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레시브락의 스타일 :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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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프로그레시브락의 스타일 : 음악(The Progressive Rock Style: The Music)

translated by 홍사여리[1]

앞장에서도 언급했듯이, 생성 당시 프로그레시브 록의 스타일은 궁극적으로 리듬 앤 블루스, 포크, 그리고 클래식 음악에서 많은 요소를 빌어 왔다. 인도 음악 도입은 초기에 시도되다가 나중에 가서는 거의 그 영향을 찾아 볼 수 없게 되었고, 재즈는 프로그레시브 록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주었지만 다른 음악 장르에 더 많은 영향을 끼쳤다.
리듬 앤 블루스, 그 중에서도 특히 60년대 브리티쉬 블루스로부터 헤비한 비트, 일렉트릭 섹션의 확충, 연주 부분에 대한 강조, 절묘한 솔로 연주, 곡의 길이를 길게 가져가는 것등을 도입하였다. 60년대에 다시 살아나기 시작한 포크로부터는 어쿠스틱 악기의 도입과 이로 인한 명상적이고 전원적인 분위기가 도입되었고, 멜로디 진행 양식등이 도입되었다.
하지만, 가장 크게 영향을 받은 것은 유럽 예술 음악이라 해야 할 것이다. 프로그레시브 록은, 클래식음악의 여러 사조로부터 많은 요소들을 끌어들였다: 교향악, 르네상스와 바로크 시절의 교회음악, 클래식 피아노/기타 음악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으며 심지어 중세음악까지 거슬러 올라가기도 하였다. 이러한 요소들이 프로그레시브 록에 투영되면서 다른 대중음악뿐 아니라 초기 프로그레시브 록과도 다른 모습을 띠게 된 것이다.

1 # 연주와 음색[ | ]

(Instrumentation and Tone Color)

프로그레시브 록의 가장 귀에 띄는(?) 특징은 아마 유럽 예술음악에서 도입된 음색일 것이다. 교향악, 르네상스 보컬음악과 바로크 시절의 교회음악, 클래식 피아노 곡, 기타(Guitar) 곡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무슨 무슨 음악의 영향을 받았다고만 말하고 만다면 프로그레시브 록의 진면목을 놓치는 실수를 범하는 것이다. 프로그레시브 록에서 클래식 악기와 록의 일렉트릭 악기를 동시에 사용하는 것은 음악의 겉모양을 꾸미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지기 때문이다.
어떤 악기의 음색은 남성적 느낌을 주고 어떤 악기는 여성적 느낌을 준다. 프로그레시브 록에서 사용하는 일렉 기타, 디스토션 걸린 하몬드 오르갠과 신서사이저의 거칠고 폐쇄적인 음색은 "남성적"인 것이고 멜로트론이나 어쿠스틱 악기에서의, 강한 어택이나 귀를 찢는듯한 고음이 없는, 그래서 개방적이고 느슨한 음색은 "여성적"인 것이다. 이러한 남성적/여성적 음색을 구조적으로 대조시켜 사용하는 이런 구조는 다른 장르에선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다. 프로그레시브 록에선 남성적 섹션과 여성적 섹션을 의도적으로 만들어 내고 이 두 가지를 구조적으로 배치하여 장편 작품을 만들어 내었다. 이러한 남성/여성적 음색의 사용이 당시 하위 문화의 큰 관심거리였던 사회 조직의 남성화/여성화에 관한 논쟁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사회적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70년대 프로그레시브 록의 "지지자"들이 대개 남성들이었다는 사실은 이 장르의 음악이 남성성에 대한 새로운 정의에 한몫 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디스토션 사운드와 헤비 비트로 대변되는 록음악에 이러한 여성성을 도입한 것은 당시 히피들이 머리를 기르거나 밝은색 옷을 입는등 기성세대의 남성상에 도전한 것과 일맥 상통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프로그레시브 록은 옛날 종교 행사나 제사 의식을 연상케하는 전통적인 보컬 하모니와 악기 연주를 자주 끌어들였다는 것이 중요하다. 하몬드 오르간은 파이프 오르간을 연상시키는 악기이며, 보컬 편곡은 옛 종교음악의 유산이다. 특히, 영국 국교회의 교회음악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 이렇게 제사의식을 연상케하는 악기를 사용한 이유는 다음장에서 자세히 다룰 것이다. (당시의 록음악은 듣는이들에게 유사 종교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프로그레시브 록으로의 클래식 악기의 도입은 60년대 말에서 70년대 초에 확연히 나타난다. 이러한 경향은 67년에 녹음된 무디 블루스의 Days of Future Passed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후 프로콜 하럼, 나이스, 딥 퍼플, 핑크 플로이드, 예스로 이어지고 70년대 중반에 이르기까지 르네상스, 캐러반, ELP등에 의해 계속된다.
60년대 중반 이전까지 록밴드의 악기 편성은 한 대나 두 대의 전기 기타, 베이스 기타, 그리고 드럼 정도였고 여기에 가끔 피아노가 첨가되었지만 이는 거의 리듬섹션을 맡는 게 고작이었다. 60년대 말기에 이르러서야 건반악기가 전면에 나서는 경우가 많아 졌는데, 하몬드 오르간, 멜로트론 그리고 무그가 이를 가능하게 했다. 그리고 이것이 "프로그레시브 록 사운드"를 가능케 하는 주요한 역할을 하였다. 건반 주자가 기타리스트와 거의 동등한 수준으로 음악의 사운드를 리드하기 시작하였다. 어릴 때 클래식 피아노 교육을 받은 젊은이들이 록씬으로 편입되기 시작하면서 대부분의 경우 그렇지 못한 사정에 있는 기타리스트들을 압도한 것이다.

특히 하몬드 오르간의 경우는 싸이키델릭 록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고 브리티쉬 록이나 프로그레시브 록의 형성에 큰 역할을 하였다. 회전이 가능한 레슬리 오르간 스피커의 도움으로 음색이 더 생생해지고 깊어졌다. 성당의 파이프 오르간 분위기를 내는 것이 가능해졌다. 프로콜 하럼의 매튜 피셔가 연주한 "A whiter shade of pale"의 오르간 파트는 바흐의 주제를 기반으로 한 작품으로, 하몬드 오르간이 파이프 오르간을 대체하는 전형적인 예가 되었다. ELP의 키스에머슨이 사용한 하몬드+마샬 앰프 조합도 건반 터치를 과장함으로서 "따뜻하면서도 더러우며, 오버드라이빙하고 기계적인 사운드"를 만들어 내었고 큰 인기를 모았다.
하몬드 오르간의 강점은 그 음색의 다양함에 있다. 하몬드는 일관된 음색과 세기를 가지고 배경 코드음을 형성하거나 테마 멜로디를 연주하기에 효과적인 음색을 갖고 있었다. 동시에, 멜로디 라인을 리드하는 솔로악기로도 사용될 수 있었다. 키스 에머슨이나 마이크 래트릿지의 예에서 보듯이 격정적이고 전광석화 같은 속도의 속주가 가능했다. 이러한 속주는 이전에는 일렉 기타에서만 가능한 일이었다. 무엇보다도, 프로그레시브 록의 특성인 남성적인 사운드와 여성적인 사운드를 통합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었다.
또한, 하몬드 오르간에 디스토션이나 퍼즈를 걸면 육중하고 복잡한 음색을 내면서 일렉 기타의 힘이나 서스테인에 맞먹을 수가 있다. 반면에 코러스를 많이 넣고 디스토션 없이 조용하게 연주하면 일렉 기타보다 더 섬세하고 여성적인 사운드를 만들어 낸다.

