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뜬금포 - 뉴턴과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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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뜬금포 - 뉴턴과 사과
  • 2017-11-24 jj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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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업체를 들려야 해서 간만에 차를 몰았다. 하필 눈덮인 날 아침 외근이라니...( ㅠㅠ ) 그리하야 과학하고 앉아있네를 백만년만에 듣게 되었다. 팟빵을 열어 보니 컨셉이 좀 달라져 있더라. 내가 그 동안 격조했네. 지난 회는 몰아서 들어야겠다. 최신 회차는 뉴턴의 일대기에 대한 것이었는데, 그 유명한 사과 이야기가 당연히 나온다. 그런데, 뉴턴이 진짜 떨어지는 사과 보고 중력법칙을 떠올렸냐 아니냐 만 따지고 지나가서 아쉬웠다. 그래서 푸는 썰. 뉴턴의 중력법칙에서 사과는 왜 중요한가?

결론부터 말하면 알짜힘이 오로지 중력뿐인 운동, 즉 자유낙하운동을 설명하기 위해서 필요하다. 자유낙하운동은 포물선 운동과 같은 다른 형태의 운동을 설명하기 위한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잘 익어 나무에서 저절로 떨어지는 사과야말로 아무런 다른 힘의 작용없이 중력의 작용으로 가만히 떨어지는 물체를 설명하는데 안성맞춤인 것이다. 이런 예를 든 것 자체가 그야말로 천재적이다.

뉴턴의 중력법칙이 풀고자 하는 최종적인 문제는 행성들의 움직임을 예측하는 것이었다. 행성의 움직임 자체는 뉴턴 시기에도 이미 많은 부분이 밝혀져 있는 상태였다. 코페르니쿠스는 지구를 포함한 행성들이 태양을 중심으로 회전하고 있다고 주장하였고, 케플러는 그 운동 형태가 타원임을 밝혀냈다. 팟빵 방송에서도 소개되었지만 뉴턴 당대의 다른 과학자들도 모종의 인력이 태양과 행성 사이에 작용하기 때문에 행성들이 공전한다고 생각했다. 문제는 행성의 움직임을 예측할 수 있는 일반적인 수학적 방법이 없었다는 것이었다.

뉴턴 당시엔 이미 행성의 주기와 움직임도 잘 알려져 있었다. 그러니까 방정식의 해는 이미 알고 있는데 그걸 도출해 내는 방정식이 없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예를 들면 수학 시험에서 2, 3, 7을 해로 갖는 방정식은 ax^3 + bx^2 + cx + d = 0 의 꼴로 나타낼 수 있다. 이 때 a, b, c, d의 값을 구하라 와 같은 문제를 맞닥드린 것이다. 실제로는 주어진 데이터가 딱 떨어지는 정수일리는 천부당 만부당이었기 때문에, 훨씬 더 어려웠지만.

토성의 공전 주기는 약 29.5년이다. 한 명의 천문학자가 평생을 걸쳐 토성만 관찰한다고 하여도 세 번의 공전을 보기는 몹시 드문일이다. 따라서 토성의 움직임에 대한 관측은 얼마간의 직접 관측과 함께 과거의 관측 기록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다행스럽게도 인류는 역사를 기록한 가장 이른 시기부터 유독 별의 움직임에 집착하였고 방대한 기록을 남겼다. 그 덕분에 아주 오랜 고대부터 사람들은 이미 한 해의 길이와 행성의 공전 주기를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게 잘 알고 있었다. 뉴턴이 살던 근세의 천문학자들은 지난 수천년 간의 관측자료들 위에 정밀한 관측을 추가하여 확실하게 믿을 만한 행성들의 주기를 갖고 있었다. 뉴턴이 태어난 때에는 이미 그레고리력이 시행된 지 백몇십년이 지난 시점이었는데, 그레고리력이야 말로 근세 유럽의 천문학 수준을 웅변하는 결과물이기도 하다. 잠깐 옆으로 세면, 그레고리우스력은 명나라 시기 중국에 전파되었고 당시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에서 사용하던 태양태음력인 수시력보다 정확하였다. 중국은 청나라 때 그레고리우스력을 참조한 시헌력을 만들었고 조선은 효종 4년 시헌력을 도입하였다. 각설.

