분히 커버할 수 있습니다.

내쉬빌의 다이하드 예스팬들은 역시 달랐습니다.
노땅 음악팬들이 많이 모여있는 도시라 그런지..
Steve의 기타로 Roundabout의 시작을 알릴때부터...
완전히 공연장 안은 거꾸로 뒤집어졌습니다.

"띵다디라당 따랑 따당..."

다들 벌떡 섰습니다.
물론 아까 all good people때부터 계속 서있는겁니다.
하지만 그냥 서있는게 아니고 춤을 추면서 서있습니다.

나도 춤을 췄습니다.
마님도 춤을 췄습니다.

Roundabout은 차 안에서 오늘의 공연을 위해 가끔 틀어서 마님도 아는 노래입니다.

"헉..이곡 알지 ?"

"응.. 좋은데 ?"

Alan과 Igor는 정말 신나게 드럼과 퍼커션을 연주했습니다.
Igor가 한손으로 건반을 치며 다른손으로 때려대는 퍼커션의 소리는 정말 너무도 자극적이어서 더이상 가만히 서있기만 할 수 가 없을정도였습니다.

"퍽 퍽 퍽 퍽 퍽 퍽 퍽"

"나 나나나 나 나 나 ~~ 뜨, 뜨, 뜨,"
"나 나나나 나 나 나 ~~ 뜨, 뜨, 뜨,"
"나 나나나 나 나 나 ~~ 뜨, 뜨, 뜨,"

Chris도 벌떡 서서 리켄버커 베이스를 한손에 움켜쥐고 펄쩍 펄쩍 그 큰 몸집으로 무대에서 점프를 계속 했습니다.

"나 나나나 나 나 나 ~~ 뜨, 뜨, 뜨,"
"나 나나나 나 나 나 ~~ 뜨, 뜨, 뜨,"
"나 나나나 나 나 나 ~~ 뜨, 뜨, 뜨,"

매혹적인 스캣과 코러스의 후렴부분입니다.

끝날듯이 끝날듯이 끝나지 않습니다.

"띵다디라다라 다라 당당당 !!!"

"우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흑.

마지막곡까지 모두 끝났습니다.

멤버들은 모두 무대앞에 모여 큰절을 관중들에게 올렸습니다.
Steve Howe도 이제서야 얼굴에 웃음을 띄웠습니다.
Chris Squire는 힘자랑을 하는지 베이스 기타를 높이 치켜듭니다.
쫄반바지를 입은 Alan White 조금 부끄러운지 어색한 웃음을 웃습니다.
Igor Koroshev, 이제는 Yes의 한 멤버로서 여유있는 얼굴입니다.
Jon Anderson 너무나도 만족스러운 표정입니다.
정말 잘했습니다 우리의 Yes 멤버들..

Yes의 공연, 두시간 남짓했던 공연, 단 여덟곡만으로 진행된 공연이 너무나 아쉽게 끝나버렸습니다. T.T

돌아오는 차안에서 온갖 만감이 교차했습니다.

그렇게 좋아했던 Yes, 팬이 된지 근 이십년만에 처음으로 라이브를 봤구나..

아.. 정말 지금보다 한 열배는 더 좋아했었을 고등학교때 이들의 공연을 보았으면 어땠을까.
정말 기절하지 않았을까..

가로등 하나 없는 빗길을 운전해 오면서도 아직도 내가 Yes를 보고 왔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습니다.

갑자기 천둥 번개와 함께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하루종일 폭우가 쏟아지다가...
공연시간인 6시부터 11시까지만 비가 오지 않았다는 사실이 너무도 고마왔습니다.

Yes의 '천상의 음악'과 뭔가 관계가 있는거 아닐까..
하는 바보같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정말 원없이 Yes의 마스터 워크에 빠질수 있었던 이번 Masterworks 투어가 너무 고마왔습니다.

Close to the Edge와 The gates of delirium 그리고 Ritual을 한 공연에서 들을 수 있다는것은 그것도 전곡을.. 정말 보통 뿅감이 아니었습니다.

이들은 3집 The Yes Album에서 두곡 (Starship Trooper, All Good People)
4집 Fragile에서 두곡 (Heart of the sunrise, Roundabout)
5집 Close to the Edge에서 타이틀 트랙 한곡 스튜디오 앨범 6집인 Relayer에서 한곡 (The gates of delirium)
스튜디오 앨범 7집 Tales from topographic oceans에서 두곡 (Ancient와 Ritual)로 정말 best of best setlist를 선보였습니다.

그동안 open your eyes, ladder 등 신작 스튜디오 앨범을 접하면서 조금씩 Yes에 실망해 왔던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날의 공연 한판으로 저의 Yes에 대한 이미지.
(늙은 공룡 같던 이미지)는 정말 완전히 싹 바뀌었습니다.

그들은 아직도.

Still

현존하는 최고의 프로그레시브락 그룹입니다.

전혀 녹슬지 않은 플레이, 57살이라고는 믿을수 없는 Jon Anderson의 보컬. 그리고 그 스테미너.
그 신비스러운 에너지.

늙은 밴드들의 공연에 가서 실망하고 오는 경우가 많은데.. Yes는 전혀 늙지 않았습니다.

다음번 새 앨범.
소문에 의하면 60분이 넘는 '단 한곡'으로 이루어진 앨범이 될거라던데..

이 공연을 보기 전까지만 해도 뭔가 '우려'를 했겠지만..
지금은 전혀 그런 '우려'보다는 '기대'만 남아있습니다.

Flying home ~~
Going home ~~

열두시가 다 되어갔지만, Yes 덕분에 정말 행복한 귀가길이 되었습니다.
이십년 가까웠던 꿈이 이루어진 날이었습니다.

Setlist 7/29/2000 Amsouth Amphitheather, Antioch, TN

Intro (Firebird suite)
Close To The Edge Starship Trooper The Gates Of Delirium Leaves Of Green (Excerpt from "The Ancient")
Heart Of The Sunrise Ritual Your Move/I've Seen All Good People Roudabout


Ye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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