멜로트론은 60년대 초반에 발명된 악기인데, 미리 녹음된 현악이나, 목관, 합창 소리를 낼 수 있도록 고안된 악기이다. 오르간과 비슷하게 생겼지만 페달이 없다. 초기의 신서사이저가 한번에 하나의 건반에서밖에 소리를 낼 수 없었던 데 반해 멜로트론은 코드를 누를 수 있었기 때문에 대규모 교향악단과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었다. 또한 느리고 서정적인 멜로디를 연주할 수도 있다. 멜로트론의 음원이 테이프이기 때문에 하몬드 오르간같은 빠른 연주를 할 수는 없다. 따라서 솔로 연주로 쓰인 적은 거의 없고 대부분 배경을 깔아주는 역할을 한다.
멜로트론을 배경 연주 악기로 사용한 것은 비틀즈가 Strawberyy Fields Forever에서 이미 시도했지만 멜로트론을 사운드의 한 부분으로 본격적으로 통합한 것은 무디 블루스였다. (Days of Future Passed) 곡중에서 조용한 부분에서 주로 연주되어 달콤 쌉싸름한 분위기나 로맨틱한 분위기를 만들어 낸 것이다. 하몬드 오르간이 프로그레시브 록에서 주로 남성적인 역학을 담당했다면 멜로트론은 여성적인 역할을 담당하다가 70년대 후반 폴리포닉 신서사이저가 시장에 등장하면서 점차 자취를 감추게 된다.

무그 신서 사이저는 유일하게 다른 장르의 뮤지션들보다 프로그레시브 록 뮤지션들이 가장 먼저 사용하기 시작한 악기이다. 로버트 무그에 의해 발명된 이 악기는 초기에는 단음밖에 못내고 악기의 크기도 엄청나게 컸으나, 나이스에 있던 키스 에머슨이 69년 라이브에서 사용하면서 악기의 장점이 많이 발굴되었고, 이에 고무된 로버트 무그가 좀더 작은 모델을 개발하여 가지고 다니면서 공연에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해서 미니 무그가 시판되었고 71년에는 프로스레시브 록 사운드에 자주 등장하는 악기가 되었다 70년대 중반에 이르러서는 한번에 여러 음을 낼 수 있는 폴리무그가 대량 생산되기 시작하였고 ARP, Roland, Oberheim, Yamaha, Korg, Sequential Circuit등의 경쟁이 시작되었다. 이때부터 다른 컨템퍼러리 팝 뮤직에도 이 악기가 도입되기 시작한다.
무그의 신서사이저 시리즈는 실질적으로 무한한 종류의 음색을 낼 수 있는 악기이지만 전자음향에 대한 가장 괄목할 만한 실험은 신서사이저가 등장하기 전에 가장 많이 이루어졌다. 핑크플로이드 같은 사이키델릭 밴드가 만들어낸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맥동하는 노이즈, 버징등의 사운드는 피드백, 디스토션, 원시적인 에코 박스등과 자연음향에 대한 전기적 조작으로 이루어진 것들이다. 그리고 이러한 실험들이 무그 등장의 배경이 된 것은 물론이다.
초기 모노포닉 무그는 보컬 부분이 끝나고 다른 악기 연주가 시작되기 전에 주제 제시부에 많이 등장하였고, 따라서 일렉 기타의

대용으로 많이 사용되었다. ELP, Refugee, 77년 이후의 제네시스, 78년 이후의 UK등 많은 수의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들이 기타리스트 없이도 활동할 수 있었던 것은 이 때문이다. 이후 폴리포닉 신서사이저가 등장하면서 풍부한 하모닉 쿠션을 제공하게 되었고, 멜로트론이나 하몬드 오르간을 점차 프로그레시브 록 사운드에서 밀어내게 된다.
프로그레시브 록 키보디스트들은 신서사이저를 업그레이드 된 멜로트론으로 간주하여 오케스트라의 음향을 끌어내었다. 좋은 예가 브레인 샐러드 서저리에서 자주 등장하는 키스 에머슨의 수퍼소닉 트럼펫 섹션이다.

프로그레시브 록의 코드 구조 자체는 음악 전체에 기타 사운드가 풀-타임으로 등장할 필요는 없었지만 대개의 밴드는 한 명의 기타리스트는 보유하고 있었다. 단지, 다른 대중 음악쟝르와는 달리 리드 기타와 리듬기타를 동시에 사용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 코드 진행을 위한 리프 연주가 많이 필요한 다른 록 장르와는 달리 프로그레시브 록에서의 일렉 기타는 멜로디 라인만 신경 쓰면 되기 때문이다. 음악 전반을 받쳐주는 코드 연주는 하몬드 오르간이나 신서사이저등 건반악기가 주로 담당하였다. 멜로디를 리드하는 경우가 아닌 때라도 일렉 기타는 코드 스트로크에 의한 백킹보다는 아르페지오나 베이스 기타와의 유니즌을 사용한 오스티나토 연주를 많이 들려준다. 코드 스트로크는 주로 어쿠스틱 기타가 맡는다.
일렉트릭 키보드와 일렉 기타가 전반적인 사운드를 이끌어 가긴 했지만 어쿠스틱 악기들 역시 프로그레시브 록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킹크림즌의 로버트 프립이 아마도 전기 음향과 어쿠스틱 음향을 같은 비중으로 다룬 최초의 록 기타리스트일 것이다. 제네시스의 스티브 하켓은 이 장르에 대한 프립의 영향력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프립과 같은 카테고리에 놓일 수 있는 키타리스트는 아마도 스티브 하우, 피터 뱅크스, 얀 아커만(포커스)정도 일 것이다. 이 기타리스트들은 어떠한 스타일이라도 소화해 낼수 있는 수준에 있는 사람들이다.
프로그레시브 록에서는 피아노의 테크닉도 다른 장르에서와는 상당히 다르다. 다른 장르에서는 부기우기 스타일의 두들겨대는 스타일이 주를 이루었지만 프로그레시브 록 씬에서는 쇼팽이나 드뷔시, 라벨, 바르토크 같은 19세기 중반에서 20세기 초에 이르는 낭만주의 클래식음악에서의 피아노 수사학적 장치들을 많이 차용하였다. 오른손은 구르는 듯한 아르페지오와 절묘한 스케일 진행을 연주하고, 왼손이 멜로디를 많이 연주한다. 페달을 많이 사용하여 웅장한 효과를 내는 블록 코드와 지속적인 인상파적인 코드 백드롭을 사용하여 서로 다른 음간의 경계를 흐리게 하거나 섞어버리는 효과를 준다.

요한 세바스챤 바흐의 토카타 스타일도 프로그레시브 록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연주에 사용되는 스케일, 특정한 리듬을 모티브로 시작하여 연속적으로 풀려 나오는 진행, 스트레이트 포워드한 코드 진행을 절묘한 아르페지오로 엮는 것등이 그 것이다. 이는 하몬드 오르간 섹션에서 주로 나타나는데, 키스 에머슨의 론도에서의 솔로는 바흐의 토카타와 푸가 나 단조에서 차용한 것이고, 아르젠트의 Pure Love 조곡에서의 판타지아 부분에 나오는 하몬드 솔로 역시 매우 바흐적인 것이다.

