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rival" 본 기념 영화/드라마 속 시간 개념 요약

1 개요[ | ]

"Arrival" 본 기념 영화/드라마 속 시간 개념 요약
  • 저자: Jjw
  • 2017-02-07

Arrival-0114.jpg

Arrival을 Contact라고 제목을 바꾼 이유 이해 불가지만, 암튼.

2 스타트랙[ | ]

스타트랙의 시간 기준은 Star-date 이다. 매 에피소드 마다 스타데이트가 나오고 함장이 항해일지를 쓰듯하는 나레이션이 나온다. 난 피카드 선장이 "Star-date **** Captain's log... " 할 때가 제일 좋더라. 암튼. 스타트렉 세계관에서 시간 개념은 좀 많이 작붕이긴 한데, 처음에 오리지널 시작할 때 뭐랄까 인류의 신기원이라는 의미에서 커크가 엔터프라이즈 NCC-1701을 타고 지구를 뜬 날을 1000.0 로 잡았는데, 이후에 시간 간격이랄까 뭐 이런 거에 대한 개념을 말아드셨기 때문에... 각설. 현재의 스타데이트를 알고 싶으면 여기로 → http://www.hillschmidt.de/gbr/sternenzeit.htm

Worf-0114.jpg

알려고 하지마라. 다친다.

스타트렉의 시간은 매우 고전적이다. 은하계의 모든 시간은 스타데이트에 맞추어 직선으로 흐르며 고중력에 의한 시공간 왜곡이나 타임 워프, 평행 우주 등등의 이유로 타임패러독스가 발생하더라도 기본적으로 은하계 전체에 걸쳐 동시대성이 보장된다. 은하계에서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통신 상대는 보통 바로 자신이 활동하는 바로 그 시간대의 상대와 통화한다. "전자파 = 빛 → 속도제한 있음"과 같은 건 고려하지 않는다. 아공간이란 개념으로 적당히 뭉개고 넘어가지만, 그게 뭔지 따지면 안된다. 실제 우주에선 매일 우리에게 각종 기본 입자와 전자파, 방사능 종합 선물 세트를 한다발 선사해 주시는 햇님도 바로 지금의 햇님이 아니라 8분 30초 전의 햇님이란 걸 생각하면, 스타트렉이 보여주는 동시대성은 사실 불가능하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직관에 가장 잘 부합한다. 사실 우리는 지금까지도 태양계를 탈출하는 보이저2호와 우리가 동일한 시공간에 있다고 "느낀다."

3 닥터 후[ | ]

미국에 스타트랙이 있다면 영국엔 단언컨데 닥터 후가 있다. 이쯤에서 여왕 폐하(God Save the Queen!)가 스타트랙 시리즈 전체를 준다해도 닥터 후 에피소드 1개와 안바꾼단 소리를 하셔야 하는데... 쿨럭. 암튼.

TARDIS-0114.jpg

이거 갖고 싶어요 ㅠㅠ;;

닥터 후에서도 시간의 흐름 자체는 기본적으로 직선적이다. 시간에는 시작과 끝이 있으며 닥터 후는 그것을 다 보았다. 타임머신이자 고차원 공간인 타티스를 타고 시간여행을 하는 닥터 후는 수 많은 시대와 장소를 자신만의 타임라인을 가지고 여행한다. 리버 송과 닥터 후의 만남은 이러한 타임라인의 특징을 아주 잘 보여준다.

닥터 후는 시간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며 리버송을 만나는데 리버 송은 제 시간대를 살아가므로 닥터 후를 만나면 만날 수록 자신은 그가 누군지 알아가지만, 정작 리버 송이 만나는 닥터 후는 만날 때 마다 점점 리버 송을 낯설어 한다. 닥터후는 마치 옷감을 누비는 바늘과 실처럼 직선적인 시공간 "면"을 자신의 타임 "라인"으로 수 놓듯 옮겨 다닌다.