그런데 동서 고금을 막론하고 아는 사람은 다 아는 행성 주기를 설명하는 수학적 모형을 만들 수가 없다니, 당시 "자연 철학자"들로서는 그야말로 자존심이 구겨지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뉴턴은 직접 반사망원경을 만들 정도로 손재주가 뛰어났다고 한다. 여기서 한 가지 더 알 수 있는 건 그가 반사망원경을 만들 정도로 포물선을 비롯한 원뿔곡선의 성질에 대해서도 정통했다는 것이다. 반사망원경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반사경이 회전포물체 모양이어야 한다. 빛이 포물선의 중심축과 나란하게 들어올 때 포물선의 각 지점에서 반사된 빛은 포물선의 촛점으로 모인다. 거꾸로 촛점에 광원을 놓으면 포물체 반사경은 모든 빛을 중심축에 나란한 방향으로 반사하여 보낸다. 손전등의 반사경이 그렇게 생겨먹게 된 이유다. 이런 반사경을 만들려면 포물선의 접선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 그러니까 반사망원경을 만들던 즈음엔 뉴턴은 이미 미분의 원리를 최소한 거의 완성 단계까지 생각하고 있었다고 유추할 수 있다. 뉴턴은 요즘말로 하면 워낙에 키보드배틀러였는데 특히나 자신의 업적에 대해 누가 딴지를 걸거나 자신이 먼저 발견한 것이라고 하면 눈에 불을 켜고 끝장을 보고자 했다. 뉴턴은 미적분의 발견 공로를 놓고 라이프니츠와 반평생 키보드배틀을 떴는데 뉴턴의 입장에서 보면 충분히 이해할 만 하다. 이 양반이 어디 발표를 안해서 그렇지 이미 반사망원경을 만들 때 쯤엔 미적분을 그냥 고안만 한 게 아니라 가지고 놀았다고...

힘의 작용은 당연히 방향을 가진다. 사과는 아래로 떨어지고 내가 날린 주먹은 내 앞에 있는 샌드백을 두들겨야 하는 것이다. 이걸 백터라고 한다. 그리고 힘을 받은 물체는 겉으로 보기엔 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 같지만 사실 물체에 가해진 힘이 두 개 이상이라면 각각의 힘이 준 방향도 함께 운동에 영향을 주기 마련이다. 줄다리기를 떠올려보자. 양쪽에서 힘껏당기지만 줄은 어느 한 쪽으로 끌려간다. 두 힘의 방향이 반대이고 크기가 다르면 큰 힘에서 작은 힘을 뺀 만큼 큰 힘이 작용하는 쪽으로 움직이기 마련인 것이다. 이렇게 여러 힘이 합해져서 최종적으로 운동에 관여하는 힘을 알짜힘이라고 한다. 힘들이 딱 물체의 중점에서 작용하란 법은 없어서 핀트가 어긋나면 물체는 회전하게 된다. 이런 걸 돌림힘이라고 하는데 앞으로 하려는 얘기에선 그리 관련이 없으니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자, 배경은 이 정도로 풀고, 이제 본격 떨어지는 사과를 살펴보자. 바람 한 점 없는 나릇한 오후에 잘 익은 빨간 사과가 나무에서 톡 하고 땅으로 떨어진다. 둘 사이에 잡아 당기는 힘이 있으니까 떨어진 것이다. 그 잡아당기는 힘은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하고 둘의 질량의 곱에 비례한다. 그 유명한 뉴턴의 중력법칙, 즉 만류인력의 법칙이다. 그런데, 지구의 질량에 비해 그 위에 붙어 있는 자질구래한 물체들, 그러니까 사과니 벽돌이니 집이니 만리장성이니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니 하는 건 구분의 의미가 없을 정도로 고만고만하다. 다들 도토리 키재기인 것이다. 그러니 그게 무엇이건 추락하는 것은 모두 같다고 할 수 있다. 그렇게 작용하는 가속도를 우리는 중력가속도라고 하고 g라고 표기한다. 위도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대충 9.8 m/s² 이다.

이제 이 사과를 집어서 던져보자. 그러면 저만치 가서 땅에 박힌다. 사과는 연속적인 하나의 운동을 했을 뿐이지만 작용하는 힘을 살펴보면 내가 사과를 집어 던진 힘과 중력이 사과에 함께 작용한 것이다. 나는 염동력을 쓸 수 없기 때문에(응?) 내가 사과에 준 힘은 내 손을 떠나는 순간 고정된다.(그래서 뭐든 공을 치는 놀이에선 팔로스로우를 강조하는 거다. 공이 떠나는 그 순간까지 힘을 전달하라고) 그런데 사과가 땅에 떨어지도록 하는 힘인 중력은 사과가 날아가는 동안에도 계속해서 작용한다. 그러면 사과는 어떤 모양을 그리며 땅에 떨어지게 되나? 수평으로 날아가는 힘은 내 손을 떠나는 순간 더이상 속도를 늘릴 수 없다. 즉, 가속도가 0 이다. 반면에 땅으로 떨어지도록 하는 힘은 계속해서 속도를 더 붙인다. 중력가속도 g가 매 순간 속도를 높이는 것이다. 그러면 수평으로는 지속적으로 일정한데 수직으로는 점점 빨라지는 곡선 운동을 하게 된다. 이런 운동을 하는 물체의 궤적을 상상해 보자. 포물선 운동이다.