바이올린과 플륫은 이전의 다른 록음악에선 거의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하던 것을 프로그레시브 록 뮤지션들이 도입한 악기들이다. 리드와 백드롭을 둘 다 수행할 수 있는 일렉 기타나 키보드와는 달리 플륫과 바이올린은 주로 오블리가토 (보컬 스탄자와 연주 부분 사이에서의 보충) 역할이나 키보드/기타의 리드라인에 대한 대타 역할로 그 사용의 폭이 제한되었다. 특히 전기 바이올린은 에디 잡슨이나 데릴 웨이, 데이빗 크로스등에 의해 어쿠스틱 바이올린과는 판이하게 다른 새로운 악기로 탈바꿈하였다. 킹 크림즌 중기 음악에서 데이빗 크로스의 헤비 디스토션이 걸린 바이올린은 프립의 기타소리와 구별하기 힘들 정도로 비슷한 음색과 과격한 진행을 들려주었다. 마찬가지로 마하비쉬누 오케스트라에서 존 맥러플린의 기타와 주고 받는 제리 굿맨의 바이올린 플레이 역시 구별하기 힘들다.
반면에 플륫은 클래식 음악에서 전통적으로 담당했듯이 서정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역할을 수행하였다. 무디블루스의 로이 토마스나 킹 크림즌의 이안 맥도날드가 그 대표적인 예이다. 단지, 제쓰로 툴의 이안 앤더슨과 포커스의 티스 반 리어만이 좀 더티한 음색의 플륫을 구사하였다.
이외에도 하프시코드, 리코오더, 류트 (기타의 옛 모습으로 포커스의 얀 아커만이 사용), 크럼혼, 리갈 Regal등이 간간이 사용되었다.

리듬섹션을 맡는 베이스와 드럼 역시 다른 록음악에서 담당했던 기본적인 역할에 더하여 프로그레시브 록의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는데 한몫 하였다. 헤비 메탈의 베이스가 주로 곡의 화성적이고 리듬적인 기초를 구축하는데 그 역할이 한정된데 반해, 프로그레시브 록의 베이시스트들은 자주 멜로디 라인으로 떠 올라오곤 하였다. 예스의 크리스 스콰이어가 대표적인 예이다. "베이스는 기타나 키보드와 마찬가지로 솔로 연주나 멜로디 연주용 악기이죠" - 크리스 스콰이어.
프로그레시브 록 드러머들 역시 클래식 음악에서의 타악기 주자 수준의 연주를 들려준다. "표면적으로는 저는 드럼셋 연주자이지만, 제 목표는 유럽 심포니의 퍼커셔니스트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겁니다."-빌 브루포드. 다른 장르에 비해 베이스 드럼의 역할이 축소되고, 드럼셋의 윗부분(돔, 스내어, 심벌즈와 하이햇) 의 역할이 강화된다. 그리고 록음악의 기본적인 드럼셋 이외에 여러 가지 타악기를 도입하였다. 팀파니나 차임같이 음의 고저가 있는 악기에서부터 공, 카우벨, 우드 블록같이 고저가 없는 악기등 다양한 타악기 소리를 들을수 있다. 덕분에, 다른 록 장르에 비해 훨씬더 다양한 음색의 타악기에 의한 다양한 분위기가 연출된다.

프로그레시브 록이 실험성에 대해 큰 애착을 갖고 있기 때문에 앨범 전체가 연주곡으로 이루어진 경우가 많긴 하지만 보컬 역시 프로그레시브 록에 중요한 특징을 부여한다. 보컬의 중요성은 밴드에 따라 많이 다른데, 보컬이 전혀 없이 활동한 밴드는 그리 많지 않다.
프로그레시브 록의 보컬은 대개 테너 영역, 또는 하이 테너 영역이다. 즉, 존 앤더슨같이, 팔세토에 의하지 않고도 자신의 음역의 최고음까지 닿을 수 있는 보컬이 많다. 프로그레시브 록이 클래식 음악과 많은 연관을 가지고 있지만 보컬 스타일만은 클래식에서 들을 수 있는 (이태리 오페라 풍의) 풍부한 음색이나 심한 비브라토를 들을 수가 없다.

헤비메탈이나 여타의 "블루스 태생의" 남성적인 보컬도 들을 수가 없다. 반면에, 직선적이고 바이브레이션을 거의 쓰지 않는 깨끗한 두성을 많이 사용한다. 반면에 그 리듬은 매우 섬세하다. 이는 카톨릭이나 영국 국교회의 합창단에서 영향을 많이 받은 점이라고 판단된다. 포크 쪽으로 치면 밥딜런 스타일보다는 존 바에즈나 아트 가펑클 스타일을 추구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매우 플라토닉하고 중성적이며 프로그레시브 록이 좋아하는 남성적/여성적 악기의 병렬배치라는 구도에 잘 맞아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프로그레시브 록의 보컬 스타일은 물론 그 음악 자체의 멜로디의 특성에도 많은 영향을 받았다. 다수의 프로그레시브 록은 본래의 멜로디와 가사 자체의 리듬에서 기인하는 비교적 비멜로디적인 라인을 오가는 경향이 있다. 이는 다른 팝 뮤직에서는 거의 찾아 볼 수 없지만 포크나 오페라에서는 레시타티브 색션에서 많이 사용되는 기법이다. 이러한 음악에서 받은 영향 때문에 프로그레시브 록의 보컬리스트들은 절묘하게 노래와 연설의 경계를 넘나드는 테크닉을 발전시켰다. 피터 가브리엘과 피터 해밀이 대표적인 예가 될 것이다. 특히 피터 해밀은 합창단 소년 스타일의 순진 무구한 보컬과 황량한 하드록 스타일을 빠르게 오갈 수 있는 테크닉을 구사하였다.

일부 밴드들은 한명의 보컬만을 보유하였으나, 대부분은 둘이나 셋을 보유하였으며 네명이 한 밴드에서 보컬을 담당하는 경우도 있었다. 보컬이 한명만 있는 경우에도 더빙에 의한 합창 효과를 많이 사용하였다. 네명의 보컬을 보유하였던 무디 블루스가 아마도 합창단 수준의 보컬 하모니를 시도한 첫 프로그레시브 록 그룹일 것이다. In Search of Lost Chord를 들어보라. Ride my See-Saw와 Legend of a Mind의 클라이막스에서 들려주는 찬송가 수준의 보컬 어레인지먼트는 놀라운 수준이다. 예스, 캐러반, 젠틀 자이언트등은 이러한 기법을 더욱 발전시켜 호모포닉한 편곡을 하거나, 동시에 두 세개의 멜로디를 진행시키는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프로그레시브 록의 풍부한 보컬 어레인지먼트는 아마도 영국 음악의 역사에서 그 원인을 찾아야 할 것이다. 13세기 무렵부터 르네상스 초기에 이르기까지 영국의 가수들은 부드럽고 낭랑한 스타일의 보컬 어레인지먼트를 무척 선호하였고 이러한 스타일은 유럽의 여러나라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이러한 면에서 영국의 프로그레시브 록은 그들의 오래되고 고색창연한 음악적 전통을 다시 일깨우는 역할을 하였다고 간주되는 것이다.

2 # 클래식 형식과의 관계[ | ]

(Classical Forms)

프로그레시브 록을 조금 들어본 사람은 누구나 프로그레시브 록 음악이 클래식 음악의 형식을 록의 프레임에 적용하려는 시도를 표현한다는 것을 알 것이다. 따라서, 클래식 음악의 형식이 프로그레시브 록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이해하는 것은 프로그레시브 록을 이해하는데 아주 중요한 사항이다. 비틀즈의 서전트 페퍼 앨범이후 프로그레시브 록에서 앨범 전체에 대한 컨셉츄얼한 접근은 매우 중요하게 여겨졌고, 이후의 많은 밴드들이 컨셉트 앨범을 많이 제작한 걸로 봐서도 19세기 고전음악 양식이 프로그레시브 록에 끼친 영향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왜 프로그레시브 록은 클래식 양식을 빌어왔을까?