시리즈가 길어지다 보니 닥터 후도 결국 작붕에 빠지고 마는데, 특히 리뉴얼 시리즈에서 원작 스토리 라인을 그대로 가져 오다보니 여기 저기 구멍이 생기고 말았다. 작가는 "시간 전쟁"에서 뭔가 엄청난 일이 일어나서 그런거다 하고 뺑끼를 치고 넘어가는데, 우리는 그냥 아 그런가보다 하면 된다.

어쨌든, 닥터 후의 시간은 매우 독특한데, “Bad Wolf” 메세지의 반복과 같이 시간을 여행한다고 해서 지금 일어나는 사건의 의미를 깨닫는 것은 아니다. 그 때문에 시공간과 사건은 이중의 진행 구조를 지니게 된다. 하나는 우주의 시공간 전체의 흐름이고 다른 하나는 닥터 후가 겪는 사건의 흐름이다. 이 가운데 우리에게 “의미”를 주는 것은 당연히 “경험하는 사건의 뭉치”이다. 사실 내일 은하수의 핵이 박살난대도 뭔 상관이겠는가, 난 그걸 겪을 일이 없긴 하다.

4 각종 반복 재생형 루프물[ | ]

Groundhog Day-0114.jpg

아줌마, 거기서 3 센티미터 왼쪽이요.. 제가 해봐서 알아요.. 아니 거기 말고....

특히 헐리우드가 이걸 너무 좋아한다. 사랑의 블랙홀이라거나 사랑의 블랙홀 같은 사랑의 블랙홀 말이다. 그 외에도 앳지 오브 투모로우 등등.

이야기는 가지 각색 변주가 있지만, 이 경우 전형적인 특징은 ;

  • 1) 시간이 반복된다.
  • 2) 어느 순간 주인공은 시간이 반복되는 걸 안다.
  • 3) do { f(x) } while( g(x) )를 만족하는 탈출 방법 g(x)가 존재한다.

그리하여 카너즈는 진실한 사랑에 눈뜨고 케이지는 희생의 참된 의미를 깨닫게 된다. 현실에서 내 되풀이되는 회사-집 루프의 탈출 함수 g(x)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지만, 매달 날아오는 카드 명세서는 분명 이 무한루프의 지겨움을 단숨에 날리는 레드 얼럿... 쿨럭.

대부분의 루프물에서 시간은 반복 구간 내에서는 선형적이다. 딱히 더 이야기를 꼬아두지 않아도 이미 충분히 복잡하니까 작가로선 진행 구간마저 셔플 시킬 필요는 못 느끼기겠지. 특이한 예외라고 하면 루프 + 평행우주를 다루는 경우인데, “시간을 달리는 소녀”와 같은 이야기 구조 속에선 루프라고 다 같은 루프는 아니다. 그러고 보니 강풀의 미씸설 세계관도 이 비슷하다.

5 Arrival[ | ]

Arrival-0114-2.jpg

이 아줌마 연기 좀 하더라

어라이벌 역시 시간을 비틀지만 이 영화 속에서 시간의 중첩/반복은 인지적 과정이다. 실재 “세계”는 하나의 타임라인을 가진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살아가는 “주체”는 여러 시간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다. 지금 상영되는 영화라 스포일러는 생략하지만, 주인공이 인지하는 여러 시간대의 경험은 꿈과 같이 또는 예언처럼 현재의 주인공에게 메세지를 던진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내 경우엔 원작보다 영화가 비선형적인 시간 인식의 느낌을 잘 살렸다고 보는데, 영화에서는 다른 시간대의 사건을 마치 연극인냥 보여줌으로써 그것이 이미 예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주체가 “따를 수/거부할 수” 있는 선택지일 수도 있다는 애매한 느낌을 잘 살렸다. 다른 시간대의 내가 살아가는 경험을 지금의 내가 해석하는 것은 설사 그것을 미리 안다고 해도 애매한 것일 수 밖에 없지 않은가? 거기서 더 나가서 강하게 해석하면 영화 버린다.

흥행이 별로라던데, 난 정말 좋았다. 하긴 내가 정상분포곡선에서 좀 많이 치우쳐 있는 것일 수도...

6 같이 보기[ | ]

7 참고[ | ]

문서 댓글 ({{ doc_comments.length }})
{{ comment.name }} {{ comment.created | snstime }}