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G영화들

1 # 일본 ATG 영화들[ | ]

장미의 행렬 (薔薇の葬列 Parade of Roses | 마츠모토 토시오 Matsumoto Toshio | 1969 | 35mm | 105min | 일본 | b&w )

 

ATG 영화에 지쳐서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았지만, 이미 친구들과 예약한 영화라서 어쩔 수 없이 가서 봤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동성애자 인권 센터에서 일하는 친구와, 줄기차게 게이 문학 및 음악의 애호가로 살아온 친구들과의 즐거운 한때가 되었다. 영화의 완성도는 물론 떨어지지만, 그 안에 담겨진 내용들이 우리의 20대와 상당히 공유되는 부분들이 있었다. 이 영화에는 성적 소수자, 여기서는 트랜스베스타이트, 일본에서는 게이 보이라고 하는 이들이 나온다. 하지만, 단순히 게이보이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당시 일본 젊은이들의 온갖 언더그라운드 문화(미시마 유키오의 "가면의 얼굴"의 구절들이 낭독되고, 요나스 메카스의 언더그라운드 영화 선언이 이야기되며, 마리화나 예찬, 사이키델릭 음악과 사이키 조명 아래에서 춤추며 섹스의 난장이 벌어지고, 등등)가 결합된 영화. 특히 이 영화를 촬영하면서 배우들과 인터뷰한 화면들이 곳곳에 삽입되어있다. 서구 문화의 위반과 비주류의 요소들을 이 땅이나 저 땅이나 얼마나 매혹적으로 받아들였는가를 생각하게 됨. 그러나 역시 내면화되지 않고, 체화되지 않아, 그저 후일담 그 시절의 매혹에 불과한 것들이라는 것이 확인되었다. 그래서 즐거우면서도 씁쓸한 관람이 되었다. 그 날 함께 영화를 본 그 친구들도 마음 속으로는 다들 그 씁쓸함을 느끼지 않았을까.

  • 결국, 시네마떼끄의 ATG 영화제는 인디펜던트의 정신을 여과없이 보여주었다는 데 의의가 있었다. 자신들의 시대에 대한 인식이 비록 덜 익었다 할지라도 그 어떤 자본의 속도와 별개로 솔직하게 털어놓았다는 것은 장점이다. 완성도에서 실패에 가깝다 할지라도, 그러한 실패를 낳은 화면들에서도 생각할 것은 많았다. 오히려 한숨 속에서 더 많이 배웠다고나 할까.(2004년 5월 8일)

-- Sonimage 2004-6-10 5:03 pm


동반자살 ( 心中天網島 Double Suicide | 시노다 마사히로 Shinoda Masahiro | 1969 | 35mm | 104min | 일본 | b&w )

 

ATG 영화 중 <역분사 가족>과 함께 가장 유명한 작품 중 하나. 7년 전에 이 영화를 비디오로 봤을 때는, 분명히 참신하고 괜찮은 작품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심지어 비디오로 소장). 그런데 필름으로 다시 본 이 영화는 그 명성을 의심하게 함. 인형극의 내용을 영화화한 것인데, 인형을 움직이는 인형사들이 화면 곳곳에 등장하여 등장인물들의 움직임과 소품의 해체와 배치를 돕는 설정이 나온다. 하지만, 그 설정은 전혀 효과적이지 못하고(돌스에서 기타노 다케시가 얼마나 일본 전통 연희인 인형극 촬영을 잘했나를 다시한번 생각), 역시나 감정 과잉인 캐릭터들은 도무지 설득력을 가지고 있지 못한다. 그러니까, 너무 비어있는 시공간이 많다. 그게 일종의 영화적 여백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이 영화에서의 여백은 불필요 그 자체. 그래서 그 여백이 아주 감상적인 순간의 나열에 불과하게 된다. 얼마전에 국내에 소개된 <올빼미의 성>을 본 적이 있는데, 너무 깝깝하여 죽을 것 같았다. 그런데 알고보니 같은 감독의 영화. 영화의 속도와 시간은 그 영화의 내용과 형식이 요구하는 데로 따라야하며(이건 장 유스타쉬의 말이다), 그것을 감독이 인식하지 못하면, 그 영화는 재난이 된다. ATG 기획으로 저예산이나마 나름대로 확보한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이라든가 작가의 역량이 충분히 발휘될 수 있는 여건을 살리지 못하고, 제대로 다듬어지지 않는 영화언어에 대한 이해, 작가 자신의 세계에 대한 시선의 느슨함 등이 재난의 요인이 되었다. 아, 대실망! (5월 7일) -- Sonimage 2004-6-10 5:03 pm