이에 대한 해답은 싸이키델릭에 대한 이야기로 거슬러 올라가야 찾을 수 있다. 싸이키델릭음악은 환각 상태로의 몰입을 시도한 음악이었으며 동시대의 재즈나 인도의 라가같이 즉흥 연주에 상당히 비중을 두는 연주 스타일의 영향을 받은 음악이다. 그래서 싸이키델릭 음악 역시 매우 긴 연주 섹션을 그들의 음악에 삽입하였다. 이러한 긴 연주는 환각으로의 여행과 관계가 있다. 즉, 시간의 흐름은 중지되고 목표 지향적 움직임은 순간적 감각으로의 몰입으로 대치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스타일을 쫓는 뮤지션들이 많이 생겨나면서 단점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아무리 훌륭한 싸이키델릭 밴드가 연주를 훌륭히 한다고 하더라도 처음의 감동이나 놀라움은 몇분이 지나면 멍해지게 되고 듣는이는 좀더 다양하고 다이나믹한 연주를 듣고 싶어한다. 비르투오소적인 솔로 연주와 멜로디간에 좀더 균형잡힌 음악을 원한다. 음악이 "어디론가 진행되는" 느낌을 원하게 되는 것이다. 아이언 버터플라이의 "Inna Gadda Da Vida"를 들어보라. 훌륭하지만 지루한 드러밍 솔로에 당신은 곧 지쳐서 다른 음악을 찾게될 것이다. 연주곡을 계속 발전시키고 싶어하는 뮤지션들 사이에서는 싸이키델릭 공연이나 연주에서 들을 수 있는 멋지고, 시간의 흐름을 잊게 하는 연주를 크게 손상하지 않으면서도 좀 더 조직적이고, 다양하며, 클라이막스를 좀 더 두드러지게 할 수 있는 음악 스타일을 찾는 방법을 찾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프로그레시브 록의 기초를 세운 뮤지션들은 그 해답을 즉흥 연주를 한 곡당 하나나 두 개정도의 섹션으로 제한하고, 나머지 부분을 19세기 교향곡의 형식에 맞춰 작곡하는 방법에서 찾았다. 싸이키델릭 역시 19세기 교향곡과 마찬가지로 무척이나 "낭만"적이었기 때문에 이러한 시도는 어찌 보면 당연하다고 할 수도 있겠다. 두 음악 다 비슷한 우주관을 가지고 있었고, 무한과 타계(他界)에 대한 동경, 그리고 서사적인 투쟁을 표현하는 것등 공통적인 관심사가 많았던 것이다.
이러한 뮤지션들은 특히 19세기 고전음악 장르 중 교향시와 다악장 표제 음악에 관심을 많이 가졌다. 물론 두 장르 다 여러개의 불연속적인 악장이나 서로 관련있는 섹션들로 이루어진 장편의 오케스트라 연주이다. 즉, 연주로서 어떠한 사상이나 이야기, 혹은 풍경 같은 시각적인 이미지를 전달하려는 시도를 하였다. 박자나 빠르기, 오케스트레이션 편곡의 변화 혹은 코드의 변화를 통해 특정 주제에 대한 다양한 접근을 함으로서 비음악적인 요소를 음악으로 전달코자 했던 것이다.

핑크 플로이드의 Atom Heart Mother나 카멜의 Snow Goose처럼 거의 완전히 연주로만 이루어진 작품들도 있긴 하지만 프로그레시브 록의 다악장 조곡 대부분은 연주부분과 노래부분을 결합한 것들이다. 연작 가곡과 표제 음악적 접근의 혼합으로 볼 수도 있겠다. 마찬가지로 다악장 조곡과 교향시 스타일의 단악장 작품 역시 구별이 그리 쉽지 않다. 곡의 연주시간으로 구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예스의 Roundabout나, ELP의 Trilogy, 제네시스의 Fifth of Fifth같은 6분에서 12분정도의 러닝타임을 가지는 작품들이 대개 단악장 작품이라고 보면 된다. 노래는 하나인데 프렐루드, 인터루드, 포스트루드 그리고 이들을 노래와 연결하는 브릿지 섹션등에 연주를 삽입하여 곡의 길이가 길어진 것이다.
반면에 대부분의 다악장 조곡은 적어도 러닝타임이 적어도 20분에 이르거나, 앨범(LP)의 한면 혹은 그 이상을 차지하는 정도의 길이를 가진다. 단순히 "노래들"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긴 시간이며, 이러한 류의 곡에는 연주 섹션이 풀타임으로 펼쳐지고 보컬 섹션은 어느정도 독립적인 구성을 가지면서 곡 여기 저기에 삽입된다. 프로그레시브 록이 진정한 교향악의 수준에 오르는 것이 바로 이러한 작품들을 통해서이다.

프로그레시브 록의 최초의 다악장 조곡은 68년에 발표되었다. 핑크 플로이드의 A Saucerful of Secrets, 나이스의 Ars Longa Vita Brevis그리고 프로콜 하럼의 In Held Twas in I이다. 다악장 조곡 구성에 의한 장편 창작은 69,70년에 유행처럼 번졌으며 교향악단과의 협연도 빈번히 이루어졌다. 69년에 발표된 나이스의 Five Bridges Suite와 70년에 발표된 핑크 플로이드의 Atom Heart Mother가 좋은 예이다. 71년 이후에는 교향악단과의 협연은 현저히 감소했지만 이러한 접근방식은 프로그레시브 록에 중요한 특징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ELP의 Tarkus와 Karn Evil 9, 예스의 Close to the Edge와 Tales from Topographic Ocean, 제네시스의 Supper's Ready 그리고 VDGG의 A Plague of Lighthouse Keepers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많은 작품들이 다악장 조곡 형식으로 발표되었다. 이런 작품들을 통해 프로그레시브 록이 교향곡의 영역을 도입한 작품이라는 인식이 크게 증가하기는 했지만 팝송의 전통을 완전히 버린 것은 아니다. 프로그레시브 록 앨범의 대부분은 3,4분 정도의 짧은 곡을수록하였다.

19세기 표제음악의 전통을 수용함으로써 프로그레시브 록은 싸이키델릭에 대해 두가지 중요한 도전장을 낸 결과를 가져왔다. 즉, 장편 록 음악에 다양성과 지향성을 어떻게 담을 것인가를 제시한 것이다. 다양성은 남성적 섹션과 여성적 섹션을 구조적으로 병치하는 것으로 성취하였다. 교향곡에서는 이러한 접근이 드물지 않았던데 반해. 일반 팝송에서는 거의 없던 곡 구성 방식이며 다라서 프로그레시브 록을 규정하는 특징이 되었다. 제네시스의 토니 뱅크스가 이러한 방법론에 특히 정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프트한 비트를 라우드 비트 바로 옆에 배치하면 소프트한 비트가 더욱 예쁘게 들리는 효과를 낳지요. 우리의 곡중에 Musica Box가 이런 테크닉의 전형적인 예일 거예요. Supper's ready도 그렇구요."-토니 뱅크스의 말이다.

