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묵히 추구하는 삶

묵묵히 추구하는 삶

1 내용

편작은 죽은 사람도 살려 냈다는 중국 선진시대의 유명한 의사이다. 그런데 실은 그 뿐만이 아니라 그의 두 형도 모두 의사였다. 다만 그의 두 형은 세상에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었다. 갈관지라는 책에는 그들 삼형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위나라의 임금이 편작에게 묻는다.

"그대 삼형제 가운데 누가 병을 가장 잘 치료하는가?"

"큰 형님의 의술이 가장 훌륭하고 다음은 둘째 형님이며 저의 의술이 가장 비천합니다." 임금이 그 이유를 묻자 편작이 대답한 내용은 이러했다.

큰형은 상대방이 아픔을 느끼기 이전에 얼굴빛을 보고 그에게 장차 병이 있을 것임을 안다. 그리하여 그가 병이 나기도 전에 병의 원인을 제거하여 준다. 그러므로 상대는 아파 보지도 않은 상태에서 치료를 받게 되고 따라서 그가 자기의 고통을 제거해 주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큰 형이 명의로 소문나지 않은 이유는 여기에 있다.

둘째형은 상대방의 병세가 미미한 상태에서 그의 병을 알고 치료를 해준다. 그러므로 이 경우의 환자도 둘째형이 자신의 큰 병을 낫게 해주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나는 병이 커지고 환자가 고통 속에 신음할 때가 되어서야 비로소 병을 알아 보았다. 환자의 병이 심하므로 그의 맥을 짚어야 했으며 진기한 약을 먹이고 살을 도려내는 수술도 해야만 했다.

그런데 사람들은 나의 그러한 행위를 보고서야 비로소 내가 자신의 병을 고쳐주었다고 믿게 되었다. 내가 명의로 소문이 나게 된 이유는 여기에 있다.

편작의 이 대답은 우리에게 무엇을 말해주는가? 유명한 것이 반드시 유명한 것도 아니다.

우리의 삶도 그러한 것은 아닐까? 가치있는 행위가 반드시 타인에게 알려져야 할 이유도 없으며, 타인에게 널리 알려진 것이 반드시 가치있는 것도 아니다. 자기 스스로 가치있는 행위라고 믿으며, 타인에게 그 가치의 인정을 요구하지 않고 묵묵히 그 가치를 추구해가는 삶이 또한 아름답다는 근거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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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