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레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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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감독 : 볼프강 베커
  • 원제 : Good Bye, Lenin!(2002, 독일)

1 # 자일리톨[ | ]

금요일 저녁 퇴근해서 오랫만에 극장엘 갔다. 굿바이 레닌.. 막 내린 줄 알았는데, 가보니 객석이 만원사례다. 게다가 늦은 시간임에도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단체관람을 하러 와서 놀랬다. 역시 울나라가 조금씩 변해가는 것 같다. 영화를 보기전에는 어머니를 위해 쇼를 벌이는 한 아들의 눈물겨운 일화라고 하길래 내가 공감가는 얘기는 아닐거라고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조금씩 앞으로 달려가던 영화가 막바지에 다다랐을 때 나름대로 만족을 할 수 있었던 영화였다. 현실사회주의가 몰락했다고는 해도 그리고 그 나라들이 실제로 '공산주의'를 실현했느냐라는 평가를 차치하고라도 일단 그 나라들은 공산주의를 표방하고 있었고 실존했던 것인만큼 특히 그속에서 살았던 사람들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필요하다. 아님 무식한 내가 모르고 있었던가..

영화속 어머니는 고지식한 열혈공산당원으로 이상주의자다. 그녀의 남편은 당원이 아니라는 이유로 동독 체제에서 왕따를 당하고 괴로워하다 서독으로 망명한다. 그녀는 이미 그 사실을 알고 있었고 남편과의 망명을 계획하지만 실행하지 못한채, 서독 여자와 바람이 나서 가족을 버렸다고 아들과 딸 그리고 동독정부를 속인다. 그녀에게 동독체제는 완벽한 '공산주의의 이상향'은 아니었다. 당원/비당원 간의 차별, 낮은 생산능력에 따른 인민들의 열악한 생활 등 개선되야 하는 것은 너무나도 많았다. 하지만 그녀는 생활주변의 사소한 것조차 조금씩 고쳐나가며 언젠가 '이상향'이 도래하기를 바랐다. 동독여성들의 체형에 맞지 않는 옷의 치수에 관해 장문의 편지를 당에 보내는 그녀의 모습은 우스꽝스럽지만 말이다. 그러던 어느날 자유를 위한 시위에 참여하다가 경찰에 끌려가는 아들의 모습을 본 어머니는 심장마비로 쓰러지고 긴 혼수상태에 빠진다. 다시 깨어난 어머니는 충격을 받게되면 언제 죽을지 모르는 상태. 하지만 이미 몇개월전 베를린장벽이 무너지고 동독의 곳곳에 자본주의의 물결이 밀려들었다. 이에 아들은 동독체제가 유지되고 있다는 거짓말에서 시작하여 종국에는 서독인민들이 동독으로 대규모 망명을 하기 시작했다는 거짓말까지 하게 된다.

이영화에서 재미있는 점은 아들이 처음에는 어머니의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지만, 나중에는 어머니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대신 어머니의 이상을 실현시키는 쪽으로 방향을 튼다는데 있다. 인간의 존재 의미는 이상을 가지고 있다는 거다. 이웃들과 다정하게 살수 있는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것도 소박한 이상의 하나일 거다. 그리고 현존 사회주의를 일구었던 초기 인물들도 그런 이상에서 자신의 존재의미를 찾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물론 그 진행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좌절하거나 희망을 잃어갔다. 영화속 어머니도 그런 사람이었다. 영화에서는 주인공의 아버지가 서독으로 망명한 이후 어머니가 열혈공산당원이 되는 걸로 나오지만 난 그 이유가 생존을 위한 거짓 충성맹세는 아니라고 본다. 그런 사람이 서독인민들이 대거 망명을 해서 베를린시의 주택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거짓말에 자신의 집을 선뜻 내어주려고 하겠나. 오히려 잘못된 길로 나아가고 있는 체제를 자신의 희생과 노력으로라도 조금씩 개선해보고자 한 것이 아니었을까. 아무튼 아들은 어머니가 그토록 갈구했던 이상을 한편의 쇼로나마 실현시키고 감격한 어머니는 편안히 눈을 감는다. 그리고 어머니의 유골은 그녀가 그토록 염원했던 이상이 존재하는 곳(하늘)을 향해 '발사'된다.

이 영화가 통일독일에서 개봉한 이래 역대 2번째로 높은 흥행실적을 거두었다고 한다. 그만큼 내용면에서나 대중성면에서나 충실한 작품이며, 또 이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독일국민 대다수가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는 증거다. 이 영화는 몰락하여 서독에 흡수된 동독을 망할 수 밖에 없었던 후진적인 독재체제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이상을 실현시키기 위한 하나의 거대한 실험으로 묘사하고 있으며, 그곳에서 살던 많은 사람들 각자의 이상찾기(!)를 인간적으로 부각시키고 있다. 승자의 우월감에서 나온 포용력인가? 그건 아닐 거라고 믿는다.

2 # 거북이[ | ]

내가 이 영화에 대해 알고있던 정보는 엄마에게 충격을 주지 않기위해 동독의 상황을 연기하는 아들에 관한 가족드라마라는 사실 뿐이었다. 이게 스포일러냐 하면 그렇다고도 볼 수 있지만 사실 이것가지고는 이 영화에 대해 아무것도 알 수가 없다.

이 영화에서 말하는 것은 '서독이 동독을 이겼지만 서독이 모두 옳은 것은 아니다'라는 점이다. 주인공은 동독이 붕괴된 이후로 서독 위성TV의 직원이 되지만 하루하루 경쟁속에서 살아가는 것이 피곤하다. 그가 여유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은 동독으로 포장된 어머니의 방 뿐이다. TV를 보고싶어하는 어머니를 위해 아들과 친구는 방송마저 조작한다. 그리고 뉴스를 통하여 어머니가 원하는 세상을 만들어나가는데 이 과정에서 동독인들의 사고방식이 나타난다. 동독 정부와 공산당이 잘했는지 못했는지는 금방 판단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단지 숭고한 이상을 가지고 달려갔던 동독인들을 쉽게 재단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런데 그들을 서독인들은 덜떨어진 사람 정도로 취급한다. 그들은 비교적 온건한 형태였을지는 모르겠지만 정복자로서 동독인들에게 다가왔다. 그것에 대해 소박하게 반론을 대고 있는 것이 이 영화인 것이다.

파병론자들과 딴나라 친구들은 제발 이 영화를 봤으면 좋겠다. 나의 논리로 저들을 판단하지 말라는 말을 이 영화는 하고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 묘사된 것들은 분명히 남북이 통일되는 순간부터 우리가 겪을 일이라 그런지 영 남의 일 같지 않다.

주인공의 아버지로 나오는 배우는 데이빗 길모어의 살찐모습과 비슷하다. :) 그리고 왠지 미니멀하고 클래식적인 음악이 귀에 익었다 싶었더니 얀 띠에르센의 음악이다. 이 인간은 왜 인터내셔널가를 사용하지 않았을까. -- 거북이 2003-11-3 12:47 am

3 # 촌평[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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