이런 종류의 다이나믹한 연결은 음색의 대조를 이용한 구성에도 적용된다. 조용한 섹션은 어쿠스틱 악기들이 주가 되어 연주를 하고, 소리가 큰 섹션은 일렉트릭 혹은 전자 악기가 지배적인 음원이 되는 것이다. 전자 악기와 어쿠스틱 악기의 연주 부분들은 고유의 특성으로 가지고 하모니, 리듬, 멜로디, 그리고 텍스쳐라는 음악적 요소들에 서로 배타적으로 접근하는데, 예를들어 어쿠스틱 악기가 연주되는 부분에서는 드럼이나 베이스같은 리듬 섹션은 약화되거나 연주를 중지한다. 이러한 배치는 부드럽고 유연하며 고전음악 분위기의 리듬 구사를 가능하게 한다. 어쿠스틱 섹션은 그래서 좀 느리고, 좀더 길며 서정적인 멜로디와 단순한 화음 진행, 개방적인 텍스쳐를 만들어 낸다. 반면에 일렉트릭 섹션은 빠르고, 덜 멜로딕한 소재와 밀도있는 텍스쳐, 그리고 복잡한 화음을 구사한다.

결과적으로, 일렉트릭과 어쿠스틱 섹션간의 변화는 변증법적 양극을 만들어낸다. 어쿠스틱한 진행은 명상적이고 목가적이며 "여성적"인 느낌을 주며, 일렉트릭한 진행 부분은 역동적이고 테크놀로지칼하며 미래적인, 그래서 남성적인 느낌을 주는 것이다. "남성적/여성적"에 의한 상사(相似)는 남성적 섹션과 여성적 섹션이 서로간의 확장과 수축, 클라이막스로의 접근과 멀어짐을 보완하면서 프로그레시브 록 음악 구조의 가장 중요한 측면을 이룬다. 게다가, 이러한 "남성적/여성적" 사운드의 변증법은 히피들에게 중요한 의미를 가졌던 많은 투쟁의 하나를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것이기도 하다. 문화적으로 서로 반대편에 있는 집단을 포괄적으로 표현한다는 것이다. 즉, 상위와 하위 문화, 유럽인과 미국의 흑인간의 문화 창조 방법, 미래지향적인 기술 지상주의와 소박하고 목가적인 과거, 창조적이고 직관적인 여성성과 이성적이고 조직적인 남성성등이 커다란 하나로 통합됨을 상징하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들에 대한 관심사는 프로그레시브 록의 주된 관심사의 하나였으며, 커버 아트와 가사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프로그레시브 록은 수많은 타입의 멜로디를 이용하여 다양한 인상을 주기도 한다. 연주 부분에 있어서의 각 악기들은 최대 음량으로 연주하는 경우가 적은데 이는 다른 악기들의 연주에 의한 표현들을 감소시키지 않기 위해서이다. 대규모의 연주곡은 대개 짧은 멜로디나 코드 진행의 반복과 확장을 통해 복잡한 구조를 형성하는 방법으로 이루어진다. 바탕을 이루는 베이스패턴이나 코드의 오스티나토 진행이 솔로 연주에 더해지거나 짧은 테마 멜로디에 더해지는 것이다. 서로 길이가 다른 짧은 프레이즈들을 짜맞춰 포크송이나 찬송가 스타일의 구조가 나타나기도 하는데 이러한 작업의 결과로 4박자 리듬을 벗어나는 경우가 허다한 것이다.

프로그레시브 록이 싸이키델릭 잼의 한계에 대해 제시한 또하나의 해법-방향성의 문제- 역시 19세기 교향곡에서 자주 사용되던 기법으로, 클라이막스에 도달할 때까지 텐션을 구축해 나가다가 클라이막스에서 갑자기 흐름을 끊고 전혀 다른 새로운 진행을 시작하는 것이다. 예스의 작품에서 이러한 기법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특히 Awaken의 후반부) 프로그레시브 록 지향적인 헤비 메탈을 구사했던 레드 제플린의 Stairway to Heaven에서도 이러한 기법의 전형적인 예가 나타난다. 이러한 기법이 발전하여 곡의 처음에 어쿠스틱 악기로 표현되었던 주제부를 크라이막스에서 일렉트릭 악기들로 강하게 록적으로 표현하게 된다. (여기서도 남성적/여성적 사운드의 역학이 도입된 것이다.) ELP의 Trilogy, UK의 Thirty Years, 젠틀 자이언트의 His Last Voyage, 제네시스의 Fifth of Fifth등이 모두 이러한 남성/여성 역학을 사용하여 극적인 효과를 극대화한 작품들이다. 이렇게 섹션과 섹션간의 연결이나 악장과 악장간을 연결하는 것은 비슷하거나 훨씬 더 긴 싸이키델릭 잼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구성이다.

때로, 곡의 처음에 제시되었던 테마 혹은 음악적 아이디어가 곡의 마지막에 재현되는 경우가있다. 때로는 초반에 제시되었던 주제멜로디가 변형되어 나타나기도 한다. 제네시스의 Supper's Ready에서의 마지막 악장은 초반의 두 악장에서 제시된 멜로디를 풍부한 상상력을 통해 변형하여 이루어진 것이다. 이러한 변형은 곡의 마지막 부분이 아닌 중간에서 나타나기도 하는데, 킹크림즌의 Lizard 두 번째 악장에서의 재즈 스타일 볼레로는 오프닝에서 제시되었던 서정적이고 목가적인 멜로디를 변형한 것이다.

프로그레시브 록이 19세기 표제음악의 형식을 빌어옴으로서 싸이키델릭의 즉흥성을 많이 잃었다는 지적이 있는데,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다. 하지만, 19세기의 클래식 음악이 이미 그 이전의 양식 (바로크나 고전주의시대)에 비해 많이 느슨한 형식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들도 무대 위에선 상당히 즉흥연주를 많이 선보였다. 때로는 한 섹션을 통째로 비워두어 즉흥 연주를 위한 공간을 마련하였다. 베이스나 코드는 계속해서 반복 진행을 하여 곡의 진행성을 중단하고, 솔로 악기가 싸이키델릭 스타일의 연주를 펼치는 것이다.

위대한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와 그 아류작을 구분하는 것이 이러한 대규모 작품 구조의 방향성을 갖느냐 마느냐 하는 점이다. 예스의 장편 조곡과 릭 웨이크먼의 경우를 비교해보자. 사실 릭 웨이크먼이 예스의 키보디스트로서 오랫동안 활동을 하였고 그 비슷한 시기에 솔로 앨범들을 발표하였지만 그 작품들은 릭 웨이크먼이 훌륭한 "연주자"라는 사실을 입증할 뿐이다. 여러 멜로디나 주제들간을 빠르게 왔다 갔다 하지만 그들간의 발전이나 상호 긴장에 의한 작품 전체 수준에서의 긴장의 고조나 형식미를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예스에서의 상황은 상당히 다르다. 예를 들어 그들의 최고 걸작의 하나인 Close to the Edge를 살펴보자. 이 작품에서 예스는 멜로디를 상당히 "경제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처음에 제시된 멜로디가 끊임없이 재생산되고, 변형되고 확장되어 1,2,4악장을 가득 메우고 있다. 동시에, 음악적 아이디어들은 서로를 위험하게 따라다니지 않고 세심하게 배열되어 다음 부분으로 훌륭하게 확장되어 나가는 느낌을 준다. 연주 자체와 전반적인 역동성이 잘 조화되어 곡이 앞으로 진행되어 나간다는 느낌을 강하게 준다. 이렇게 예스의 음악에서는 드라마와 확장의 쾌감을 얻을 수 있는데 반해 릭 웨이크먼의 작품에서는 그렇지 않은 것이다. (Criminal Record에서의 Judas Iscariot에서만 예외적인 성공을 거두었다)
많은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들이 70년대에 대규모 작품을 생산하였지만 그들의 최고 걸작에서만이 이러한 서사시적 규모를 성공적으로 담아내고 있다.