매 순간 계속해서 가해지는 힘에 대한 생각은 뉴턴이 처음한 것은 아니다. 움직이는 물체는 운동량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은 그 보다 훨씬 전부터 있었다. 뉴턴의 업적은 미분을 사용하여 어느 한 순간에 대한 운동량을 정확히 계산할 수 있는 방법을 보인 것이다. 이것이 그 동안 많은 과학자가 실패한 행성의 운동에 대한 수학적 예측을 가능하도록 하였다. 뉴턴의 대표작 프란키피아의 원제가 "자연 철학에 대한 수학적 원리"인 것은 이런 의미이다. 앞서 말한 던져진 사과의 경우 내가 사과를 던진 각도와 힘을 측정할 수 있다면 매 순간 사과의 위치와 그것을 합한 전체 궤적 그리고 얼마나 멀리 날아가서 떨어질 지에 대한 것을 모두 예측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동안 논리학자들의 머리를 아프게 했던 수수께끼 하나를 풀 수 있게 되었는데, 바로 아킬레우스와 거북이의 경주이다. 백 미터 달리기를 하는데 아킬레우스가 당연히 빠르니 거북이는 50미터 앞에서 출발하기로 하였다. 제논이란 사람은 이 수수께끼를 내면서 아킬레우스는 거북이를 결코 이길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아킬레우스가 50 미터를 달려 나가면 거북이도 50미터 보다는 앞서 나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걸 75 미터라고 하자. 그럼 아킬레우스가 75 미터를 달려갔을 때는? 거북이는 87.5 m 를 가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아킬레우스가 87.5m 를 가게 되었을 때 거북이는... 이런 식으로 아킬레우스는 언제나 거북이를 앞지를 수 없다는 게 제논의 주장이다. 이제 뉴턴 식으로 생각해 보자. 우선 아킬레우스가 100미터를 10초에 달릴 수 있고, 거북이는 40초가 걸린다고 하면 아킬레우스는 매 초당 10미터의 속도로 달리는 것이 되고 거북이의 속도는 초당 2.5미터가 된다. 이 속도는 순간적으로도 운동량을 갖기 때문에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이동 거리는 자동으로 결정된다. 그러면 달리기를 시작한 지 대략 7초가 못되어서 아킬레우스는 거북이를 추월한다. (정확한 건 직접 계산해 보시길) 제논은 운동에는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빼먹었고, 뉴턴은 운동을 단위 시간당의 위치 변화로 재정의 했다.

이제 땅에 저절로 떨어지는 사과와 던져진 사과가 행성의 운동과 어떤 관계가 있는 지 살펴보자. 내가 사과를 점점 더 세게 던진다고 해보자. 그러면 사과는 점점 더 멀리 날아가 떨어질 것이다. 그런데 지구는 당연히 공모양이다. 아주 세게 던져 버리면 어떻게 될까? 공기의 마찰이나 산과 계곡의 방해 따위를 고려하지 않는다면 그 사과가 계속 날아가서 지구를 한 바퀴 돌아 내 뒤통수를 때릴 수도 있을 것이다. 사과가 지구를 공전한 것이다. 그 보다 더 세게 던지면 사과는 지구의 중력을 뚫고 우주 저 멀리 날아가 버릴 것이다. 이제 사과라는 말 대신 인공위성이란 말을 써 넣으면 오늘날 우리가 스마트폰으로 네비게인션을 이용하기 위해 띄워 놓은 50개가 넘는 GPS 위성이 어떻게 지구 위를 날아다니고 있는 지가 설명된다. 물론 우주 저 멀리 날아가버린 보이저1호와 보이저2호도 설명된다. 그러면, 태양 주위를 도는 행성들은? 이 역시 그렇다. 아주 세게 던져진 사과와 같은 운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뉴턴의 사과는 이 모든 설명을 시작하기 위한 출발점이다. 자유낙하는 두 물체가 잡아 당기는 인력만이 알짜힘으로 작용하는 운동이란 것. 거기에 다른 방향을 갖는 힘이 가해지면 물체는 포물선 운동이나 원운동, 타원 운동, 아예 돌아오지 않는 쌍곡선 운동을 하게 된다는 것. 이걸 가장 알아먹기 쉽게 설명하고자 꺼내어 든 것이 사과 이야기다. 그러니, 뉴턴이 진짜로 떨어지는 사과를 보면서 중력을 생각했는 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오히려 행성의 운동을 예측하기 위한 출발로 가만히 떨어지는 사과를 이야기한 것이 그야말로 천재적이다.

한편, 자유낙하의 직선 운동, 던져진 물체의 포물선 운동, 지구를 도는 위성의 원운동이나 타원운동, 아예 지구를 탈출하는 물체의 쌍곡선 운동은 모두 원뿔곡선이라는 성질을 보인다. 이들은 모두 원뿔을 적당히 잘라냈을 때 만들어지는 단면이다. 4세기 무렵 알렉산드리아에는 히파티아라는 여성 수학자가 살았다. 그는 원뿔곡선의 성질에 대해 정리해 놓았고, 후대의 학자들은 이를 참고하였다. 뉴턴에게 전달된 원뿔곡선의 정리들도 히파티아의 업적이 바탕이 된 것이다. 뉴턴은 자신이 남들보다 더 잘 볼 수 있었던 것은 그저 거인의 어깨에 올라서 보았기 때문이라고 말한 바 있는데, 그 거인은 남성만은 아니었다.

2 같이 보기[ | ]

3 참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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