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쌈지 사운드 페스티벌

1 내용[ | ]

  • 발신: "김기범" <walrus@e...>
  • 날짜: 2003/10/4 (토) 0:52am
  • 제목: 제 5회 쌈지락 후기

3000원이란 상당히 싼 표값. 러브홀릭, 델리스파이스, 크래시 등 스테디엄 필러는 아니더라도 중간급 공연장은 적잖은 표값에도 채워질만한 밴드들의 출연으로 인해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왔더군요. 이대 운동장을 중간 정도 채우고 측면의 앉을만한 곳은 거의 다채울 정도. 이번 공연은 상당히 잘 기획된 공연이라 싶었는데 공연장 뒷면에-다소간 상술은 있지만-자질구레한 재미를 줄 수 있는 그런 이벤트들이 많았구요. 더욱이 물과 아이스크림을 협찬받아서 공짜로 주는건 정말 잘한 일 같습니다.

그것보다도 흥미로운건 특정 밴드가 공연 중일 때 그다음 밴드들의 드럼 세팅을 미리하고 밴드 공연이 끝날 때 기계적으로 이동하도록해서 밴드 교체 기간을 파격적으로 줄였더군요. 그리고 3곡 정도로 곡수를 제한해서 많은 밴드의 공연을 무리없이 소화할 수 있었습니다. 비교적 길지 않은 밴드 교체시간동안 양옆 스크린에선 광고가-일본 제품 광고는 상당히 아이디어가 돋보이더군요-있고 간단한 밴드소개화면을 내보내서 사람들의 이해를 돕더군요. 그리고 밴드의 연주 곡수는 주류밴드는 3곡, 신예밴드는 2곡으로 제한하여 시간안배를 고려한 것도 나름대로의 노하우가 반영된 결과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전에 모르던 밴드들 중에서도 재밌는 밴드들이 많더군요. 인상적인 밴드로는 락타이거즈와 럼블 피쉬 정도가 생각이 나네요. 락타이거즈는 오버주접스러운 록앤롤 복장과 달리는 록앤롤이 흥미롭더군요. 럼블 피쉬는 김윤아를 연상하는-여성록보컬이면 김윤아와 비교하는 경향이 있지만-아주 블루지한 보컬리스트가 기억나네요. 작년에 쌈넷 무림고수에 떨어졌던 신예밴드가 열심히 연습해서 이번에 붙었다고 말하던데,,,나름대로 개성이 강한 밴드를 선정한 것 같았습니다.

몇몇 청승이 컨셉인 밴드를 제외하곤 과격한 슬램이 끊임없이 이어졌습니다. 대단한 체력이더군요. 예전 엠넷 헤드뱅 대회 때 립싱크하던 아저씨가 집중 촬영을 받기도...역시 오 필승코리아였습니다. 장르 불문하고 똑같이 최강의 슬램을 끝날 때까지 할 수 있다는 건 과연 믿을 수 없는 체력이었습니다. 역시 월드컵 4강의 원동력은 전후반 아니 연장 골든골이 터질 때까지 상대를 압박 KO시킬 수 있는 무쇠 체력입니다요.

일본 밴드가 다수 나왔습니다. 쌈넷 관계자분들이 관중들한테 일본밴드 어땠냐고 물어보던데,,,역시 전체적으로 코어적인 경향이 강했습니다. 아인트호벤의 노상방뇨 스트라이커 케즈만 스타일의 보컬 하면이 기억나고 사진을 찍어대던 주책스런 교포 밴드도 기억나네요. 일본 밴드들 엄청 오바하더군요. 이 정도로 *랄하는 애들은 한국 전에는 보기 쉽지 않았을겁니다.

광고전단에 보면 깜짝 게스트가 있다고 했는데,,,그 깜짝 게스트는 바로 백지영이었습니다. 전 백지영을 그다지 좋아하지않지만-그 이유의 80% 이상은 외모 때문이죠-, 백지영은 그 계열 가수 중 상당히 좋은 음감을 가지고 있는 가수지요. 낮에 트럭으로 다수의 대형 북을 운반하던데 그게 바로 백지영 때 쓸 북이더군요.

예상대로 시간이 지날수록 지명도 높은 밴드들이 많이 나왔습니다. 리쌍, 넬, 러브홀릭, 델리스파이스 등. 넬의 인기는 생각 이상이더군요. 감기가 걸려 목이 잠겨있다던데 그런 영국식 청승 록이 통한다는게 다소 의외였습니다. 걔다가 대체로 달리는 밴드들이 많아서리 분위기 극복이 쉽지 않았는데,,,러브홀릭의 경우, 확실해 대중적인 감수성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해 이 페스티발의 분위기와는 다소 다르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그래도 경험이 많은 밴드답게 잘하더군요. 보라마녀 지선은 카메라빨보다 무대 빨이 잘받더군요. 레파토리 세곡을 모두 대중적인 레파토리로 짠건 좀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델리스파이스 때 생각이 들던건,5집에서만 세곡을 다 연주했습니다. 차우차우 같은 예전 인기곡에 기대지 않고 청중의 반응을 끌어내던게 인상적이었습니다. 이 정도 관록과 전통이 있는 밴드가 생긴건 음악성 자체를 떠나서도 중요한 사실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다음은 한대수였습니다. 한대수는 앨범 한장 정도 들어봤던 것 같은데 처음 곡이 가장 실험적이었습니다. 쉽게 손에 잡히지도 않지만 톰웨이츠 같이 확실한 자기영역이 있는 노장 뮤지션. 목발을 짚고 나와 소탈한 모습을 들어냈는데,젊은 애들 보니 좋다면서 너네는 14,15,16이고 난 17이라고...

이 공연의 하일라이트는 그다음 크래시의 등장이었습니다. 한대수가 자리에 남아있었는데 내가 이곡을 안부를 수 없지 하면서 물좀주소를 불렀습니다. 크래시의 반주에 맞추어서...이날 공연의 하일라이트라고 봅니다. 크래시 때의 슬램은 이날 공연의 끝없는 슬램의 레이스에서도 결정판입니다. 중간에 안전요원이 개입하려했지만 안흥찬이 몇가지 멘트를 하더군요. 안흥찬이란 뮤지션은 적어도 공연장에서의 모습을 보면 정말 모범적입니다. 한국쪽 슬램 문화에서 좋은 점이라면 마약이란게 개입이 별로 안되있다는 점이죠. 상당히 격렬하고 잘놀지만 그래도 큰 사고없는 것이 약물의 효과없이 놀아서라는 생각이네요. 예전에 모 찌라시에서는 록공연장에서 성추행이 쉽니 그러던데 그 기자란 사람이 그렇게 놀아보고 하는 얘긴지 몰겠습니다. 그런식으로 놀면 아무도 여자로 안보입니다. 여자가 더 무섭거든요.

이번 쌈지는 나름대로 많은 경험이 쌓인 락페라는 생각입니다. 공연 중엔 관계자들도 노는 모습을 보이던데 그만큼 음악과 공연을 아는 사람들이 준비를 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네요. 3000원이라는 표갑이 얼마나 남을진 모르겠지만 싼 표값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들어왔고 몇몇 기업의 스폰서, 쌈넷의 광고 효과 등을 고려한다면-물론 여기에 상업성이란 거부감을 가질수는 있겠지요-다른 망한 락페와 비교했을 때보단 괜찮지 않을까 싶네요.

p.s. 수면 부족 호소 중...챔스, 디비전 시리즈와 슬램의 연속,,, 슬램계에서 그렉 매덕스 급 노장인 것 같은데 은퇴를 서서히 고려해야할 시점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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