3 # 비르투오시티[ | ]

Virtuosity

프로그레시브 록은 클래식으로부터 비르투오시티의 전통도 가져왔다. 이러한 비르투오시티적인 연주 스타일은 처음에는, 악마의 영혼을 가졌다고까지 평가를 받던 바이올리니스트 파가니니나 피아니스트 프란츠 리스트 같은 19세기의 걸출한 연주자의 낭만적인 연주 스타일에서 시작되었다. 이후 1920년대의 재즈 뮤지션들이 이들의 전통을 이어 받았다. 이어 리듬 앤 블루스, 싸이키 델릭 뮤직에까지 이러한 전통이 이어졌다. 지미 헨드릭스, 에릭 클랩튼, 지미 페이지, 제프 벡 같은 기타리스트 뿐만 아니라 베이시스트 잭 브루스 그리고 드러머 진저 베이커 역시 이러한 전통의 선상에 서 있는 뮤지션들이다. 이들의 음악에서 비르투오시티는 모두 동일한 일반적인 기능을 담당한다. 즉, 솔로 연주자가 고대 무용담에 나오는 영웅의 역할을 한다. 두려움 없는 개인주의자로서 사회의 각종 규범이나 굴레들을 과감히 탈출하는 모델이 되는 것이다. (즉, 19세기 낭만주의 클래식 음악에선 오케스트라부분이, 재즈에서는 리듬 색션이 이러한 외부로부터의 굴레를 상징한다)

흥미로운 점은, 사이키델릭 밴드 중에 가장 비르투오시티를 강조했던 밴드들 - 헨드릭스의 익스피리언스, 크림, 야드버즈 - 은 프로그레시브 록의 발전보다는 헤비 메탈의 발전에 더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사실, 최초의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라고 평가되는 무디 블루스, 프로콜 하럼, 핑크 플로이드 (하나 더 붙인다면 비틀즈) 같은 밴드들은 그다지 솔로 연주에 강하지 않다. 나이스의 건반 주자였던 키스 에머슨만이 예외적으로 강력한 솔로 연주 실력을 보유하고 있다. 에머슨은 오랫동안 클래식 음악으로 훈련을 받은 건반주자였고, 10대 시절엔 재즈 연주에 둘러 빠졌던 경력을 가진 경우이다. 1960년대 중반에는 잘나가던 브리티쉬 블루스 밴드인 T-Bones에 재적하면서 브리티쉬 블루스 리바이벌에 한몫을 담당하기도 하였다. 나이스에서 처음 발표한 1집 The thoughts of emerlist davjack (67년말 ~ 68년초 녹음)에서 벌써 에머슨의 장시간에 걸친, 하지만 세심하게 준비된 솔로 연주와 전광 석화같은 연결부 (패시지 �, passage work), 그리고 광범위한 구성은 데이빗 오리스트의 사이키델릭 기타와 어우러져 훌륭한 긴장을 조성해낸다. 2집에선 데이빗 오리스트가 이미 탈퇴한 후였기 때문에, 에머슨의 키보드가 전면에 나서서 클래식 음악에서 훈련된, 그리고 이후의 후배들이 추종하게 되는, 프로그레시브 키보드 솔로의 전형을 세우게 된다.

게다가 에머슨의 케이스는 비 건반 악기 연주자에게도 큰 영향을 끼쳤다. 싸이키 델릭의 명인이라 할 지미 핸드릭스와 에릭 클랩튼은 머디 워터스, 비비 킹같은 어번 블루스에서 영향을 받은 반면에, 프로그레시브 록 기타의 달인이라고 해야할 로버트 프립, 스티브 하우, 얀 아커만은 클래식 기타나 재즈 기타의 연주 스타일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 프립이 잘 사용하는 불꽃같은 크로스 피킹 주법은 (프립은 플렉트럼을 사용하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클래식 기타 주법에서 영향 받은 것이고 프로그레시브 록 기타 전반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된다. 드럼의 명인인 빌 브루포드, 칼 팔머, 가이 에반스 역시 클래식 음악과 재즈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

대부분의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들은 앨범의 상당 부분을 솔로연주에 할애하였다. 기타, 키보드, 관악기등 멜로디를 연주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악기들이 솔로 연주에 등장한다. 베이스와 드럼의 솔로는 주로 페시지 웍에서 주로 나타나는데 이것조차도 다른 장르에선 보기 드문 구성이다. 과장되거나 지나치지 않고 전체적인 구성에 짜임새 있게 맞춰진 경우는 대부분 걸작으로 평가받게 되었지만, 그러한 작품은 그리 많지 않다. 대부분이 과장되고 너무 긴 시간동안 무리하게 진행되었다. 비평가들이 프로그레시브 록에 대해 자아 도취적이라고 공격하는 경우에 대개 예로 들어지는 것이 이런 솔로 연주부분들이다.

프로그레시브록의 또하나의 중요한 비르투오소적 특징중의 하나가 평범하지 않은 박자를 좋아하고 자주 쓴다는 점이다. 당시까지 대부분 유럽음악의 박자가 2박, 3박, 혹은 4박였는데, 19세기 후반, 20세기 초의 클래식 작곡가인 무소르그스키, 림스키 코르사코프, 스트라빈스키등에 의해 비대칭 마디와 변박자 개념이 도입되었다. 즉, 비트 그루핑이 5박, 7빅, 11박 혹은 그 이상으로 이루어지고 몇마디 마다 박자가 바뀌는 음악이 창작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음악적 기법은 60년대초 재즈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데이브 브루벡에 의해 재즈에 도입되었다. 브루벡은 프랑스의 작곡가인 Darius Milhaud와 이 작업을 진행하였는데, Milhaud는 사실 스트라빈스키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인물이었던 것이다.

대중음악에서는 비틀즈가 처음 이런 시도를 하였다. Strawberry fields forever나, Within you, Without you에서 5박자 곡의 시도한 것이다. 사이키델릭 뮤직에서는 가사가 음악의 흐름을 존중하게 되면서 이러한 변박이 많이 시도되었다. 또한, 댄스적인 느낌을 없애기 위해서 사용되기도 하였다. 감상용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는 일이 생기길 바라지 않았던 것이다. 대신 복잡한 구성과 라이트 쇼로 관객의 넋을 일게 만들었다.

프로그레시브록 많큼 비범한 박자와 마디 구성을 가진 장르는 없을 것이다. 브루벡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에머슨은 나이스의 첫 앨범 첫 작품인 Azrael, the angel of death를 5/4박자로 작곡하였고 비슷한 시기에 발매된 제쓰로 툴의 Living in the past 역시 5박과 7박으로 이루어졌다. 70년대 들어서면서는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들 사이에서는 이러한 불규칙적인 곡 구성이 보편화 되었다. ELP의 첫 앨범인 Tarkus의 첫곡인 Eruption은 당시 5/4박자에 심취한 칼 팔머의 요청에 따라 에머슨이 5/4박자로 작곡한 것이다.