료마암살(竜馬暗殺 The Assasination of Ryoma| 쿠로키 카즈오 Kuroki Kazuo |1974 | 35mm | 118min | 일본 | b&w)

 

한글로 영화제목을 '료마암살'이라고 했지만, 이 료마는 그 사카모토 료오마이다. 얼마전 김용서 이대 교수가 일으킨 그 물의에서(한국해양전략연구원 강연) 조순형은 료오마로 비교되어 '미스터 바른말'로 둔갑하기도 했다. 어쨌든 료오마는 명치유신 직후 암살당했지만, 일본에서는 일본 근대화의 위인으로 떠받들고 있으며, <바람의 검심> 매니아들에게도 널리 알려진 이름(만화, 소설로도 우리나라에 많이 나왔다고 한다). 어쨌든 영화는 막부측 신선조와 료오마와 같은 편인 천황옹립편 모두에게 암살 위협을 받는 료오마가 죽기 전 3일 동안의 일들을 그리고 있다. 역시나 완성도 떨어지고, 역시나 제멋대로인 영화. 하지만 그 제멋대로인 것이 왜 인디펜던트 장편영화들의 미덕일 수 있는가를 그리고 있는 재미있는 영화. 남성마초, 섹스화신, 술꾼인 료오마와 그의 친구이자, 료오마를 암살해야하는 입장에 처한, 소심하고, 여자에게 '왜 당신은 료오마처럼 짐승이 되질 않나요?'라는 하소연까지 듣는 준임포텐스 친구(이름이 생각안남, 하지만 탤런트 정웅인 닮음, 이하 정웅인), 그리고 료오마가 마음을 주게 된 은신처 옆집의 창녀의 남동생이자, 역시 료오마를 암살할 임무를 띤 젊은 친구(이름이 생각안남...하지만 탤런트 김남진 닮음, 이하 김남진)의 세축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도무지 어떻게 3일이 구성되는지, 기본적인 구성조차 제대로 안되어있지만, 료오마, 정웅인, 김남진 세 사람 사이의 미묘한 신경전을 중심으로, 역사적 상황에 대한 그 어떤 부가 설명 없이, 그때그때의 에피소드 중심으로만 극을 전개해나간다. 알고봤더니 정웅인은 료오마를 사랑했던 것이고, 김남진은 료오마 암살보다는 아직 젊은 나이의 온갖 고민들(성적 충동도 포함됨, 그래서 누나랑 한다)에 더 관심이 많다. 역사적 인물을 끌어다가, 그저 실존적(유행으로서의 실존을 말한다. 그러니까 삶에 대한 극히 감상적이고 패배주의적인 의식) 문제만 가지고 영화를 진행한다. 하지만, 엄청나게 웃긴다. 물론 중간에 시체로 출연한 배우가 눈을 깜박거리는 거야 그렇다치지만, 황당한 내러티브 연결이 웃기고, 정웅인 캐릭터의 소심증이 웃기고, 이 세 사람의 즐거운 한때와 같은 에피소드들이 웃긴다. 다행히, 내내 낄낄거릴 수가 있어서 참을 수 있었던 영화. (5월 7일) -- Sonimage 2004-6-10 5:03 pm


청춘의 살인자 (青春の殺人者 Young Murderer|하세가와 카즈히코 Hasegawa Kazuhiko | 1976 | 16mm | 116min | 일본 | color)

 

일본의 ATG(Art theater Guild) 작품. 젊은 영화작가들을 후원하는 저예산 영화 정책의 결과물인 ATG의 제작 작품. 영어 제목은 YOUTH TO KILL로도 알려진 것 같음(화면에는 그렇게 뜨더라구요). 완성도는 떨어지지만, 자신들의 세대를 반영하고자 하는 강렬한 욕구의 결과물. 부모를 죽이고, 거짓말한 여자친구를 떠나보내고, 어딘가로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 위해 떠난다는 내용. 나리타 공항 건설 반대 데모 장면이 보임. 개봉 당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고 하는데... 그러나 도무지 연기가 통제되지 않는 배우들과 감정 과잉으로 치닫는 캐릭터들을 내버려 두는 연출, 너무 멋을 낸 화면을 보고 있기가 고통스러웠음. 그래도 나름대로 할 말은 하고 있다는 생각에 가까스로 끝까지 봄. 가장 볼만 했던 것은 남자주인공이 대학 때 만들었다는 단편영화. 자신들의 철저한 반대세력인 부모와 선생을 십자가에 매달고, 하지만 어찌된 양심의 가책인지, 결국에는 자기가 십자가에 매달리는 엔딩의 단편영화가 나온다. 결국은 그 단편영화대로 이 영화도 엔딩을 맺는 셈이다. (5월 6일) -- Sonimage 2004-6-10 5:03 pm

2 # 촌평[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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