이후 70년대 초엔 더 복잡한 비대칭 박자들이 시도 되었다. 71년 발표된 VDGG의 Man-erg와 젠틀 자이언트의 Pantagruel's Nativity는 11/8박자로 구성되었고, EGG의 I will be absorbed와 킹 크림슨의 Starless 중반부는 13/8박자로 구성된다. 아마 가장 복잡한 경우는 내셔널 핼스의 Tenemos Roads일 것이다: 25/16박자!

리듬 구조의 복잡화는 비대칭 마디를 넘어서 싱코페이션으로까지 확장된다. 싱코페이션이 걸린 리듬과 이를 거부하는 멜로디 라인이나 코드 진행은 긴장을 발생시키는 동시에 이를 해소하기 위해 음악이 앞으로 '전진'한다는 느낌을 강력히 주는 효과를 가진다. 다중 리듬도 사용되었다. 즉, 서로 다른 악기가 서로 다른 박자로 동시에 연주하는 것이다. 신경질 적이고 불균형한 느낌을 노린 것이다.
정리한면, 프로그레시브 록의 전형적인 리듬 스타일은 스테디 비트와, 재즈에서 많이 사용되는 싱코페이션, 그리고 유럽 포크 음악에서 많이 사용되어 스프라빈스키나 바르토크, 홀스트에 의해 19세기에 클래식 음악에 도입된 비대칭 마디와 변박의 빈번한 사용, 이 세 가지의 퓨젼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러한 솔로 연주나 박자 운용에서의 비르투오시티 이외에도 프로그레시브 록엔 작곡의 비르투오시티적인 요소가 존재한다. 다악장 구성의 장편 작품에 대한 선호가 그 단적인 예이다. 음악 자체적으로나 전반적인 컨셉트 면에서 20분~30분 정도의 시간이 되는 작품을 쓴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닌 것이다. 많은 밴드들이 캐넌이나 푸가의 방법론을 도입하였다. 프로그레시브 록의 음악적 텍스쳐는 대부분 네 파트 호모포닉 구조이다. 하나의 주 멜로디, 그를 받쳐주는 베이스라인, 코드로 배경을 채우고, 타악기로 리듬을 쳐주는 것이다. 이는 다른 록음악과 크게 다를 바 없는 구성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로그레시브 록에서는 많은 경우에 풀스케일로 된 푸가 스타일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나이스의 Five Bridges Suite, ELP의 The endless enigma suite의 2악장, 르네상스의 Sheherazade 7악장, VDGG의 Meurgly III의 오프닝부분, 젠틀 자이언트의 on reflection 에서의 오크닝과 클로징. 캐넌 스타일로는 제스로 툴의 Round, 캐러밴의 Asforteri 25가 있다. 젠틀 자이언트의 경우에는 스트라빈스키나 홀스트의 텍스트 구성 방법을 인용하여 짧은 몇 개의 반복적 멜로디 파편을 중첩하여 치밀하고 복잡한 오스티나토 네트웍을 구성하기도 하였다.

프로그레시브 록의 비르투오소적인 요소중 마지막 요소는 전자/테크놀로지이다. 주쇼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의 앨범은 사운드 구성과 녹음 자체가 발매 당시 최고의 기술적 지원하에 이루어졌다. 핑크플로이드의 Dark side of the moon과 ELP의 앨범들은 여러해동안 오디오 테스트용 앨범으로 사용될 정도였다. 비틀즈 후기작품의 제작을 맡았던 조지 마틴에 의해 사용되기 시작한 기술들 (스피커에서 스피커로 특정한 악기 소리를 옮기거나, 오버 더빙, 한 악기 음을 스테레오로 쪼개거나, 자연 음향을 조작하여 새로운 음색으로 만들어 내는 기술, 그리고 다양한 테이프 이펙트)은 프로그레시브 록 엔지니어들에 의해 더욱 발전하였다.

연주나, 박자 구성, 작곡 혹은 기술적인 면에서의 비르투오시티에의 추구는 프로그레시브 록의 예술 지상주의적인 측면을 드러내는 것이다. 대중 음악의 다른 장르에는 확실히 없는 이러한 측면은 많은 록 비평가들이 프로그레시브 록을 공격하는 무기가 되기도 한다. 프로그 록이 추구하는 비르투오시티는 소통이나 예술의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들만을 위한 자기 만족의 음악이 된다는 것이다. 그러한 면도 있기는 하나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
비르투오시티는 사이키델릭 뮤직에서 중요한 문화적 역할을 하였으며, 그로부터 파생되어 나온 프로그레시브 록이나 재즈록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사이키델릭 문화의 창조자이자 소비자였던 히피들은 기존의 인기차트 스타일의 팝송을 거부하였다. 진행이 뻔하고 진부한데다가, 단순해서 재미가 없었기 때문이다. 프로그레시브 록의 치밀한 구성과 복잡한 마디 변화, 아찔한 솔로 연주는 예측 불가능성, 긴장, 부조화 같은 단어를 히피들의 머릿속에 떠오르게 했으며 기성사회에의 저항한다는 느낌을 준 것이다.

4 # 모달 하모니[ | ]

Modal Harmony

프로그레시브록이 교회 음악의 모드나 혹은 더 이국적인 모드를 사용하게 된 것은 기본적으로 60년대 중반 포크의 부활에 기인한다. (북부 인도 음악의 유입에 영향을 받았다고 말하는 이도 있다.) 따라서, 포크 부활운동의 요점이 무엇이었는가가 중요하다. 아마도 중산층 영국인과 미국 백인들에게 포크 뮤직이 다시 어필하게 된 이유는 근대 사회의 비인간화에 대한 반작용 때문이었을 것이다. 포크 음악은 안정적이었던 산업사회이전에 대한 향수를 상징하는 것이었고, 인간이 흙과 더 가깝게 살았던 시절에 대한 그리움이었다. 그 시절엔 지금은 없어져버린 공동체라는 정서가 있었고, 영적인 것에 대한 경외심이 살아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히피들은 동양 혹은 중동에 대한 관심을 가졌다.) 이러한 이유로 포크 뮤직은 다시 살아났고 히피의 정신적 거주지였던 하위 문화를 생산하던 프로그레시브 록은 포크 뮤직의 선법 (Mode)을 도입하였다.
클래식 음악에서 중세 교회의 모드는 17세기경에 메이저/마이너 스케일이 확립되면서 더 이상 사용되지 않았었다. 마르크스주의에 영향을 받은 John Shepherd같은 평론가는 메이저/마이너 스케일이라는 펑셔널 하모니의 사용과 근대 사회의 발전이 관계가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안정되고 강력한 중심 코드 (토닉)가 연속적으로 약한 코드들로 확장되어 나가는 펑셔널 하모니의 운동 방식이 산업사회의 팽창 논리 및 자본의 운동 방식과 유사하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모달리티는 중세, 혹은 르네상스 시기등 먼 옛날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히피들은 이 시기가 부활하기를 간절히 바랬었다. 더구나 모달리티는 히피들이 마약을 하고서 느끼는 자유로운 감각에 잘 맞아 떨어졌다. 사이키델릭 초기 시절의 브리티쉬 록에는 모달리티와 I-IV-V의 블루스 진행이 불안정하게 공존하였으나. 60년대 말의 프로그레시브 록 뮤지션들은 블루스적 진행을 과감히 포기하고 훨씬 유연한 모달리티적 진행을 채택한다. (반면에 히피적 정서와 비교적 약한 연대를 갖고 있던 메탈/하드록 뮤지션들은 블루스적 코드 진행 쪽으로 기울게 된다)
블루스 코드 진행의 태생인 펑셔널 하모니에 의해 곡을 구성하면, 곡은 베이스 라인업 위에 세워진다. 멜로디는 코드 진행이라는 프레임에 맞아 떨어져야 한다. 반면에 모달 하모니는 멜로디로부터 곡이 구성된다. 프레임이라고는 멜로디 밖에 없다. 평셔널 하모니와는 달리 일정한 혹은 규칙적인 하모닉 리듬이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정적인 하모닉 리듬과 빠른 하모닉 리듬과의 강렬한 대조가 존재한다. 즉. 정적인 하모닉 리듬인 드론(단조로운 저음)이나 오스티나토 패턴이 키보드나 기타 솔로 밑으로 지속적으로 깔리고, 빠른 하모닉 리듬일 때에는 코드가 1초나 2초에 한번 정도로 자주 바뀐다. 어떤때는 듣는이가 알아채기 이전에 조성이 바뀌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하모닉 리듬이 비교적 규칙적일 때에도 모달 하모니는 평셔널 하모니에 비해 훨씬 유동적이고 비예측적이다. 코드와 코드 간의 관계가 평셔널 하모니처럼 조직적이거나 뚜렷하지 한고 모호하기 때문이다. 프로그 뮤지션들은 이러한 점을 강조하기 위해 모드 차용이라는 기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한 모드에 다른 모드에서 사용되는 화음을 섞는 것이다. 예를 들어, B 플랫 메이저와 D 메이저코드를 A 에이올리안 모드에서 동시에 사용하는 것이다. 혹은, 크로스 릴레이션을 사용하기도 한다. 한 음의 옆에 있는 다른 음을 다른 악기로 동시에 연주하는 기법이다. (예를 들어 C와 C�을 동시에 연주하는 방식인데, 펑셔널 하모니에서는 모호한 느낌을 준다는 이유로 금기시하고 있다)
제네시스나 예스는 좀 밝고 오픈된 느낌의 모드를 많이 사용한다. 그래서 메이저 모드를 많이 사용하였고, 이에 비해 좀 어두운 분위기를 많이 내는 핑크 플로이드나 VDGG는 마이너 모드를 많이 사용하는 경향을 보인다. 마이너 모드중에 가장 자주 사용되는 모드는 에이올리안 모드. 도리안 모드, 그리고 2도음을 낮춘 프리지안 모드이다. 메이저 모드에서는 믹소리디안 모드, 이오니안 모드 그리고 7도음을 낮추고 3도음과 6도음 둘중에 하나를 올리고 나머지 하나를 낮춘 하이브리드 모드이다. 교회 모드중에 리디안 모드와 로크리안 모드는 그리 많이 쓰이지 않았다.
교회 모드에서 한발 더 나아가 동유럽이나 중동의 모드를 쓰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로버트 와이엇 같은 경우는 "그리스 모드를 버리고, 마케도니아나 북아프리카 모드를 선호" 하기도 하였다.
프로그레시브 록에 사용되는 화음은 다른 대중음악에 비해 단순한 편이다. 특히 재즈 록에 비해서는 훨씬 단순하다. 프로그레시브 곡에 사용되는 코드 중에 대부분이 단순 3화음 (simple triads)이다. 9도 딸림이나 11도 딸림, 13도 딸림 화음은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딸림음을 포함하는 증6도 화음이나. 감7도화음도 거의 사용하지 않는데 이는 이러한 코드들이 강한 목표지향의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목표지향이라는 단어는 이 장르의 뮤지션들이 피하는 단어이다. 두가지 유형의 7도 화음이 많이 사용되었는데, 단 7도 코드 (마이너 세븐스 코드, 예를 들어 D-F-A-C)와 장 7도 코드 (메이저 세븐스, 즉 C-E-G-B)이다. 이들은 강한 으뜸음의 느낌이 없기 때문에 많이 사용되었다. 서스펜디드 2nd와 서스펜디드 4th 코드도 즐겨 사용되었다.
많은 프로그레시브 록 뮤지션들이 12세기 영국이나 동유럽의 국민주의 작곡가들에게서 사용되던 진보된 화성 기법을 사용하였다. 바르톡, 랄프 본 윌리암스, 스트라빈스키등의 작곡 기법을 도입한 것이다. 이들 작곡가들은 산업사회에의해 사라져가는 정통성과 영성을 부활시키고자 하였고 그 방법을 민속음악의 부활에서 구하였다. 존 앤더슨은 스트라빈스키와 시벨리우스의 영향을, 로버트 프립은 바르톡과 스트라빈스키에게서 영향을 받았으며, 젠틀 자이언트의 케리 미니어는 본 윌리암스의 음악에 심취하기도 하였다. 키스 에머슨은 바르톡, 시벨리우스, 레오 야나체크의 음악을 나이스와 ELP에서 편곡하여 발표하였다.
이들 현대 음악가들에게서 프로그 뮤지션들이 도입한 모달 하모니는 폴리 트라이어드, 쿼털 하모니, 호울톤 하모니 그리고 바이 토날리티등이다. 예를들어 키스 에머슨은 쿼털 하모니(3도씩 증가하는 화음이 아닌 4도씩 증가하는 화음)와 4도음의 안정되지 않은 느낌에 매력을 가진다고 말한 바 있으며, 이 쿼털 화음이 ELP의 타르쿠스(특히 1악장, 5악장, 7악장에서)와 Pirate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두 개의 서로 다른 3화음, 혹은 서로 다른 3화음의 일부분이 동시에 사용되는 폴리 트라이어드도 많이 사용되었다. 프레이즈의 끄트머리에서 다른 키로 옮겨가기 위해 많이 사용되었다. 드라마틱한 효과를 내는데도 많이 사용되었는데, 예를 들면, Tarkus의 결말 부분에서 바장조와 올림 바 단조가 갑자기 바장조로 합쳐지면서 극적인 효과를 낸 것이다.
프로그 키보디스트들 사이에서 이런 기법을 이용한 실황에서의 연주는 상당히 광범위하게 사용되었다. 오른손으로는 단순 3도 화음을 연주하고 왼손으로는 비화성적 음계를 같이 연주한 것이다. 예를 들어 제네시스의 토니 뱅크스는 "the eleventh earl of mar 는 기본적으로 G 마이너 코드에다가 베이스 라인에만 A 플랫을 추가한 곡이죠. 말이 안되는 것 같지만 실제 들어보면 무척 풍부한 텍스쳐가 만들어집니다." 라고 말한다. 마찬가지로 키스 에머슨도 "오픈 메이저 코드를 루트음에 반대되게 연주하는 기법을 많이 사용합니다. 예를들어 A음이 기본음이면 G 메이저 코드를 누르는거죠. D가 기본음일땐 E메이저, C가 기본음이면 D 메이저를 누릅니다"
호울 톤 하모니를 사용하면 트라이 톤을 강조하는 효과가 나온다. 대신 불협화음이고 불안정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중세 이론가중엔 악마의 코드라고 부른 경우도 있었다. 공허하고 불안한 느낌을 주고 싶을 때 이 화음이 많이 사용되었다. 예를 들어 킹크림슨의 레드나 프랙쳐에서는 기타와 베이스의 디스토션, 불도져 같은 백비트가 터져 나오는데 이 부분이 호울톤이 사용된 곳이다. 바이 토널리티 역시 두가지 서로 다른 키의 음을 병치시키는 방법의 하나로서, ELP의 Tarkus조곡의 3악장인 Iconoclast에 사용되어 매우 기계적인 분위기를 연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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